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아주아주 넓은 해안을 차지한 왕국이 있었어요. 왕국 사람들은 낚시로 물고기와 조개를 잡고, 배를 타고 외국과 교역을 하면서 번성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바다 건너편에 있는 황국이 왕국에 사신을 보내 이런 말을 전했어요.

"너희의 왕이 우리 황국 황제를 상전으로서 섬긴다면, 그분의 군대가 영원토록 너희를 보호하리라. 그러나 황제를 거스르고 적대한다면, 그 날카로운 창과 칼이 너희의 심장을 꿰뚫으리라."


왕은 황국 황제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황제는 욕심이 많아서 속국에게서 세금을 엄청 뜯어내 백성들을 굶기고, 여자들도 잔뜩 끌고 가 처녀, 유부녀 할 것 없이 성노예로 삼다가 심심하면 죽여버린다고 했다네요. 그래서 사신을 내쫓아 버리고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어요. 또, 황국의 군대로부터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해안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순찰과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명령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군인들이 나타나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자, 매일 풍요와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던 중앙 해안 카리브드 마을 사람들도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카리브드 마을은 왕국 수도에서 바위산 하나를 두고 떨어진 곳이라 적군 손에 떨어지면 왕국 측에서 반격하기 힘들지만, 왕국이 차지한 해안의 한가운데에 있어 왕국령 양쪽으로 진출하기 위한 거점으로 삼기에는 최적인 곳이었어요. 그래서 병사들이 다른 곳보다도 카리브드 마을을 더 자주 순찰하며 혹시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철저하게 감시했어요.


카리브드 마을 사람들은 병사들의 압력을 견디기도 힘들었지만, 무자비하기로 유명한 황국 군대의 침략을 받는 게 너무나도 무서워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바위산에서 흘러나온 냇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카리브드의 오랜 수호신 카리브디스의 사당을 찾아가 기도했어요.


"수호신이시여, 우리를 보호하소서."

"공포에 휩싸인 이 마을을 구원하소서."


마을 사람들은 먹지도, 잠들지도 않고 사흘 밤낮을 기도했어요. 그만큼 전쟁이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들의 기도가 통했는지, 카리브디스의 사당에서 낯설지만 그리운 느낌이 들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어요.

"나의 명령에 따른다면, 너희가 보호를 받으리라."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만, 촌장의 다그침을 받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뒤 물었어요.

"수호신이시여,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그러자 사당에서 다시 목소리가 나왔어요.

"이 사당 뒤, 단물과 짠물이 만나 소용돌이치는 곳에 너희의 딸 가운데 첫 달거리를 앞둔 아이를 찾아 바쳐라."

목소리가 말을 마치고 사라지자, 사람들이 모두 쓰러져 정신을 잃었어요.


다음날, 마을 사람들이 정신을 되찾고 전날 밤의 일을 떠올렸어요. 그들은 모두 자기 딸을 잃는 것이 슬펐지만,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통과 죄책감을 참기로 다짐했지요. 그래서 마을 여자아이들을 모두 불러 조사한 뒤, 아직 월경을 시작하지 않은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열두 살 소녀이자 최고참 어부의 손녀인 '루비'가 제물이 되기에 최적임을 알아냈어요.


어른들은 가슴이 아팠지만, 꾹 참고 루에게 호소했어요.

"루비야, 정말 미안하구나. 네가 희생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죽고 마을은 불탈 거란다. 그러니 이렇게 비마. 카리브디스님의 제물이 되어 이 마을을 지켜 주렴."

루비는 죽기 싫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간곡하게 요청해서 어쩔 수 없이 수락했어요.

"네, 제가 제물이 될게요."

마을 사람들은 마을이 무사하게 된 것에 환호했지만, 루비만은 눈물을 훔쳤어요.


