개념글 모음

벌써 공작가의 저택에서 지낸 지 2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이렇게 호화로운 환경에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이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두려웠으나 점점 적응하기 시작했다.


저택의 하인들과 시녀들도 처음에는 나를 껄끄럽게 생각하며 어색하게 대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조금은 자연스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엄마도 현재 고아원을 운영하며 가끔씩 찾아와서 응원과 조언을 남기시기도 했다.


단, 이상한 점이라고 한다면 요즘 어머니와 아버지의 낯빛이 안좋아 보이는 것이다.


일주일 전부터 황성에 갔다가 오시는 동안 매번 낯빛이 어두워 지시는 것 같았다.


이유를 물어봤으나 두 분은 그저 얕게 웃으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기만 하셨다.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는 건지 원...."


나는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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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하데스의 집무실


하데스는 쌓여있는 문서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


"하아....."


"그렇게 한숨만 쉬고 있는다고 고민이 해결되진 않을 거예요."


"나도 알고 있소.... 그 치들이 독자를 인정하지를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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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황성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황성의 대회의실에서 논쟁과 언성이 계속해서 오갔다.


"애초에 우리가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지 않나!"


"뭐래 그렇게 쫄리면 계속해서 숙이고 있든가."


"맨날 꼬리를 마는 놈이 그런 소리를 하니 웃기는군."


"뭐가 어쩌고 저째!? 죽고 싶냐!?"


그렇게 거의 개판에 가까운 대화를 정리한 것은 원형 테이블의 중앙에 위치한 노인이었다.


"정숙!! 다들 조용히 하고 이번 안건을 시작하지."


그들을 모두 조용하게 한 사람은 황제 다음가는 권력과 위세를 지니고 있고 12좌로 구성된 귀족원의 의장임과 동시에 제 1좌이자 전격마법의 선구자인 제우스였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에.... 하데스 자네에 관련한 것부터 의논하지."


"나에 대해서? 어떤 것을?"


"어떤 것이긴.... 자네가 얼마 전에 거뒀다는 그 꼬마 말일세!"


"아 우리 독자 말인가?"


"시끄럽네! 네놈같은 명문가가 최소한의 선별도 없이 남작, 그것도 몰락귀족의 피붙이를 길거리에서 주워서는 멋대로 양자로 삼아? 네놈이 우리 귀족원의 명예에 먹칠을 한 셈이다!"


"그 또한 나도 동의하네. 애초에 근본도 없는 녀석을 데려다가 우리, 특히 3좌로써의 명예를 더럽혔으니."


제우스의 발언에 동의한 것은 제 2좌이자 물마법에 통달하였고 해안과 인접한 대부분의 영토의 총지배자로 알려진 포세이돈이었다.


쾅!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발언에 하데스는 테이블을 치더니 바로 살기와 사령마법의 전조를 몸에 띄우기 시작했다.


"....한번만 더 그딴 식으로 독자를 함부로 지껄이면 둘다 그 아가리를 찢어버릴 줄 알아라. 그리고 그 아이는 재능이 출중하다. 네놈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 따위는 없다."


그렇게 가장 권위가 강한 세 사람이 충돌하기 시작하자 남은 일원들도 둘 중 하나의 의견을 따르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 쪽, 그것도 아닌 중립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애초에 여보의 말이 올바르다고 생각해요. 순수 혈통도 아니고 그저 주워온 아이가 양자라니. 다른 귀족들이 듣는다면 비웃음만 받을 거라고 예상해요."


제 4좌이자 제우스의 아내임과 동시에 혼인과 가정에 관한 법을 담당하고 주도하던 헤라는 제우스의 의견에 찬성했다.


"난 저들의 편을 들지요. 내 딸아이가 그렇게 소중하게 이야기하는 손주가 어떤지 직접 확인하고 평가해야 할테니."


토지와 농업에 관련된 법을 주도하는 제 5좌 데메테르는 자신의 딸을 믿기로 하며 하데스의 의견에 힘을 실어 주었다.


"애초에 하데스 공작께서 말씀하셨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아이가 재능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술의 천재로 능히 알려져 있으며 전쟁에서 수많은 공을 세웠는 제 6좌 아테나도 재능을 우선시한다는 신념을 토대로 하데스의 편을 들었다.


"저도 하데스 공작님의 편에 서겠습니다. 애초에 공작님께서 허풍으로 그 아이를 치겨세우실 분도 아니시니 저는 공작님을 믿겠습니다."


"저도 오라버니와 같은 의견입니다."


예술과 음악, 그리고 궁술에 뛰어난 조예가 있는 제 7좌 아폴론과 똑같이 궁술 실력이 뛰어나지만 천체와 관련된 지식이 뛰어난 제 8좌 아르테미스도 하데스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렇다면 나는 반대다. 애초에 그만한 재능이 있었으면 소문이 났겠지. 싸고도는 걸 보면 허풍일 가능성이 높다만."


전쟁에서 항상 선봉에 서며 적들을 물리치나 항복한 적들의 가혹한 처사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아군도 죽이기로 유명하여 병사들에게 흉포한 군신(軍神)으로 불리는 제 9좌 아레스는 제우스의 편에 섰다.


