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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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서부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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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마슈데일 철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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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동계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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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 북부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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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쟁의 종착역이 지옥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언제였을까요.

 

「뭔가 토우리가 소대에 있으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

「저도입니다, 알렌 씨」

 

 저희가 나아가는 길의 너머에 저희의 목숨은 없습니다.

 

 살아날 방도가 안 보이는 작전에 투입되어 목숨을 잃는 것도 군인이라는 직업의 역할이겠죠.

 

「다시 보니 꼬맹이도 예전보다 근육이 붙었고」

「무서운 소대장님한테 훈련받았으니까요」

 

 언제인가 그레이 선배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건 불가능. 우리의 죽음은 기정사실이라고.

 

 그러니 죽음이라는 건 군인에게 있어서 지옥에서 해방될 권리, 즉 구원인 거라고.

 

「쫄아서 후회하고 있는 놈들은 없겠지?」

「당연하지, 알렌 씨」

「그럼 됐어. ……사명을 다하자고, 이 죽고 싶어 안달 난 새끼들아」

 

 저는 아직 그레이 선배만큼 경험을 쌓지는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그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결사의 미끼 부대에 지원한 병사는 총 11명이었습니다.

 

 알렌 씨 같은 베테랑부터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병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였습니다.

 

「현 시간부로 서쪽 갈림길, 타르강 방면으로 선행한다」

「예」

「우리가 양동이라는 사실을 들키면 모든 게 물거품이야. 적 정찰부대가 우수하기를 바라고 조심히 나아가자고」

 

 선발대는 대개 몸을 숨기며 이동하기 때문에 숨지 않고 당당하게 진군하면 양동이라는 걸 들켜버릴 겁니다.

 

「토우리, 너도 정찰을 도와라. 할 수 있지?」

「네, 알렌 씨」

 

 그러니 적이 저희를 발견해 주리라 믿으며, 저희는 삼림지대에 숨어들어 수풀에 몸을 가려가며 나아갔습니다.

 

「아, 적 발견. 이쪽을 눈치채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규모는?」

「소대 규모가 여럿. 서쪽 타르 강 방면으로 이동 중입니다」

「꽤 빠른데. 벌써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건가」

 

 알렌 소대가 진로를 서쪽으로 정하자마자 적 또한 타르 강 방면으로 뻗어왔습니다.

 

 어쩌면 저희를 발견하고 나서부터 쭉 감시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위 경계를 유지하면서 적병을 수색하도록」

「북쪽은…… 안 보이네」

「아, 남쪽 5시 방향에 한 명 있습니다. 쏠까요?」

「쏴라. 대신 맞추지는 마. 우리의 위치를 보고해줘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허가가 나왔으므로 저는 즉각 훈련탄을 발사했습니다.

 

 제 총알이 적 바로 근처의 나무를 흔들자, 적 정찰병은 몸을 감추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빗맞혔습니다」

「좋아. 이 틈에 장소를 옮기자」

 

 ……뭔가 총을 쥔 채로 알렌 씨의 지휘를 따르니 신선한 기분이네요.

 

 여태까지는 늘 참호 속에서 떨고 있으라는 말밖에 듣지 않았으니까요.

 

「적이 발견해 줬으니 이젠 자세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해야 해. 이 뒤에 엄청난 수를 상대로 대판 벌여야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저는 알렌 씨의 말에 조용히 끄덕이면서 주위 경계를 이어 나갔습니다.

 

 이 11명 전원의 목숨을 대가로 건 작전인 겁니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합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미끼 부대는 총원 11명. 그리고 이와 맞붙는 적의 수는 대략 5,000명이었다고 합니다.

 

 이때까지도 실프 노바는 아직 실신 중이었기에 지휘 계통은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실프를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건 비교적 상식적인 북쪽 다리 지휘관이었습니다.

 

 그는 저희의 수가 매우 적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추격부대의 수를 크게 줄임과 동시에 후방에서 쫓아오는 오스틴군에 대비해 방위선을 구축했습니다.

 

 

 만약 실프에게 의식이 있었다면 「시간과의 싸움이니 뒤쪽은 내버려두고 전군을 동원해서 들이받아!」라고 격노했겠지만…….

 

 북쪽 다리 지휘관한테는 그런 판단을 내릴 배짱이 없었습니다.

 

 뒤에서 적이 좁혀오는 상황에서 그 적을 무시하고 앞으로 파고드는 전략이라니, 그런 건 어느 교본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 기습 작전 자체가 교본에 실려 있지 않은 기책이기 때문에 고안자인 실프 외에는 제대로 지휘하기 어려웠겠죠.