한편, 루비가 카리브디스의 제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한 열두 살짜리 남자아이가 크게 분노했어요. 그 아이는 떠돌이 고아였다가 3년 전 카리브드 마을 선착장에 정착해 정박한 배의 따개비를 제거해 주는 일을 하고 음식을 받는 '브랜'이라는 아이였어요. 브랜은 외지인에 고아였기 때문에 카리브드 마을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었지만, 어느 날 루비가 자기 할아버지의 배에 붙은 따개비를 떼어 줘서 고맙다며 엄마의 쿠키를 나눠 준 것을 계기로 친구가 되고 다른 아이들과도 어울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은인인 루비가 어른들의 제멋대로인 사정 탓에 죽게 된 거예요. 그래서 브랜은 촌장과 최고참 어부를 찾아가 따졌어요. 

"이 노망난 겁쟁이들아! 마을에 위기가 닥쳤으면 짐 싸서 안전한 곳으로 피난을 가든지 맞서 싸우든지 할 것이지, 죄없는 여자애 하나 죽인다고 저 식인귀들이 순순히 물러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다들 사흘 동안 밥 굶고 잠 안 자서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냐? 당장 루비를 제물로 바치기로 한 거 취소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루비를 구해서 멀리멀리 도망쳐 주겠어!"


그 말을 들은 촌장과 최고참 어부는 단단히 화가 나서 브랜을 걷어차고 짓밟으며 소리쳤어요.

"네놈이 뭘 안다고 큰소리야! 우리가 좋아서 그 아이를 죽이려는 줄 아느냐? 그 아이의 목숨을 바치는 것이 마을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란 말이다! 루비를 구하겠다고? 그럼 우리는 네놈이 루비에게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제삿날까지 그 아이를 숨겨 두고, 너는 외진 곳에 가두어 버리겠다!"

브랜은 밧줄에 온몸이 칭칭 묶인 채 카리브디스의 사당에서 멀리 떨어진 오물 처리장에 내던져졌어요. 루비는 자신에게 음식을 갖다 준 다른 아이에게 그 소식을 듣고는 그때까지 참았던 울음소리를 터뜨리고 말았어요. 자신을 구하려다 갇혀버린 브랜에게 미안했고, 또 항상 할아버지와 어부 삼촌들을 위해 힘든 따개비 따는 일을 묵묵히 행하는 멋쟁이 브랜을 다시 볼 수 없게 된 게 슬펐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흘러, 루비가 제물로서 바쳐질 날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사당 근처에 모여 기도를 올렸고, 최고참 어부는 눈시울을 적신 채, 검고 풍성한 드레스로 치장한 손녀딸을 안고 번쩍 들어올렸어요.

"할아버지, 저 죽기 싫어요..."

루비가 울면서 말했지만, 최고참 어부는 애써 손녀의 말을 무시했어요. 그런데 그 때, 누군가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멈춰! 이 살인자야! 당장 걔 내려놔!"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아닌 브랜이었어요. 브랜은 루비를 구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오물 처리장에서 날카로운 물건을 찾아 스스로 밧줄을 끊고 루비를 찾았지만, 그동안 루비가 구석진 곳에 숨겨졌기 때문에 찾지 못하다가 사람들이 제사가 시작되었다고 떠들어대자 그제야 루비를 구할 곳을 찾아서 달려든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브랜은 저만치 멀리 있었고, 최고참 어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그 근방에 없었지요. 결국 최고참 어부는 루비를 냇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의 물살 거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던져 버렸어요. 루비는 비명을 지르며 소용돌이를 향해 날아가다가 물에 빠져버렸고, 그 한가운데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버렸지요.

"안돼!!!"

브랜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 루비를 보고, 자기도 그 지점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하지만 물살이 너무 세서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고, 브랜 자신도 루비를 찾기 위해 밥을 굶고 잠을 안 자며 뛰어다녀서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어요. 결국 둘 다 다시 나오지 못했지요. 마을 사람들은 수호신께서 여자아이만 제물로 바치라 했는데 남자아이가 같이 들어와서 노하셨을까 걱정했어요. 그러자 촌장이 나서서 그들을 말렸어요.

"걱정하지 마세. 우린 우리가 할 일을 끝마쳤고, 저 소년은 원해서 들어갔을 뿐이니. 이제 돌아가서 방어 태세에나 힘쓰세."

카리브드 마을 사람들은 그 말에 따라 다시 자기 있을 위치로 돌아갔어요.


