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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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서부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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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마슈데일 철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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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동계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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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 북부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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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하여 오스틴과 사바트의 명운이 걸린 「북부 결전」은 오스틴의 쾌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기습에 실패한 실프의 부대는 오스틴군에게 반격당해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래라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북쪽 다리의 병사 3만 명 중 태반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그 대가로 오스틴군이 가진 자원의 극히 일부를 불태울 수 있었지만,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는 전과라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참모 실프 노바가 눈을 뜬 건 전황이 완전히 굳혀진 이후였습니다.

 

 사방팔방이 오스틴군에게 포위되어 총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실프는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그녀가 눈을 뜨자 북쪽 다리 지휘관은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고 합니다.

 

『참모님, 죄송합니다. 제 능력이 부족한 탓에 당신이 세운 작전을 완전히 망쳐버렸습니다』

『……』

『염치없는 말이지만, 여기서 탈출할 방법이 있을는지요』

『……기다려라. 잠시 생각해보지』

 

 그녀는 전황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나아가버렸음을 깨닫고 즉시 퇴각을 지시했습니다.

 

 오스틴군은 그녀를 포위한 상태이긴 했지만, 당시 베르디 부대의 수색도 병행하고 있었던 탓에 진형이 불안정했습니다.

 

 실프는 그 점을 간파하고 포위망을 일점 돌파하여 궁지에서 벗어났습니다.

 

 그 뒤 오스틴의 추격을 어떻게든 뿌리친 그녀는 한동안 몸을 사리며 오스틴 영내를 전전하다 밀항이라는 형태로 조국인 사바트로 귀환했다고 합니다.

 

『내 생각이 얕았다. 다음에는 결코 이처럼 되지는 않을 테야』

 

 또한, 그녀의 아버지이자 총사령관이었던 브루스터프는 난전 중에 총에 맞고 사망했습니다.

 

 브루스터프뿐 아니라 수많은 사바트 장교들이 이 전투에서 희생되었습니다.

 

 실프는 귀국하는 배 안에서 언젠가 오스틴에게 복수해주겠다며 입술을 곱씹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만약 실프가 자신의 자리를 지켰더라면…… 브루스터프는 순직하지 않고 끝났을까요?

 

 사실 그 악마 베른이 대량의 함정을 설치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에 어떻게 되든 그는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아리아 대위가 다리를 파괴하는 데에 성공한 시점에서 그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던 거죠.

 

 

 이 북부 결전으로 인한 피해는 양측 모두 상당했습니다. 쾌승한 오스틴조차 약 1만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아리아 대위를 강기슭까지 보내기 위한 과정에서 명을 다한 사람, 아리아 대위와 함께 강에 내던져진 사람, 사바트 병사들의 광기 어린 저항에 목숨을 잃은 사람 등, 오스틴의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또한, 아리아 대위라는 에이스의 순직을 포함해 군을 지탱하던 수많은 인재들을 잃었습니다.

 

 그런 무수한 죽음과 슬픔을 뛰어넘어 왔기에 오스틴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겁니다.

 

 

 

 한편, 패배한 사바트군은 사망자가 만 이천 명에 부상자 이만 명, 그리고 행방불명자 삼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어 사실상 괴멸 상태에 빠졌습니다.

 

 패잔병 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스틴 영내에 남겨진 자들도 많았습니다.

 

 부상병들은 산적으로 변모하여 한동안 오스틴 국민을 괴롭혔다고 합니다.

 

 그들이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리고 행방불명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강에 투신하는 등, 자살한 병사들이었다고 합니다.

 

 목숨 걸고 강을 건너서 살아남은 병사들도 적게나마 있었다는 모양이지만, 대부분은 목숨을 잃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북부 결전이 끝나고, 저와 로들리 군은 행방불명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아군이 강가에서 저와 그의 인식표를 발견해주었다는 모양입니다.

 

 작전 행동 중의 행방불명자는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순직했다고 판단되어 유족에게 순직급여가 전달됩니다.