 

 

 

 

『적이 타르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 오스틴 주력군과 합류할 셈이로군』

 

 그 5,000명의 사바트군도 저희 미끼 부대에 낚여 타르강 방향으로 진군하기 시작했습니다.

 

 타르강 방면에는 우리 오스틴군의 본대라고 할 수 있는 남부사령부가 있습니다.

 

 당초 베르디 씨가 선택한 목적지는 이 남부사령부. 따라서 적의 시선에서도 부자연스러운 진로로는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응?」

『─────가, ─────』

「여, 연결됐다! 연결됐습니다!」

 

 

 미끼부대와 갈라지고부터 수십 분.

 

 본대가 남쪽 방면으로 진로를 잡은 즈음, 마침내 베르디 중위는 아군과의 통신에 성공했습니다.

 

「이쪽은 베르디 중위. 파셴 방면으로 철수 중! 보호를 요청한다!」

『─────자세한, 양해─────, 반복하─────파셰ㄴ……』

 

 적의 방해가 있던 탓에 통신은 뚝뚝 끊겼지만.

 

 베르디 중위를 비롯한 위생부와 병참병의 면면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습니다.

 

「이쪽의 위치는───, 신속히 지원 바랍니다!」

『요청───을 수───락했다』

 

 통신에 성공하고 10분 뒤.

 

 오스틴 남부군은 무사히 베르디 중대를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남부군 지휘관은 베르디 중대의 매우 적은 피해와 운반에 성공한 물자의 양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게, 배르디 중대는 창고에 있던 군사 물자의 대부분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그냥 철수한 게 아니라 물자까지 운반해 오셨습니까?!」

「예. 앞으로의 저희에게 꼭 필요한 물자들이니까 말입니다」

 

 이때 베르디 중위는 자신의 성과를 일체 자랑하는 일 없이.

 

 그저 퉁퉁 부은 눈으로.

 

「전우의 목숨보다도 중요한 고철들입니다. 부디 소중히 다뤄 주십시오」

 

 지원하러 온 지휘관에게 그리 전했다고 합니다.

 

 

 

 이 보고는 곧바로 사령부까지 닿았습니다.

 

 베르디 중위의 보고 덕에 사바트군의 위치와 진로가 상세히 전달되었고, 마침내 오스틴이 역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실프 노바가 죽을 각오로 빚어낸 『오스틴의 자원을 불태우기 위한 기적의 시간』은 막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바트군한테 남은 건 앞뒤로 오스틴에게 둘러싸인 절체절명의 상황 뿐.

 

 실프 노바……, 북쪽 다리 세력의 수뇌가 다시 눈을 뜬 건 모든 일이 끝난 이후였습니다.

 

 

 

 

 

 한편, 오스틴 사령부에서는.

 

「베르디가! 또 베르디가 한 건 해냈구나!」

 

 당일의 작전으로 인해 딸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던 렘벨 소령은…… 그 보고를 듣고 크게 부르짖었다고 합니다.

 

「평범한 범생이인 줄 알았는데 이 녀석은 진짜배기군! 내 뒤를 이을 인재는 아리아 말고도 있었던 게야!」

「진정해 주십시오, 렘벨 소령님」

「진정할 수 있겠나! 내가 직접 마중 나가지. 다 비켜!」

 

 안 그래도 조카로서 눈독 들이고 있던 젊은이의 두드러진 전과. 심지어 조국 오스틴의 명운을 구한 성과이니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겁니다.

 

 베르디 중위는 최근 있었던 두 번의 철수전에서 보인 성과로 인해 『젊고 매우 우수한 전선지휘관』이라고 군 내에서 평이 자자했습니다.

 

 젊은 천재 참모장교 베른과 기적의 철수전 지휘관 베르디. 이 두 명은 오스틴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로써 이례적인 속도로 자리잡혔습니다.

 

 당시 아직 10대였던 둘은 오스틴의 미래를 책임질 걸물로 온 나라에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기쁜 오산, 이라기보단 기분 나쁜 오산이야」

 

 그런 렘벨 소령과는 정반대로.

 

 또 다른 천재 베른 바로우는 베르디 씨의 성과를 듣고는 기뻐함과 동시에 뺨을 떨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나는 그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철수할 자신이 없어」

 

 그는 내심 「베르디 중대의 궤멸은 확정, 일부 위생병만이라도 도망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합니다.