그때,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온 루비는 물살에 휩쓸리면서 깊은 곳으로 쭈욱 가라앉았어요. 숨이 막히고 춥고 아픈 것도 괴로웠지만, 늘 자기를 보면 웃으며 인사하고 가끔 먹을 것을 내어 주던 어른들이 어느 순간 태도를 바꿔 죽을 것을 강요하고, 고된 고기잡이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 들꽃 한 송이를 주면 따뜻하게 안아 주던 할아버지마저 자기를 직접 세찬 강물에 던져 버리는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 제일 고통스러웠어요. 그렇지만 루비가 차디찬 강물 속에 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흘려도 눈시울이 뜨겁지 않았어요.

'왜 마을 사람들이 날 버린 걸까?'

루비는 절망하며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았어요. 카리브드 마을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가슴 한켠에 묵히면서 말이에요.


바로 그때, 무언가 위에서 자기를 향해 함께 가라앉는 것이 보였어요. 자세히 보니 브랜이 아니겠어요? 브랜이 루비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어서는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 애써 손을 뻗은 채, 물 속이라서 잘 들리지 않지만 입을 움직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루비!"

루비는 방금 전까지 품었던 나쁜 생각들을 싹 잊고 브랜을 만난 기쁨만으로 가득 차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어요. 하지만 그 손을 잡을 수는 없었어요. 아래에서 무언가 루비를 붙잡고 끌어당겼기 때문이에요. 루비는 깜짝 놀라서 브랜을 향해 발버둥쳤지만, 그럴수록 무언가는 더욱 세게 루비를 붙잡고 끌어냈어요. 그리고는 루비가 밑바닥에 닿을 무렵에 그의 눈앞에 나타났어요.



"이제 모든 것을 갖추었구나."

루비를 끌어당긴 것은 이렇게 말을 하며 물 아래 심연에서 모습을 드러냈어요. 양옆으로 뻗어 날개나 지느러미처럼 보이는 껍데기 파편, 온통 딱딱한 껍데기에 둘러싸인 몸통에 그 윗부분에 달린 수백 개의 이빨이 박힌 거대한 입. 루비는 한번도 그런 괴물을 본 적이 없었지만,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어요.

"카리브디스님..."

맞아요. 그가 바로 카리브드 마을의 수호신, 카리브디스였어요. 카리브디스는 커다란 입에서 길쭉하고 유연한 촉수를 뻗어 루비의 온몸을 휘감았어요. 루비는 지렁이 같은 게 자기 몸을 감싸는 것이 불쾌하고 무서웠지만, 이미 온몸에 힘이 빠져서 발버둥칠 수조차 없었어요. 절망한 루비에게, 카리브디스가 촉수 하나로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을 걸었어요.


"나는 위대하고도 당연한 원리에 따라, 곧 신들의 전당으로 떠나야 한다. 그러나 이 땅의 사람들은 여전히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귀여운 아이야. 너에게 내 힘을 나누어 줄 테니, 그것으로 이 땅을 지키거라. 그러면 너와 함께 빠진 저 소년도 구할 수 있으리라. 또, 그가 너의 신랑이 되어 영원토록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으리라."


루비는 숨이 막히고 지쳐서 그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지만, 브랜을 구하고 남편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만은 머리에 직접 꽃히듯이 생생하게 들렸어요. 루비는 전부터 결혼을 한다면 늘 힘들게 열심히 일하면서도 자기 앞에서는 미소를 띠어 주는 브랜과 결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카리브디스에게 청했어요.

"카리브디스님, 카리브디스님의 말에 따를게요. 그러니 브랜을 구해주세요..."


그러자 카리브디스는 방금 전까지 루비의 뺨을 만지던 촉수를 루비의 입속에 깊숙이 집어넣었어요. 루비는 목구멍으로 촉수가 꾸물거리며 강제로 자꾸 들어오는 것이 괴로웠지만, 멈출 수 없었어요. 그 촉수 한 가닥만이 아니라 방금 전까지 루비의 온몸을 감싸던 다른 촉수들, 입가에 박혀 있던 이빨들과 입술, 껍데기 안쪽에서 나온 내장처럼 보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껍데기 안쪽 파편까지 루비의 입 안으로 모두 들어가 버렸어요. 입이 찢어지고 배가 터질 것 같은 느낌 탓에 루비는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웠어요. 하지만 입이 막혔기 때문에, 비명을 지를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째서였을까요? 껍데기까지 전부 들어오자, 루비는 온몸이 찢겨 피가 물 속에 퍼지는 끔찍한 감각을 느꼈지만,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어요. 아픈 게 사라지자, 비로소 주변 경관이 눈에 들어왔고, 흐르는 냇물에 휩쓸려 바다 쪽으로 떠밀려 가는 브랜의 모습도 보였어요. 루비는 브랜을 따라 바다로 갔어요.


