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글머리를 실화•썰로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일단 게임으로 놓고 글 적음


2000년대 중반, 플래시 게임이 한창 유행이던 시기에 딱 한 번 플레이해 본 기묘한 게임이 있다


아쉽게도 제목은 모르겠네. 예전에 찾으려고 죽어라 노력했었는데도 결국 못 찾았음


내가 기억하는 그 게임의 특징은.. 일단 해외에서 제작된 게임이라는 건 확실해

그 게임이 있던 곳도 아마 해외 플래시 콘텐츠 사이트였을 거임. 예를 들어 Newgrounds라든지.. 뭐 이런 데


그 시기엔 공포스럽거나 잔혹한 묘사가 주를 이루는 해외 플래시 게임이 꽤 많았는데

내가 했던 그 게임도 아마 그런 부류였을 거임


게임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내용 자체는 별거 없다

고정된 배경에서 좌우로 지나다니는 인물들을 총(마우스 포인터)으로 쏴 죽이는 게 전부임. 그러니 장르는 슈팅이라고 봐야겠지

배경이나 인물은 그리 디테일하지 않았고.. 뭐랄까 야후 꾸러기에서 유행했던 알피 게임 시리즈 같은 느낌의 그림체였던 것 같음. 알피 아는 사람은 무슨 느낌인지 감 올 거임

그런데 기억력의 한계로 내가 과장해서 말한 걸 수도 있으니 그냥 '단순한 그림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


그리고 죽여야 하는 인물들이 전부 동일한 외형이었는진 모르겠는데..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건 그 인물 중에 흰 옷을 입은 천사가 있었다는 거임. 사실상 인물이라곤 천사밖에 기억이 안 남

뭐 하도 옛날 일이라 기억이 변질되어서 천사라 착각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다고만 알아 주셈


여기까진 평범한데 문제는 천사가 죽을 때의 묘사가 좀 잔혹했다는 거야

목이 떨어져 나갔었나? 암튼 피를 뿜으면서 신체 어딘가가 분리되며 죽었음


게다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여자아이의 노랫소리가 흘렀는데 이게 게임 분위기랑 괴리가 느껴져서 묘하게 섬찟했다. 목소리는 5~6살에 가까웠던 것 같음

동요인지 자장가인진 모르겠는데 알 게 뭐야 호달달;;


난 그 게임을 꼴랑 20초 정도만 플레이하고 꺼 버렸어

이게 내가 그 게임에 대해 디테일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함


왜 1분도 못 넘기고 꺼 버렸는가?


섬뜩했기 때문임. 뭔가 잘못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잔혹한 묘사라든지 섬뜩한 노래라든지 그런 호러 요소 때문이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음

참 뭐라 형언하기 힘들어서.. 이 부분은 양해 바람


아무튼 정말 특이한 게 뭐냐면, 내가 그걸 플레이할 때 옆에 친구가 앉아 있었는데.. 얘가 갑자기 그 게임 좀 이상하다면서 끄라는 거야

난 걔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걸 생전 처음 봤음. 담력이 꽤나 센 애였거든


그리고 난 아무 말 않고 바로 꺼 버렸지

그 친구와 마찬가지로 나도 이 게임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 직후 불길하고도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는 것이 그날에 대한 내 마지막 기억임


그날 이후로 그 게임을 플레이했던 사이트는 쳐다도 안 봤음

우연히 그 게임의 썸네일이라도 봤다간 섬뜩한 기분이 들 것 같아서 말이야


뭐 사실 별의별 음침하고 불쾌한 플래시 게임들이 범람하던 시기였던지라, 그런 기묘한 게임을 하게 된 건 딱히 특이한 일이라 볼 수 없음

하지만 그 게임을 했을 때 친구와 내가 느꼈던.. 어딘가 대단히 잘못된 분위기.. 그건 결코 평범한 게 아니었음


이러나저러나 분명한 건, 방대한 플래시 콘텐츠 속에서 그 게임을 찾아내는 건 너무너무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

더욱이 어도비 플래시 지원까지 종료되었으니 사실상 못 찾는다고 봐야겠지


어쩌면 이것도 로스트 미디어라 할 수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