 

 의외로 그는 실프가 그런 기행을 벌이리라 예상하지 못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인해 큰 피해를 냈다는 사실에 수치스러워하며 꽤 침울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베르디 씨가 거의 완전한 상태로 짐까지 전부 들고 철수를 완수했다는 보고를 듣고 처음에는 보고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남부군의 영웅이 봤을 땐 어떤가. 내 조카도 꽤 하지 않나?」

「아니, 꽤 정도가 아니잖습니까」

 

 렘벨 소령의 자랑기 다분한 목소리에 그는 질린 채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베른은 「대체 기적이 몇 번이나 겹쳐야 그게 가능한 거야」라며 당황해하다 실제로 짐까지 지고 귀환한 베른 중대를 보고선.

 

「……베르디 중위가 아군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베르디라는 청년에게 그 나름의 방식으로 찬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알렌 씨, 그건 뭔가요?」

「재미난 장난감이지」

 

 베른 씨가 통신에 성공함과 거의 동일한 시각.

 

 어렵잖게 적을 유인하는 데 성공한 저희는 부채꼴로 퍼진 사바트군에게 둥글게 포위되어 있었습니다.

 

「사용법은 간단해.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대충 근처에 던져두면 끝」

「뭔가 싸구려 같은 장난감이네요」

「윈에서 박리다매로 팔아대고 있으니까 틀린 건 아니지. ……이런 웃기지도 않는 물건을 군에서 사들이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저희를 선회해서 타르 강을 끼고 포진해 있는 그들도 슬슬 저희가 미끼라는 사실을 눈치챘을 겁니다.

 

 베르디 씨가 남부군 쪽으로 진로를 트는 순간, 자신들이 속았다는 걸 깨닫고 바로 돌격해오겠죠.

 

「자, 그럼 넓게 퍼지자고. 이쪽이 겨우 11명이라는 걸 들키지 않도록 복병을 숨겨놨다는 듯한 낯짝으로 당당하게 응전하는 거야」

「예, 알렌 소대장님」

「이 장난감도 잔뜩 줄 테니 잘 활용하고. 자 토우리, 너도 가져가」

「네, 감사합니다」

 

 예정된 적의 돌격에 대처할 수단으로, 저희는 오스틴군의 비밀병기라고도 할 수 있는 장난감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장난감이라 함은.

 

「총성 폭죽이라 이거야」

「도시에는 이런 장난감도 있군요」

「길거리에서 갖고 놀면 혼나지만 말이지」

 

 총성 폭죽……이라 불리는, 불을 붙이면 총소리가 나는 장난감입니다.

 

 처음에는 파티용품으로 만들어졌지만, 수도의 참모본부에 의해 군사용품으로 취급되어 오스틴이 자랑하는 3대 예능 무기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총성을 흉내 내어 적의 주의를 끌기 위한 목적으로 개조된 이 장난감은 기존보다 도화선을 길게 뽑아 놓아서, 설치 후 약간의 간격을 두고 총소리를 내도록 바뀌었습니다.

 

 그 소리는 실제 총소리보다 높고 얼빠져서 아는 사람이 들으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습니다.

 

 수도 참모본부는 이 장난감을 자신만만하게 전선까지 들고 왔으나 너무나도 예능감이 강해 실제로 사용된 적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서부전선의 일부 지역에서 사용한 기록이 전부라는 듯한데, 실전에서 얼마나 유효할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덧붙여서 그 기록에 의하면 참호 내에서 사용된 폭죽이 예비 탄약 근처로 튀어 폭발하는 비극이 잇따라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토록 어이없는 예능용 병기지만,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단가가 싸다는 것입니다.

 

 빵을 하나 살 돈으로 무려 16발의 총성을 울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병기는 전선의 병사들 사이에서 『연회의 흥을 돋구는』 용으로 수요가 있었습니다.

 

 즉 이 폭죽, 서부전선에서는 병기보다는 장난감 취급에 가까웠다는 모양입니다.

 

 

 

「혹, 지금이야말로 이 폭죽이 나설 때인 거 아닌가?」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병기의 진면목은 소수의 병사들을 대군으로 착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총성을 울릴 뿐이기에 참호전에서는 웃음거리밖에 되지 못하지만,

 

「알렌 씨, 얼추 다 뿌려 놨어」

「좋아. 그럼 모두 산개! 폭죽과 함께 최후의 꽃을 피워보자!」

 

 목숨을 걸고 시간을 버는 목적에서라면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죠.

 

 여기저기서 동시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 적들은 과연 선뜻 파고들 수 있을까요?

 

 이런 예능용 병기를 보급하도록 지시한 베르디 씨의 판단에는 혀를 내두릅니다.

 

 

 

 

 이것이 알렌 소대의 최후의 싸움이었습니다.

 

 이날, 여태 서부전선에서 싸워 살아남아 온 저희 알렌 소대는 끝이 없는 전쟁의 결승점을 지나는 것을 용서받았습니다.

