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응? 좀 길어질 것 같은데, 그리 재밌지도 않을 거 같고, 오늘은 날이 늦었으니 이만 잠드는 편이..."


 "...알았어, 말해줄테니까 내 가슴을 주무르면서 앙탈부리는 건 그만둬.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니까."


 "사실 난 여기 사람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었다고 가끔 말하던 것 기억해?" "...농담 아니냐고? 그래, 그냥 아무것도 없는 미친 여자의 공허한 헛소리로 넘겨도 좋아."


 "...그래. 한 때, 모험을 동경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나서는, 그저 친구들을 사랑하고 지키고 싶었던 순수한 소년은 사라지고 이런 추한 모습의 여자만 남아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런 내 모습이 세상에 비치는 게 싫어서, 달이 비친 저 호수에도, 거울 속에도, 내 기억 속에도 내가 꿈꾸던 모습을 더는 찾을 수 없어서,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이 검은 세계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예쁘다고? 후후... 고마워. 그렇다고 아직 이걸 풀 준비가 된 건 아니지만. 지금의 난 그럴 용기따윈 사라져버린, 늙어빠진, 겁쟁이에, 언제 삶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냥개일 뿐이니까."


 "......응, 다음으론 이 세상을 마주 보는 게 무서웠으니까... 라는 게 정답이겠지."


 "나와 함께 울고 웃으며 이 넓은 세상을 여행하던, 설거지 당번이나 불침번 같은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도 앞을 가로막는 세상의 부조리, 악인, 괴물과 맞설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등을 맞대는 걸 허락해준 동료들..."


 "어딜 가나 웃으며 맞아준 고마운 사람들, 내일 무슨 일이 닥칠 지도 모르고 해맑게 웃던 시골 마을의 소녀, 그 날이 다가와 살려달라고 외치던 모든 얼굴들, 내가 약하고 겁쟁이라 지키지 못한 사람들..."


 "...얼마나 지난 건지, 얼마나 많은 얼굴을 봤었는 지도 까마득하지만, 절대 잊혀지지 않아. 아니, 잊을 수 없지. 이 검은 세계에서도 그들이 차가워지고, 붉게 물들고, 찢기듯 베어지던 모습이 선명해지다가도, 어느 순간 그들이 반갑게 웃으며 맞아줄 것만 같아. 그들이 사라진 세상, 내가 구하지 못한 것들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 마저도 난 너무 무서운 겁쟁이라서."


 "...마왕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한 주제에 약한 소리 하지 말라고? 웃기지 마, 넌 그 날 이후로 내가 어떤...!"


 "..."


 "..."


 "...아니야. 그래, 오늘은 이만 하자. 별 볼일도 없고, 시시한 얘기였지? 잘 자, 공주님."


 ...


 ...


 ...












 "아앗♡ 윽♡ 오호♡ 으으으응♡♡♡♡"


 "거짓말쟁이♡ 실은 눈 감고 있으면, 더 잘 느껴지니까 그런 거면서♡ 이 변태마조용사님♡"


 "아니야, 아니야아앗...♡ 난 남자인데, 이런 거 아닌데에에엣..."


 "닥치고 아무것도 못 본 주제에 느끼면서 마조실금절정해버렷 보지에 손가락만 들어가도 아무것도 못하는 허접변태암퇘지년아♡"


 "앗, 앗! 아아아아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