 

 저와 로들리 군의 경우,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미끼 부대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에 정황상 순직했다고 판단되어 절차대로 처리되었습니다.

 

 그리고 토우리 로우라고 고쳐 써진 제 인식표를 본 베르디 씨는 저와 로들리 군의 무덤을 나란히 두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수많은 희생과 비극을 낳은 동서전쟁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아무리 사바트 연방이라고 해도 그 피해 상황에서는 전쟁을 이어나갈 수 없었던 듯했습니다.

 

 게다가 사바트 민중들의 반전감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사실 정부가 오스틴의 무조건항복 성명을 무시했다」라는 정보가 민중에 퍼지면서 사바트 각지에서 폭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소문을 흘린 당사자인 『노동자 의회』라 불리는 과격파 조직은 민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점차 세력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사바트의 역사에 길이 남을 광인, 레미 울랴코프와 그 동료들이 국가를 장악하게 되는 건…… 그리 멀지 않은 일입니다.

 

 

 

 

 오스틴 수뇌부는 북부 결전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주력군을 플라멜과의 국경선으로 보냈습니다.

 

 플라멜에 대항하고자 세운 작전이 얼마 버티지 못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플라멜은 전쟁 경험은 적지만 인구와 생산력 모두 오스틴을 능가하는 대국이었습니다.

 

 광물자원도 풍부하고 금속 가공 인프라도 뛰어났기에 총화기를 양산할 기반은 충분히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들이 근대전을 익힌다면…… 무시무시한 적이 되리라는 건 명백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염려했던 대로 우리가 사용하는 OST-3형 소총을 노획해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그렇게 플라멜은 조금씩 근대전의 요령과 장비를 학습해 나갔습니다.

 

 오스틴은 현지 주민들의 필사적인 저항으로 시간을 벌었으나, 이는 오히려 플라멜에게 「근대전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쥐이는 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기술적 진보 속도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습니다.

 

 전쟁 초기의 플라멜군은 「공격 정신이 저하된다」며 참호를 파는 것을 꺼리고 평지에서의 돌격을 반복했었습니다.

 

 그런 무식한 전법이었기 때문에 총을 처음 쥐어보는 농민들로도 간단하게 요격할 수 있었고, 전선 또한 길항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플라멜은 도중부터 참호를 활용하여 총병을 메인으로 기용하는 근대전 역량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니 20만 명이라는 압도적인 물량과 여유로운 국력, 그리고 풍부한 생산력의 앞에서 약소한 오스틴군은 승산이 없었습니다.

 

 플라멜의 주무장이 단발식 소총이라고는 하나, 압도적인 병력 차로 인해 전선은 조금씩 위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플라멜과의 개전으로부터 약 2달.

 

 플라멜의 기술자가 OST-3을 참고로 하여 기존의 플라멜제 소총에 『복수 장전을 가능케 하는』 외장형 파츠의 개발에 성공합니다.

 

 이로 인해 플라멜제 총은 3발까지 연사가 가능해졌고 오스틴제와의 성능 격차를 단숨에 좁혔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전선이 밀리기 시작했고.

 

 외장형 파츠의 개발로부터 1개월. 마침내 전선의 일부를 플라멜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개전으로부터 3개월이 지났을 즈음, 급기야 오스틴 남부 도시의 일부가 플라멜의 점령하에 놓이게 됩니다.

 

 

 

 플라멜은 근대전을 이해한 이후부터 파죽지세로 연승을 거듭했습니다.

 

 그들은 순조롭게 영토를 늘려가며 침공을 이어나갔습니다.

 

 

 그걸로 승리를 확신이라도 했던 걸까요.

 

 거듭된 승전보에 들뜬 플라멜군은 기세에 올라 국경 부근의 촌락에서 약탈을 반복하였고 결국.

 

 그들이 수도 윈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오스틴이 자랑하는 살인광 베른 바로우가 전선에 발을 딛는 것을 허락해 버렸습니다.

 

 

 오스틴의 정규군이 전선에 도착하고 나서도 플라멜은 압도적인 수를 믿고 여유를 부렸다는데.