브랜이 냇물줄기 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바닥에 있는 기둥처럼 솟은 바위에 걸려 더 이상 떠내려가지 않게 되자, 루비는 양손을 뻗어 브랜의 열굴과 손을 어루만졌어요. 늘 바깥에서 고된 일을 해서 시커멓게 타고 살결이 푸석푸석해졌지만 밝은 미소를 띨 수 있는 얼굴과 상처투성이에 손톱이 부러지고 갈라진 투박한 손을 보니, 루비는 뺨이 화끈거리고 가슴과 배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 뜨거운 것이 차가운 바닷물과 뒤섞여 딱 좋은 온도가 되자,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루비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브랜의 입에 자기 입을 갖다 대었어요. 루비의 첫키스였지요. 그러자 방금 전까지 숨을 못 쉬어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던 브랜이 눈을 뜨고, 눈앞에 루비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에 있고 입에 무언가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자 당황스러워서 발버둥쳤어요.


하지만 루비는 그럴수록 더욱 세게 브랜을 껴안고, 브랜의 입속에 직접 숨을 불어넣었어요. 그 덕분에 브랜은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었지만, 동시에 루비처럼 온몸이 뜨거워졌어요. 루비는 브랜의 얼굴이 빨개지고 뜨거워지는 것을 눈치채고 브랜의 옷을 전부 찢어버렸어요. 어째서인지 힘이 세져서 조금만 잡아당겼는데도 옷이 낡은 종이처럼 손쉽게 찢어졌죠. 그러자 갈비뼈가 드러났지만 팔다리와 가슴에 드러난 잔근육과 차가운 물살 탓에 새끼손가락만큼 쪼그라든 고추가 눈에 들어왔고, 루비는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어요.



브랜도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루비의 모습이 제대로 눈이 들어왔어요. 방금 전까지 자기 얼굴에 갖다 대었던 뺨에 뽈록 나온 젖살, 커다랗고 맑은 눈동자, 그리고 방금 전까지 자기와 키스를 하던 도톰한 핑크빛 입술은 이런 뭐가 뭔지 이해 안 되는 순간에 봐도 매우 귀엽고 예뻤어요. 그런데 무심코 아래쪽을 보자 또 당황스러웠어요. 루비가 아무것도 안 입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브랜 것보다 가늘지만 부드럽고 도톰한 살에 감싸여 말랑말랑한 팔뚝과 허벅지, 얼굴의 젖살보다는 뽕긋 튀어나왔지만 어른들처럼 공이나 물풍선 모양을 이뤄서 쪼물딱거리기 좋을 만큼은 자라지 못하고 끝부분에서 젖꼭지만 딱딱하게 치켜올리는 젖가슴, 제법 살이 적어 양옆으로 갈라진 배와 그 아래쪽 한가운데에 뚫린 조그마한 배꼽, 늘씬하게 뻗다가 골반 근처에서 살짝 바깥으로 휘는 굴곡을 드러내는 허리, 말캉거리면서도 탄력이 있는 엉덩이가 그대로 눈에 들어왔어요.


하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루비의 다리 사이에 살짝 숨겨진 잠지였어요. 조그많게 갈라진 틈새 사이로 다른 곳보다 뜨거운 열과 비릿하지만 계속 맡고 싶은 희한한 냄새를 방출하는 잠지 말이에요. 브랜은 잠지 냄새를 맡자 왠지 모르게 고추가 뜨겁고 아팠어요. 무언가 안에서 꽉 조이는 것에다 넣지 않으면 터져 버릴 것 같은 괴롭고 이상한 느낌이었죠. 거기에 그런 고추를 집어 넣으면 딱일 것 같은 구멍, 즉 루비의 잠지가 보일락말락 허벅지를 비비며 고추 앞에서 알짱거리니 미칠 것 같았어요. 그러자 루비는 브랜의 마음을 눈치채고 씩 웃으며 귓가에 속삭였어요.


