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래빗 출전하는 날이라 써보는 글


키붕이들에게는 익숙할 래빗 피니시 대사인 무시무쥬는 없을無 처음始 없을無 마칠終으로 이뤄진 불교 용어임

기본적으로 불교에서는 존재를 설명하는 하나의 방편으로써 '12연기'를 말함
불교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 이것이 없기에 저것도 없다"로 알려진 그 것
모든 것은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의존해 존재한다는 불교의 존재에 대한 설명임

미스텔이 지금껏 관찰자의 입장에서 외로히 지냈는데, 빡통즈를 만나면서 많은 도움과 마음을 주었다는 것
빡통즈의 존재로 하여금 샤니아트의 의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는 것을 통해서 
존재 확립에 있어 관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함
빡통즈 또한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 있기에 그들과 비교해 빡통인 것이지 그 셋만 있다면 서로가 빡통인지 모르겠지..



12연기를 간단히 얘기하자면, 무명-행-식-명색-육입-촉-수-애-취-유-생-노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노사의 전제로 생이 있고, 생의 전제로 유가 있음... 으로 존재 의미를 설명함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순환하기 때문에, 한번 죽고 나면 끝나지 않음
무명(무지함)을 없애지 못한 채로 죽게 되면 다시 무명으로 하여금 태어나게 됨
그렇기에 태어남과 죽음은 단지 윤회의 사이클 안에서 관찰할 수 있는 하나의 순간일 뿐 시작이나 끝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


1.5부에서 래빗이 희생하며 육체는 소멸했지만 이데아 차원의 존재이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서

죽음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기에 시작도 끝도 없다는 대사가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함

어차피 죽음과 남이 아침을 먹는 것과 비슷한 하나의 사건이라면 딱히 시작과 끝을 구분짓지 않는 것처럼 ㅇㅇ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인 무아('나'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음)

혹은 무상(영원한 것은 없음)은 이를 통해서 설명되기도 함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의 아들, 딸이거나 혹은 누군가의 친구, 가게에서는 고객, 붕챈에서는 키붕이라고 한다면

호칭 전부를 제외했을 때 '나' 라는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 결국 '나'라는 존재는 관계성 속에서 정의되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 모든 것을 단절하고 나를 말할 수 없다는 것

이런 사이클이 끊임없이 반복하기에 '나'라는 존재는 변화하는 사이클 속에서의 한 순간일 뿐이지, 그 것을 같다고 할 수 없음. 
만약 영원했다면 낙원에서 느꼈던 뽕맛이 내일도, 모레도, 1년 뒤에도, 죽기 전에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함..
영원의 낙원이 정말 영원하다면 엘리시아는 죽지 않았어야 하고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한번 악역이 영원한 악역이지 않고, 한번 선역이 영원한 선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1.5부 마지막에서 비타, 세오와 래빗이 남아있게 되는 곳이 푸루샤(이후 계명성으로 불리는)라고 나오는데,
이건 불교는 아니고 엄밀히 따지면 고대 인도 철학에 가깝지만.. 종교의 용어를 가져왔을 수 있음

https://arca.live/b/hk3rd/87776338?mode=best&p=1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폴로스는 그리스에서 가져왔는데
푸루샤는 특이하게 완전히 다른 동양 철학에서 가져왔다는게 좀 신기하긴 함..

요가에서 세계 전변을 말하기 위한 것으로 पुरुष Puruṣa는 인도 상키야 학파에서 '순수정신'이라 칭해짐
번뇌, 업, 과보, 잠재력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수한 순수정신(참자아)이라는 뜻
sattva(조명성=*순질), rajas(활동성=*동질), tamas(정체성=*암질)로 구성된 प्रकृति (Prakriti, 근본원질)가 Puruṣa와 결합하게 되면
균형이 깨져서 세상이 변화되어 나타나게 된다(=전변)고 이야기함
prakriti가 결합하면 '나'가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ego를 형성함

그래서 어떻게 본다면 사와 비타의 관계를 Puruṣa와 Prakriti로 놓고 볼 수도 있고,
폴로스와 헤스퍼를 Puruṣa와 Prakriti로 볼 수도 있음
근데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썼다기 보다는 그냥 있어보이는 이름을 가져와서 쓰는거니까
꿈보다 해몽일 뿐 아무 의미도 없을 가능성이 아주 큼 ㅋㅋ


또, 사 보스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의 이명 또한 불교 용어에서 따온 것


일심삼혹이라는 말은 없고, 일심과 삼혹을 합쳐서 붙여둔 것인데

일심이라는 것은 불교에 귀의해 반야의 지혜(부처가 가진 궁극의 지혜)를 닦아 도달해야 하는 참된 마음을 의미함

삼혹은 세가지 번뇌를 이야기하는데
우주의 진리를 알지 못해 일어나는 번뇌인 견사혹
보살이 중생을 교화할 때 무량무수한 법문을 알아 자유자재로 구제하지 못한다는 진사혹
미혹의 근본을 이루어 지혜의 밝음이 없는 번뇌인 무명혹 세가지로 이뤄짐

사실 일심삼혹이 뜬금없이 왜 나온지는 전혀 모르겠음



성주괴공成住壞空 
탄생, 존속, 파괴, 사멸
우주와 세계의 탄생부터 사멸까지의 시간을 네 개의 겁으로 나타낸 것임
'겁' 이라고 하는 시간의 단위는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무한한 시간인데, 세계나 우주가 개벽한 뒤 다음 개벽까지의 시간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대충 1겁을 3억년정도라 계산하기도 함

앞서 말했던 12연기와 같이 존재와 함께하는 것으로 끊임없이 반복되게 되는데
사의 이명을 성주괴공이라 붙였다는 것은 래빗의 육체가 소멸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얘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떡밥일수도 있고 그냥 멋있어서 가져온 용어일수도 있음 ㅋㅋ



그리고 모든 키붕이들의 물음표를 자아냈던
[말나]와 [아라야]는 불교 사상 중 하나인 유식唯識 사상에서 가져옴
붕2 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거기서 나오는 '아라야식' 또한 해당 용어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측됨

유식 사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실체가 있지 않고,
자신의 생각(식)을 통해서 그것이 존재한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을 말함

플라톤의 이데아를 계속 이야기하는 걸 보고 존재론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상계와 이데아를 나눈 것과는 다른 방향


안이비설신 전5식과 6식인 의식, 7식인 말나식(manas-vijñāna), 8식인 아뢰야식(알라야식 ālaya vijñāna)으로 이뤄짐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보다 더 깊은 마음이 있다는 것

말나식은 계속해서 분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하면 아라야식은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저장되는 작용이라 보면 됨
쉽게 생각하자면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습관이 여기서 처리된다고 할 수 있음
아주 깊은 곳에서 작용하기에 아라야식에 의해서 내 모든 것이 필터가 씌워진 것처럼 조종되게 됨

이데아에 있는 양반이 말나 아라야를 왜 얘기하는지는 ㅁ?ㄹ....


붕괴가 중국겜이라 그런건가 불교가 있어보이는 요소가 많은건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원신 수메르에서도 그렇고 붕괴에서도 그렇고 동양 종교나 철학 요소에 대해서 자주 보이는게 아주 반가움
아마 다음에는 큰 붕괴수들을 다뤄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