 

 악마 베른이, 그리고 백전연마의 오스틴 주력군이 참전한 그 시점부터 그들의 표정에 여유가 사라지게 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나오십시오, 아르노마 이등위생병. 석방입니다」

「……드디어」

 

 북부 결전이 끝난 직후로 이야기를 돌리면.

 

 스파이 혐의를 받고 구속당해 있던 아르노마 씨는 결전 이후에 해방되었다고 합니다.

 

「이제야 내 결백이 밝혀진 거야?」

「예」

 

 다만.

 

「나 참. 오스틴군의 조사력도 처참하네. 플라멜이었다면 1시간만 줘도 내 짐을 조사해서 진작에 밝혀냈을 텐데」

「그건 면목 없군요」

「그럼 나는 이만 위생부로 돌아가겠어.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호화로운 다과라도 준비해주면 좋겠네」

「……아뇨. 당신은 군으로 복귀할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 보급했던 물품도 돌려주셔야겠습니다」

「이봐 이봐」

 

 당연한 결정이라고 해야 할지, 배신하고 플라멜에 붙을 가능성이 있는 아르노마 씨는 제명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건 대체 누가 내린 명령이야? 그 무서운 여자 대위님?」

「……그렇습니다. 아리아 대위님의 명령입니다. 당신을 제명 처분한 뒤에 석방하라고 하셨죠」

「이런 변경에서 갑자기 내쫓는다니, 그건 참기 힘들겠는데」

「이미 결정된 사안입니다」

「그건 아니지. 이미 혐의는 벗겨진 거 아니었어? 자세한 이유를 듣고 싶어. 아리아 대위님을 불러줘」

「……이제 없어」

 

 당시 아무런 사정도 듣지 못했던 아르노마 씨는 베르디 씨에게 걸고넘어졌지만.

 

「앞선 결전에서 순직하셨다」

「……그건, 유감이야. 그럼 당신에게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베르디 씨의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아르노마 씨는 일단 침착하고 이유를 물었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는 이미 함구령이 풀린 상태였기 때문에 플라멜의 침공 소식은 대부분의 병사들의 귀에 들어가 있었고.

 

 

「플라멜이 선전포고를……?!」

「사실입니다」

「말도 안 돼! 가짜 정보겠지. 내 조국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마침내 아르노마 씨도 자신이 격리되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령부는 당신을 총살하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아리아 대위님께서, 그리고 토우리 위생병장이 간곡히 요청한 덕에 이렇게라도 된 겁니다」

「……믿을 수 없어」

「저희도 물자가 얼마 남지 않은 탓에 당신에게 퇴직금이나 여비를 드릴 여유는 없습니다. 이제까지의 급여는 정산해드릴 테니 그걸 사용해서 플라멜로 귀국하십시오」

「이 상황에 침공이라니, 그건 그냥 약한 놈을 괴롭히는 거잖아! 조국은 대체 무슨 생각이야!」

 

 아르노마 씨는 몹시 당황하며 분개했다고 합니다.

 

 플라멜은 표면상으로는 정의와 규율, 그리고 기사도를 중시하는 국가입니다.

 

 사실 과거에도 종종 비겁한 침략을 저지르곤 했지만, 적어도 플라멜 국민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제명 처분을 받아드리죠. 그리고 제 눈으로 직접 조국이 정말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러시겠습니까. 그러면 감시하에 짐을 챙기는 걸 허락해드리겠습니다」

「그, 중위님. 마지막으로 제 동료들에게…… 꼬마 소대장님에게 인사라도 하러 가면 안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아르노마 씨는 플라멜의 침공에 대해 아직 반신반의하는 상태였습니다.

 

 사바트가 흘린 거짓 정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 그는 마지막으로 위생부에 얼굴을 비추고 싶다고 베르디 씨에게 부탁했지만.