"참.지.마."


그 말을 듣자 브랜의 고추가 갑자기 껍질이 벗겨지고 커지는가 싶더니 점점 길게 뻗어나갔고, 어느 방향으로든 휘고 돌돌 말릴 수 있을 만큼 유연해졌어요. 브랜은 처음 느끼는 감각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뜨거워진 몸을 루비의 몸에 비비고 고추로도 루비의 몸을 휘감고 허리를 흔들어 대기 시작했어요. 루비는 그런 브랜을 보고 눈웃음을 짓더니, 어딘가에서 껍데기 한 쌍을 꺼내 브랜 뒤에 있던 기둥 모양 바위에 처박고는 그것들을 넓게 펼쳐 두 사람을 둘러싸는 벽으로 만들었어요. 그 모습이 밖에서 보면 거대한 따개비 껍데기 같았어요. 브랜이 주변 광경이 바뀌어 멈칫한 사이, 루비는 다리를 활잘 벌려 잠지를 보여 주면서 말했어요.


"여기야."


브랜은 루비의 잠지를 응시하며 숨울 헐떡이다가, 곧 무언가를 깨달아 거기에 얼굴을 박고 갈라진 틈을 핥았어요. 왕사탕을 핥아먹듯이 침을 잔뜩 묻혀가며 구석구석 혓바닥을 날름거리자, 루비가 잠지를 더욱 뜨겁게 하면서 새콤한 맛이 나는 액체를 몇 방울씩 뿜기 시작했어요. 브랜의 혀는 그 액체가 너무 맛있다고 느껴서, 더욱 격렬하게 낼름대면서 그 맛을 탐했고, 루비는 더욱 더 황홀해져서 브랜의 얼굴을 사타구니에 박은 채 허벅지를 조였어요. 그렇게 두 사람의 체위는 더 음란해졌어요.


하지만, 루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족함을 느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브랜의 얼굴을 더 강하게 잠지에 비벼댔어요. 그래도 마음 속 어딘가의 부족함이 채워지긴커녕 더 커져갔고, 루비는 점점 짜증이 났어요. 그 순간 문득 브랜의 몸을 보니, 길게 뻗어 꿈틀거리던 브랜의 고추가 어느새 더 쭉쭉 자라서 브랜의 키를 넘어설 만큼 길어진 게 보였어요. 고추는 껍데기 안쪽에서 벽을 타고 뻗어오르고, 브랜과 루비의 몸을 감싸기도 하면서, 끝부분이 루비의 얼굴을 맞대며 사랑스럽게 지켜보듯이 루비와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가만히 있었어요. 그제야 루비는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고는, 고추 끝부분에 얼굴을 들이밀고 키스를 한 뒤 다시 다리를 벌리며 말했어요.

"이제 들어와... 이 멋진 고추를, 내 잠지에..."



브랜은 그새 엄청나게 길어져서 1km에 육박하게 되었지만 굵기는 그대로인 고추를 요란하게 휘두르며 풀어헤친 뒤, 끝부분을 루비의 쪽 하고 갈라진 잠지에 갖다 대었어요. 그러자 루비가 '앗!' 하며  한 순간 움찔거리며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새콤한 물을 뿜었어요. 브랜의 고추는 새콤한 물에 절여지자 더 이상 참지 않고 잠지 틈새로 쑤욱 들어가 버렸어요. 안쪽에는 가로로 주름이 잔뜩 난 채 꿈틀거리는 통로가 있고, 더 안쪽에 갑자기 확 좁아지는 지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고추는 회오리를 그리면서 깊게 들어와 루비 잠지 속 주름들의 틈새를 꽉꽉 채워 주고는, 끝부분의 좁은 구멍 쪽으로 향했어요. 중간에 얇은 막 같은 게 있었지만, 뚫어서 찢어버리고는 목표로 삼은 구멍으로 쏙 들어갔어요. 


