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전학생은 늘 오곤 한다.
학교란 공간의 특징이다.

그리고 오늘도 따분하다. 하품을 내쉬고는 선생님이 얘기하는 소리에 집중한다.

"오늘 새로운 전학생이 온다. 다들 톡으로 전해들었지?"

"네에-"

기운 빠진 소리가 합쳐졌다.
그들 모두 전학생을 어떻게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기대하던 전학생이 걸어온다.

평범한 교복.
그리고 머리에 둘러진 헤어핀.

그러나, 눈길을 사로잡는 선명한 이목구비.
가녀린 몸매, 그와 비견되게 약간 부풀어오른 가슴팍.

몸매 좋은 미녀. 단 한 문장으로 축약될 사람이었다.

"반가워요."

첫 문장은 그렇게였다.
나는 이때까지 알지 못했다.

"이름은... 한이라고 해요."

그녀가 3년 전을 끝으로 더 보지 못한 소꿉친구였을 줄은.

*

*

*

"그러니까 아림아, 주눅들지 말고. 편하게 지내? 몸 바뀌었다고 힘들어하진 말고. 엄마는 늘 아림이 응원하니까."

"네."

머리를 매만지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잘못 건드려버리면 그대로 죽어버릴 연약한 동물처럼.
별반 다른 얘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국가에서 통제하는 질환인 우발적 성전환 사태.
유전자 중에 성별이 포함되어있는 요소를 전부 다른 성으로 바꿔버리는 질환이었다.
공통점으로는, 대부분 부모의 특징을 닮았지만 미남미녀로 바뀐다는 것.
—그리고 거의 절반의 경우가 정신 질환을 겪는다는 점들도 있었다.

내가 그 사람이었다.
얼굴은 평범하게 잘생겼다 소리를 들었지만, 성전환 이후에는 평범한 미인이 아니었다.
엄마가 말하길, 자기가 어렸을 때보다 배는 예뻤다고.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서 그녀의 희망에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실제로 그럴진 모르겠지만.

질환자는 기본적으로 1년에 2,3명이 평균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총 278명 정도 나온 것을 보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은, 공권력이 투입되기 충분했다.

신분은 모두 변경되었고, 질환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았다.
놀라움은 오직 그 마을 내에서만 한정될 뿐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사는 어쩔 수 없었다.
하루아침에 설명조차 못하고, 인사조차 못하고 이사를 해야했다.
그렇게 떠나길 몇년.

"...우리 고향으로 돌아갈까?"

어느날, 엄마가 아빠한테 말했고.
아빠는 나한테 의사를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마침내 다시 살던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질환 지원금으로 집은 더 좋아졌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인연들이 전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내가 알던 사람의 대부분은 이사 갔고,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느낄 참이었다.

"...."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확실했다. 내 친구였다.
어릴때부터 친했던 친구.

...진혁.

*

*

*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아림이 자리에 앉자마자 반의 아이들이 몰려가서 물을 수가 없었다.

"너 진짜 예쁘다, 혹시 연습생 같은 거 해?"

"아, 아니."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건? 따로 없어?"

"햄 볶음..."

"취미 같은 건? 뭐야?"

"...."

명백하게 당황스러워 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다가, 아림의 얼굴을 바라봤다.

"저기, 잠깐만 따로 얘기해도 괜찮아?"

"...."

아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을 잡고서 교실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점점 더 커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쓸데 없이 오해할 게 생긴 것 같은데.

*

*

*

손을 잡았다라.
이러면 소문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운데.

...상관 없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느새 복도 끝쪽에서 나를 바라보는 진혁이 보였다.
목소리를 들으니 확실했다. 조금 더 굵어지고, 남자스러워지긴 했지만.
내가 알던 친구 진혁이었다.

"...진혁아?"

내가 그렇게 물었다.
진혁은 숨을 토해내면서 말했다.

"너..., 걔 맞아?"

"...누구 말하는 건데?"

"3년 전에 이사갔던 얘. 아림이."

"...."

나는 말없이 미소지어보였다.

"저기, 그게 그렇게 중요해?"

"뭐?"

"어차피 너랑 나, 관계가 똑같을 거라고 생각할 건 아니잖아. 그걸 기대하고 물은 거야?"

나는 슬쩍, 손으로 진혁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그리고 나, 너 몰라."

그렇게 말했다.
물론, 거짓인 건 확실했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서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도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우리가 다시 친해진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관계를 성립할 수 없음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얘기했다.

나와 너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예상했다.
여기에서 진혁이 멀어지리라고.

"그러면 다시 친구하면 안 돼?"

"...뭐?"

"그냥 다시 친구 하자고. 아, 다시가 아닌가."

그렇게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 진혁이 이렇게 얘기했다.

"너 게임 하는 것도 좋아하고, 엄마가 만들어줬던 햄 볶음도 좋아하잖아. 시간 나면 먹으러 오러고. 그냥..."

"...."

"하자고. 친구."

이런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

나는 진혁을 바라봤다.

"친구, 하자고?"

"응."

"나는...."

말을 맺지 못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친구... 하고 싶은데...."

그러나 두렵다.
이전과는 같은 관계가 되지 못할까봐.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 때문에.

"...."

이렇게, 나도 모르게 몸을 붙이고.
친한 사람을 무심코 홀려버리게 하는, 그런 몸짓을 하고도.
친구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할, 게."

그러나 희망에 걸어봤다.
나는 애써 미소지어보였다.

친구 하고 싶어.

친구.












더블 주인공은 이런 거 아닐까요?

ㄹㅇ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