 

「토우리 위생병장도 순직했습니다」

「……뭐」

 

 제 사망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고 합니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아이가! 소년병이잖아! 당신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대상이잖아!」

「그 말대로군요」

「애초에 왜 위생부가 공격받은 건데?! 당신은……, 보병들은 뭘 한 거야!」

 

 정신을 차린 아르노마 씨는 베르디 씨의 멱살을 잡고 따졌지만.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려드리죠, 아르노마 전 위생병. 아리아 대위님은 토우리 쨩을 군에서 탈출시키려는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그럼 어째서 탈출하지 못했는데」

「15살짜리 여자애가 혼자서 도망쳐봤자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대위님께선 아르노마 이등위생병…… 당신과 함께 이 사지에서 벗어나 플라멜에 망명시킬 계획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새파랗게 질린 채 입을 다물었다고 합니다.

 

「당신이 완고하게 탈주를 거부했다는 모양이지만 말입니다」

「……그런가. 꼬마 소대장님은 그때」

 

 사실 그 계획은 제 의지로 거절한 거였지만.

 

 「아르노마 씨가 도망쳐주지 않는다」고 상담한 일로 인해 베르디 씨와 아리아 대위는 아르노마 씨 때문에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참 다행이군요, 아르노마 전 위생병」

「뭐가…… 말이죠」

「당신이 토우리 쨩을 붙들어 준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녀가 없었다면 오스틴의 미래는 파멸이었을 테니」

 

 이러한 말을 듣고 마음 상냥한 아르노마 씨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초췌해진 아르노마 씨에게 결정타를 먹이듯이.

 

「토우리 위생병장은 제 지시로……. 적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가 되어, 국가를 위해 훌륭히 몸을 불살라 주었습니다」

 

 베르디 중위는 웃으며 그리 고했다고 합니다.

 

 

 

 

 

 

 

 

 

 

「숙부님. 아리아 대위와 토우리 쨩의 마지막 유지, 정리하고 왔습니다」

「그래」

 

 그 뒤, 아르노마 씨는 분노한 표정으로 군을 뒤로했습니다.

 

 얼마 안 되는 급료와 식량을 쥐고 동료들과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채 떠나간 그는 플라멜 국경선을 향해 홀로 여행에 나섰습니다.

 

「……한데, 얼굴에 그 멍은 뭐지?」

「아, 이거 말입니까」

「누구한테 당했나? 너를 시샘하던 놈들 짓인가」

「아뇨 아닙니다」

 

 그리고 베르디 씨는 렘벨 소령의 휘하에서 입신양명하며 갖갖은 표창을 받게 됩니다.

 그는 그대로 아리아 대위의 후임자로서 렘벨파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

 

「그저 별거 아닌 자기만족입니다」

「그러냐」

 

 그런 그는 훈장을 받을 때.

 

 얼굴 한가운데에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듯한 커다란 멍이 나 있었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제 북부 결전은 막을 내렸습니다.

 

 로들리 군과 알렌 씨의 목숨을 바친 대가로 오스틴의 수많은 국민들을 지켜냈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살인귀 베른에 의해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유용하게 활용되었습니다.

 

 동료를 사랑한 그들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본분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죠.

 

 

 

 ……저도 그럴 셈이었습니다.

 

 이 북부 결전에서 본분을 다함으로써 이제 이 목숨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평화로운 나라에서 태어나 소소한 행복과 함께 새로운 삶을 갈구하고 싶었습니다.

 

 

「……이봐, 저기 좀 봐. 군인이다」

 

 

 그러나.

 

 알렌 씨도, 로들리 군도, 모두가 골 테이프를 끊었는데.

 

 오직 저만이 결승점의 바로 앞에서 뒷덜미를 잡히고 말았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며 그 죽음을 나무라는 듯이.

 

 

「병사 둘이 꼭 들러붙은 채 죽어 있어」

「히익. 살점이 너덜거리잖아. 어우 세상에」

 

 이때의 저는 더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겹고 가슴이 얼어붙은 듯이 차가웠습니다.

 

 온몸의 감각을 잃은 채 새하얗게 빛나는 태양 빛을 멍하니 느낄 뿐이었습니다.