그 안에는 아까 전의 통로보다 더 주름이 많이 진 공간이 나왔어요. 고추는 이번에도 유연한 몸체로 주름 틈새를 하나하나 채워 가며 들어갈 곳을 찾았어요.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두 개가 보였어요. 고추는 어디로 갈지 망설였지만, 두 구멍 중 한 쪽에서 강렬한 무언가로 자기 쪽으로 오라는 느낌을 주어 그곳으로 뻗어나갔어요. 그곳에는 뭐가 있었을까요? 바로 막 나팔관에서 나온 난자였어요. 복슬복슬한 방사관을 입은 동글동글하고 깜찍한 난자 말이에요.


루비는 브랜의 고추가 잠지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두 느낄 수 있었어요. 카리브디스의 힘을 얻고 그만큼 잠지 안이 민감해졌기 때문이죠. 고추가 잠지 구멍 속 주름 사이에 꼭꼭 들어찬 채 덜덜거리고 꿈틀거리면서 표면을 자극하고 주름 밖 튀어 나온 부분을 꼬집자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시큰거림과 짜릿함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었고,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어요. 하지만 루비는 온 힘을 다해 정신을 잃지 않도록 버텼는데, 카리브디스의 본능에 따라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였어요.


고추가 자궁에 다다라서 아까처럼 자궁내막 틈새를 비집고 들어차자, 방금 혀 집어넣을 때 느꼈던 부족감이 완전히 사라지고 행복만이 차올랐어요. 자신의 전부를 줘도 모자랄 만큼 사랑하는 브랜이 자신조차 직접 만져보지 못했던, 자신의 아주아주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벌어지고 파인 곳을 모두 채우고,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힘차게 움직이면서 안쪽을 뒤흔들어 주니, 브랜이 자신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 실감이 되고 너무나도 만족스럽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아직 정신을 잃으면 안 되었어요. 카리브디스의 본능이 다시 한 번 루비에게 속삭였기 때문이지요.

'아기 알을 뿜자. 아기 씨를 받자. 아기를... 낳자...'

이에 루비는 즉시 자궁과 난소에 온 감각을 집중했어요. 그러자 한쪽 난소에 반응이 왔고, 아기 알, 즉 난자를 뿜을 준비를 했어요. 루비는 즉시 그쪽 난소를 조종해서 브랜의 고추 끝부분을 그쪽으로 유혹하고는, 곧바로 난자를 만들어 유혹에 넘어간 고추 끝부분과 만나게 했어요. 그렇게 루비의 첫 난자는 자기를 아기로 만들어 줄 아빠 브랜의 고추 구멍과 만나 서로 입을 맞추었고, 그 감촉이 그대로 브랜에게 전해지자, 브랜은 고추를 움직이기 위해 쌓아 둔 힘을 전부 뽕알로 옮겨 생애 처음으로 정자를 생산해 냈어요.


원래 생애 첫 정자는 여자를 임신시키기 힘들 만큼 약하고, 양도 매우 적어요. 그런데도 브랜의 뽕알은 사랑하는 루비를 영원토록 아내로 삼겠다는 일념 하나로 정자를 미친듯이 생산해서는 정액에 다 담지 못해 몰캉거리는 덩어리 꼴이 된 정액을 한 바가지는 될 만큼 만들어서 내보냈어요. 꿈틀거리는 정액 덩어리는 잘 흘러가지 못해 천천히 이동하면서 요도를 확 넓혔는데, 그러면서 브랜의 고추가 들어찬 잠지 구멍 속 틈새들을 꽉꽉 조여 루비에게 더욱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어요. 이에 루비도 정액이 곧 다가오는 것을, 그것도 심상치 않은 양이 뿜어 나올 것을 알아채고 난소에서 난자를 더 만들어 냈어요.


