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이른바 클리셰로 정착된 악역영애라는 사람.
가문의 힘을 등에 업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은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몰락시켜버리는 그런 악인.
나는 그런 인간의 하나뿐인 여동생으로 태어났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면 가문의 사용인에게도 개지랄을 하는 미친년이 유독 나한테는 그러지 않는다는걸까.
나에게는 정을 주며 잘해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미지근한 그런 관계.
어차피 나는 재능 하나 없는 범부인데다가, 가문의 승계권은 언니에게 있었으니 찍어 눌러야 할 대상으로 보이지 않았던 덕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은, 그런 언니가 답지 않게 내게 말을 걸어왔다.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투정을 부리는 듯한 그런 말들이었다.
이번에 아카데미에 웬 배경 하나 없는 평민년이 입학했다느니, 그런 주제에 자신에게 대들면서 따박따박 말대꾸하는게 싸가지 없다느니, 그런 년은 확실하게 밟아줘야 본보기가 된다느니 하는 이야기.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다.
언니가 나한테 이러는게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또 불쌍한 사람이 우리 미친 언니년한테 찍혀버렸구나하며 무사를 빌어줄 뿐이었다.
그냥 그걸로 끝일 줄 알았다.
"미, 미안해요 엘레나... 저 때문에... 저 때문에... 그 미친년이 엘레나를... 안 돼... 하나뿐인 내 동생만큼은 안 되요..."
"언니?"
그런 일상 속에서 갑자기, 언니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집에 돌아와선 나를 끌어안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중얼거리기 전까진 말이다.
그 이후로 언니는 두 번 다시 아카데미에 나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걸까.
간혹 집으로 언니의 이름이 적힌 편지가 도착하는 날에는, 언니는 사형 선고가 예정 되어있는 사람처럼 파들들 떨며 그 누구도 편지를 열어보지 못하게 하고선 자신의 방에 가져갔다.
그렇게 언니가 방으로 편지를 들고 가 방문을 잠군 뒤에는 언니의 방에서는 해소될 수 없는 분노, 떨쳐낼 수 없는 공포, 돌아갈 수 없는 후회,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 되돌릴수 없는 절망의 감정이 뒤죽박죽 뒤섞여 들려온다.
언니는, 자신이 해왔던 행동을 매우매우 후회하는 것 같았다.
무엇이 언니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또다시 어느 날, 이번엔 언니가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당연히 집안은 난리가 났다.
나는 날 때부터 병약해 가문을 이을 수 없던 몸이었던 탓에, 우리 가문에게는 언니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런 유일한 가문의 승계자였던 언니가, 갑자기 광인이 되어버려서 집 안에 틀어 박히더니, 아예 종적을 감추어 버렸으니, 집안 사람들은 미칠 지경이었을 거다.
나는 그런 언니가 남기고 간 유일한 단서인 편지를 뜯어 읽어보았다.
어쩌면 언니가 사라져버린 이유가, 광인이 되어버린 이유가 적혀 있지는 않았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그 인간에게서 가족으로서의 정을 느끼고 있던건 아니었다.
그냥 언니가 사라져버리면, 나도 많이 곤란해지니 그랬을 뿐.
'미안해요 엘레나. 모든 건 저의 탓이에요. 그러니 부디 도망쳐주세요. 그 악마가 낳은 여자가 당신을 잡아먹으러 찾아오기 전에.'
편지의 내용은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당했길래 언니가 이런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내게 경고한단 말인가?
어찌되었건, 범상치 않은 일임은 분명했다.
나는 사용인들을 시켜, 당장 챙겨야할 중요한 재산들과 필수품만을 가지고 피난길에 오를 준비를 했다.
그렇게 집을 떠나려는 찰나, 똑똑.
두 번의 두들김 이후 집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감이 좋지 않다.
언니가 경고한 그 존재가 지금 문 앞에 있다고,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귀족으로서 손님을 그냥 내쫓아버리면 안된다는 생각과, 언니를 광인으로 만든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내게 그 문을 열게 해버렸다.
"...누구?"
"어머, 당신이 엘리스 양의 여동생이신가요? 후후, 듣던대로 아주 귀여우신 분이네요."
철컥.
반응할 틈도 없이 목에 무언가 걸렸다.
"이, 무슨...?! 이게 무슨 짓이신가요!"
"오늘 처음뵙는 사이지만... 잘 부탁드려요? 이제부터 당신을 포함한 이 집의 모든 것은 제 소유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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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는 악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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