"하. 소문이 돈다면 그 아이가 위험해 질테니 일부로 소문을 안낸다는 생각은 안하나? 역시 머리를 쓰는 척은 하면서 하나도 쓰지 않는구나."


"이 ㄴ이 뭐가 어쩌고 저째!? 오냐 이번에는 결판을 내보자!"


아테나가 빈정거리자 아레스는 바로 분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꺼내들려고 했으나 다른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저는 따로 그 아이에게 흥미가 생기는군요 후후. 익으면 맛있어 지겠지만 그만한 아이면 지금도 꽤나 맛있는 과실일 거 같지만요...."


생활이 문란하고 성정이 음란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제 10좌인 아프로디테는 따로 양쪽의 의견을 지지하지는 않았으나 독자 개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그리고  제 11좌인 헤르메스와 12좌 헤파이스토스, 그리고 전 3좌 헤스티아의 경우에는 침묵을 유지하는 것으로 중립을 표현했다.


그 외에 귀족원은 아니나 그들을 따르는 다른 귀족들 역시 서로 논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결국 제우스는 다른 귀족들을 모두 정숙시키고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을 내리겠다. 하데스가 양자를 거두는 것은 인정한다. 단, 우리 귀족원의 명예를 더럽힌 것은 사실이니 하데스에게서 귀족원의 지위를 박탈시키겠다!"


!!!


그 판결에 하데스를 지지하던 다른 귀족원의 일원들과 귀족들이 모두 그 판결에 경악하고는 바로 반발했으나 제우스는 판결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자네가 그 더러운 아이를 버린다면 이 판결은 없는 것으로 하지. 어떤가? 자네는 뭘 선택하겠나? 자네의 지위? 아니면 길거리에서 주웠는 그 더러운 아이?"


"제우스!!!"


제우스의 빈정거리는 질문을 받자 하데스는 바로 자신의 검은 마력을 개화시키고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제우스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따위로 이야기한다면 내가 죽여버리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나. 그리고....네놈이 명예를 논해? 네 아랫도리를 조절못해서 다른 여자들과 동침하고 씨나 뿌려대는 놈이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그 말에 제우스의 이마에 힘줄이 솓아나고 손에는 전격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정녕 네놈이 그런다면 나도 봐줄 수는 없지."


그렇게 살기 가득한 둘이 충돌하고 그 여파로 황성의 일부분이 터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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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황제가 진노하여 둘을 말리고는 이런 일이 다시 한 번 더 생겨난다면 모든 재산을 몰수하고 직위를 박탈시키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제우스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앞으로 일주일의 시간을 줄테니 잘 고민하라는 말과 함께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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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늦은 밤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만약 독자를 버리지 않는다면 귀족원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귀족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김독자가 갑자기 집무실로 들어왔다.


"음? 독자야 무슨 일이니?"


그러자 김독자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를 안았고 둘은 갑작스런 포옹에 살짝 놀랐다.


""도-독자야?""


"그.... 두 분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 보이시길래.... 안좋은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거 밖에 없어서요..."


독자가 수줍게 이야기하고 그 말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도 수줍게 웃으며 독자를 끌어안았다.


"그래.... 독자 너는 아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주렴."


페르세포네가 따뜻하게 이야기하며 독자를 재우고는 침대에 눕혔다.


"그래서.... 결정했어요?"


"....그래. 결정했소."


하데스는 편하게 자고 있는 김독자를 보며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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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황성


귀족원과 그들을 따르는 귀족들이 모인 대회의실에서 중앙에 하데스가 서있었다.


"자 그러면 판결을 내리겠다! 다만 그 전에, 기회를 한 번 주지. 자네가 그 정도로 어리석을 것이라 생각은 안하네."


제우스의 말에 하데스는 코웃음을 치고는 떳떳하게 섰다.


"아니. 내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차리리 나는 이 자리를 포기한다."


하데스의 폭탄선언에 귀족들과 귀족원 일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제우스는 호통을 쳤다.


"하데스! 그 말.... 감당할 수 있겠나?"


"허! 감당 못할 거였으면 처음부터 말은 안했네."


그 말을 끝으로 하데스는 회의장을 나갔고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직후 페르세포네가 본 하데스의 얼굴은 매우 상쾌해 보였다.


"기분은....뭐 안 물어봐도 상쾌해 보이네요."


"이왕 이렇게 나온 김에 독자 선물이라도 사가 갑시다."


"좋아요. 어떤 걸 좋아할까요?"


하데스는 고민하다가 서점에 들어가서 소설책을 몇 권 사왔다.


"소설? 독자가 좋아할까요?"


"그럼. 예전에 잠시 한번 데리고 나왔을 때 소설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더군."


"후후. 그럼 그걸로 해서 가죠."


그렇게 둘은 사이좋게 마차에 탑승하고 저택에 도착하여 독자에게 선물로 소설책을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뻐서 소설책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는 독자를 보고는 웃음을 흘렸다.





오타가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그러면 다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