정액은 질주름 틈새를 꼬물꼬물, 자궁 내막 주름 틈새를 꾸물꾸물, 나팔관을 꿈틀꿈틀 기어와 드디어 고추 구멍에 다다랐어요. 구멍 밖에는 정액 속 정자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수로 떼지어 모인 난자들이 바로 앞에서 대기하다가, 정액이 뿜어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쏟아지는 정자들을 빠르게 잡아채 수정되었어요. 그동안 루비는 완전히 브랜의 아내, 브랜만의 암컷이 된 것에 대한 충족감과 행복감에 드디어 더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어버렸어요. 그리고 사정을 끝낸 브랜의 고추는 다시 짧아지면서 밖으로 빨려나갔고, 갑작스러운 부피 변화로 인해 고추를 따라 밖으로 나온 수정란들은 그대로 자궁에 다다라 착상되었어요. 수정되지 못한 나머지 정자가 섞인 정액들은 다시 수정란들에 흡수되어 영양분이 되어 그들을 성장시켰어요.


첫 성행위에서 지금껏 몰랐던 쾌락의 맛을 알아 버린 루비는, 자신에게 쾌락과 사랑을 준 남편 브랜을 꼭 껴안으며 속삭였어요.

"여보, 사랑해요..."

브랜도 화답하듯 루비를 힘껏 껴안고 '나도 당신을 사랑해'라며 루비의 마음을 뒤흔들었어요. 그러자 루비의 질도 함께 진동을 뿜어 아직 질 끝부분에 남아 있던 브랜의 고추에서 약간의 액체를 뿜어냈어요. 그것은 요도에 아직 남아 있던 정액이었는데, 영양분을 너무 함유해서 무거워진 정자들이 걸려서 흘러가지 못한 덩어리들이었어요. 그렇게 나온 영양 만점 정액은 수정란들에게 먹혀 버렸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은 수정란들은 쑥쑥 자라서 삼십 분만에 출산해도 될 만큼 성장해 버렸어요.


루비는 다 성장한 아기들을 자궁에서 내보내 낳아 버리고는 카리브드 마을에 피해가 갈 만한 위치가 아니라면 어디든 정착해 살아갈 것을 당부한 뒤 그대로 떠나보낸 다음, 다시 자궁에 빈자리가 생겼으니 또 섹스를 하자고 브랜을 졸라댔어요. 브랜도 다시 고추를 꿈틀대면저 그러자고 했고, 음탕한 난리가 또 한바탕 시작되었죠.그렇게 두 사람, 아니 카리브디스와 그녀의 배필은 단시간에 수없이 많은 자식을만들어 바다에 흩뿌렸어요.


훗날 황국의 군대가 이전에 사신을 통해 선포한 대로 수많은 군함을 이끌고 카리브드 마을을 침략했어요. 왕국의 병사들과 마을 사람들은 결사항전을 각오하며 전투 대세를 갖추었죠. 그런데,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오던 군함들이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더니 몇 개는 선체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조금씩 가라앉는게 아니겠어요? 왕국 군대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화살과 돌, 포탄을 잔뜩 쏘아 맞춰 적군의 함대를 엄청나게 많이 가라앉혔어요. 이에 몇몇 황국군이 배에서 뛰어들어 헤엄을 쳐서 육지에 침입하려고 했지만, 해변을 밟자마자 고통을 호소하다가 피를 흘리며 죽어갔어요. 살아남은 황국군은 공포를 느끼고 도망치는 사람들뿐이었죠.


왕국군은 승리를 확신하고는, 가라앉고 망가진 적군 군함으로 가서 생존자나 전리품을 찾으려 했어요. 그런데 망가진 배를 살펴보니, 수면 아래에 있던 부분에 수없이 많은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아니겠어요? 군함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던 건 이 따개비들이 배에 들러붙어 이동을 방해했기 때문인 게 틀림없었어요. 게다가 해변을 밟고 죽은 적들의 시체도, 어느 순간부터 해변 바닥에 자란 엄청나게 많은 따개비를 밟고 발이 찔리고 베여 피를 많이 흘려서 죽은 것이었어요.



"카리브디스 님이다! 카리브디스 님께서 우리를 보호해 주신 거야!"

촌장의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동감하면서 카리브디스 사당으로 달려가 감사의 기도를 했어요. 물론 그들이 사당에서 뭘 하든, 바위 기둥에서 신혼집을 차리고 섹스 삼매경에 빠진 루비와 브랜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루비와 브랜은 자기들도 모르게 카리브드 마을의 새로운 수호신이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