 

 

「알렌 씨. 지금까지 고마웠습니다」

「그래. 솔직히 토우리는 안 따라왔으면 했지만…… 그러고 보니 너 혼자였지」

「이런 역할은 기다리는 가족이 없는 병사의 몫이니까요」

 

 알렌 씨는 결별의 순간에 그 큰 손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습니다.

 

 그와는 부모 자식 정도의 나이 차가 있기에 이런 취급을 받아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깝다 아까워. 토우리가 조금만 더 자라면 분명 미인이 될 텐데」

「알렌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물론이지. 3년만 늦게 만났다면 꼬셨을지도 몰라」

 

 알렌 씨는 거기까지 말한 뒤.

 

 제 귀에 대고 슬쩍.

 

「이제 시간이 없어.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참에 다 털어둬라, 토우리」

「……뭘 말씀하시는 건가요」

「죽기 직전에 고집부려봤자 미련만 남을 뿐이야. 자, 갔다 오라고」

 

 그리 귓속말한 뒤 히죽히죽 웃으며 저를 로들리 군의 앞으로 떠밀었습니다.

 

 

 

 

 

「앗……」

「여 꼬맹이. 알렌 씨랑 작별인사는 끝냈냐?」

 

 ……설마 알렌 씨까지 그런 착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로들리 군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요.

 

「네. 끝냈습니다」

「그래서? 나한테 뭐 해둘 말이라도 있어?」

「없답니다. 전혀」

 

 그렇겠지 라며 로들리 군은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로들리 군에 대한 제 감정은 순수한 호의에 불과합니다.

 

 이성을 향한 연심 같은 게 아닙니다.

 

「그러면 됐어」

「뭐가 됐다는 건가요」

「……만약 그런 거라면 괜히 내가 지원한 탓에 너까지 따라오게 한 셈이 아닌가 싶었거든」

 

 그는 멋쩍은 듯이 자신의 볼을 긁었습니다.

 

 아무래도 로들리 군은 제가 그를 따라가기 위해 지원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건……」

「뭐, 너나 나나 히어로 같은 걸 꿈꾸는 바보였다는 거지. 그뿐이야」

「아뇨. 그게 맞아요. 저는 로들리 군이랑 알렌 씨가 지원해서 따라온 거라구요?」

「아니, 야!」

 

 뭐어, 로들리 군의 말대로이기도 하고, 얼버무릴 생각은 없습니다.

 

「고아인 저한테 남겨진 가족이라곤 로들리 군이랑 전우들밖에 없습니다. 가족이 사지로 향하려고 하는데 그야 당연히 따라가야죠」

「너, 너 진짜……」

 

 아리아 대위나 베르디 씨도 매우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제 안에서는 로들리 군과 알렌 씨의 비중이 더 컸습니다.

 

 군에 입대한 이후부터 계속 함께였으니 친분의 농도가 다른 겁니다.

 

「저는 싫다구요. 로들리 군을 남겨두고, 희생양으로 삼고 살아남는다니, 그런 건 참을 수 없어요」

「……」

「게다가 저는 그……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야 뭔데」

 

 게다가.

 

 만약 여기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플라멜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죽을 바에는 여기서 알렌 씨와 로들리 군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방금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로들리 군을 절망에 빠뜨릴 정보를 굳이 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심코 내뱉을 뻔했지만 지금은 침묵이 정답입니다.

 

「임마. 여기까지 와서 숨길 필요는」

「……비밀입니다」

「하아……」

 

 제가 얼버무리듯 눈을 피하자 로들리 군은 질린 듯이 한숨을 뱉었습니다.

 

「어이, 아직 헤어지긴 아쉽지만……, 슬슬 사바트 놈들이 좁혀오는 것 같다」

「네, 알렌 중사님」

 

 뭐라 형용키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로들리 군과 서로 마주보고 있자니 전방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최후가 다가오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나 참. 그럼 잘 있어라 꼬맹아. 다음 생에 만나자」

「네, 로들리 군」

 

 

 저희 11명은 각자 고독하게 숲속의 초목에 몸을 숨긴 채 폭죽을 흩뿌려가며 적을 사격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벌어서 뒤편에서 도망치는 베르디 씨를 지원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얼마나 시간을 끄는가.

 

 그것이 오스틴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겁니다.

 

 

「다음에는 평화롭고, 문화적이고, 총알 같은 건 게임 속에서밖에 존재하지 않는」

「……꼬맹아?」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 다시 만나고 싶네요」

 

 

 그런 소망을 읊조리며.

 

 저희 알렌 미끼부대는 사방으로 전개한 채 덮쳐오는 사바트 군을 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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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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