 

「아니야 잘 봐봐. 안쪽에…… 끌어안긴 쪽의 여자애는 아직 숨이 붙어있어」

「정말이네. 어이 치유사님. 좀 살려주지 그래」

「헛소리하지 마」

 

 로들리 군은 아직 제 곁에 있을까요.

 

 전신의 감각이 없어서 그조차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이미 빈사야 빈사. 이 꼬마를 살리려면 챙겨온 약이랑 물자를 있는 대로 쏟아부어야 해」

「그래도……」

「나는 안 그래도 마력이 적은 편이란 말야. 이 꼴이면 확실히 살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

 

 그래도 아직 몸 깊숙이 미세하게 남은 심장의 온기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습니다.

 

「전 재산을 써가면서까지 안식도 없는 꼬마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없네요. 이제부터 사바트로 망명하려는 참에 무슨 생각이야?」

「……차가운 년」

「마음대로 지껄이시지」

 

 이윽고 저는 주변이 시끌시끌 소란스러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가능하면 조용히 해줬으면 하는데. 저와 로들리 군의 여행을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그 눈은 뭐야? 그럼 네가 지불하든가, 치료비. 네가 싣고 온 귀금속을 전부 주면 살려주지 못할 것도 없지」

「그, 그건」

「못 하겠지? 우리한테는 앞으로의 생활이 있으니까. 알지도 못하는 꼬마보다는 우리 앞날이 중요하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희미하게 실눈을 떴습니다.

 

 

 

 

 

 

「내가 낼게」

「뭐?」

 

 멍하니 눈을 뜨자 누군가가 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이봐 치유사. 내가 가져온 보석들 중에서 필요한 만큼 가져가. 그 대신 이 애를 꼭 살려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어, 으응. 갑자기 뭔데, 너?」

「어물쩍거리지 말고 빨리 치료해! 그러다 늦어버리면 가만 안 둔다!」

「아, 알았어. 정말 지불할 거지?!」

「남자가 돼서 한 입으로 두말은 안 해!」

 

 그게 누군지도 알지 못한 채, 왜인지 몸이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따스한 치유의 마력이 제 몸을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우선 자양제를 입으로 옮겨서 먹여줘」

「그래. 쿠샤, 부탁해」

「알았디」

 

 이건 치료?

 

 누군가가 저를 치료하고 있는 건가요?

 

 혹시 아군에게 구조된 걸까요.

 

 그렇다면 로들리 군은?

 

「옛다, 약값. 분명히 건넸으니까 딴말하지 마라」

「어, 어어. 땡큐. 아니, 근데 너 그런 성격이었구나」

「뭔 의미야」

「군인의 시체 같은 걸 발견하면 망설임 없이 지갑을 뒤질 것 같은 인상이었는데」

「아…… 뭐, 보통은 그렇게 하겠지만」

 

 하지만 이때의 저는 참을 수 없이 졸려서.

 

 저를 치료하는 누군가의 윤곽밖에 보지 못한 채, 점점 의식이 저편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인생, 남을 최대한 속이고 이용해 먹어야 하는 법이야. 그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이지」

「……그렇겠지. 너는 그런 녀석이야」

「그리고 받은 원한은 잊지 않아. 내가 남을 속이는 건 괜찮지만, 남이 나를 속이는 건 용서 못 해. 평생이 걸리더라도 찾아가서 복수해줄 거야」

「그래. 그래서 내가 너만은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고」

 

 

 그렇게 정신을 잃으려는 순간.

 

 

「그렇지만 이 고무지, 원한도 잊지 않지만 입은 은혜도 절대로 잊지 않지」

「호오?」

「하물며 목숨의 은혜라면 더더욱. 나는 전 재산을 쏟아부어서라도 이 애를 구해야만 해」

 

 

 처진 눈을 하고 성격이 나빠 보이는, 두 다리가 없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담겼습니다.

 

 

「안심하라고 선배.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니 지금은 걱정 말고 푹 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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