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스토리 스포일러가 포함된 내용이니, 스포일러 싫어하면 안보는것을 권함.)



반디랑 샘 디자인은 각각 따로 보면 별 문제가 없음. 색상조합도 좋고, 디자인 퀄리티가 굉장히 좋은 편임. 다만 문제는 두 캐릭터가 '동일인물'인데, 서로 완전히 다른 컨셉을 가진다는 점에서 발생함.


- 샘 : 멋진 전투 메카 + 파멸적 (성별로 구분하자면 남성적)

- 반디 : 차분한 귀족집 따님 + 온화함 (성별로 구분하자면 여성적)



(어느 귀한집 가문의 귀족 아가씨를 생각나게하는 모습)




실제로 샘 = 반디 라는게 알려지기 전까지는 말투나, 행동, 전투 스타일이 여자애랑 거리가 멀어서 다들 '샘이 반디의 부하거나, 별도 인물이겠구나'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그만큼 이미지 / 보여지는 복장이나 생김새에서 기대되는 액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임. 이건 단순히 게임 뿐 아니라 '사람이 가진 상식이나 고정관념'에서 박혀있는 내용임.



현실에서도 근육질 남자가 액션영화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 것처럼, 차분하게 생긴 여성 캐릭터가 무쌍액션을 찍는 영화는 많지 않음. 마찬가지로 반디 캐릭터도 무기 컨셉과 실제 캐릭터, 샘이라는 전투메카 간의 상관관계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게 문제임. 




- 샘 : 지금까지 주먹, 킥으로 싸웠고 몸으로 갖다박으면서 화염 공격을 했음. (무투파 + 화염이구나)

- 반디 : 그냥 귀족집 따님같은 이미지임. 전투를 해도 책이나 마법도구로 공격할거같이 생김

- 반디 버전 샘 : 갑자기 슈퍼메카가 녹색 드레스같은 장식을 얹더니, 곡선적인 회전 모션으로 쌍검 공격을 함. 기존의 돌격형 공격과 화염은 어디갔지?






기존의 샘은 뭔가를 계속 불태우는 '파멸적인' 메카 느낌을 잘 살려서 보여줬었음. 심지어 부스터를 바탕으로 가속력을 얻어서 자신을 '부딛혀서' 데미지를 주는 식으로 전투를 했단 말이지. 스스로 상처입는걸 두려워하지 않는 광전사에 가까운 컨셉이었음. 그러니 모든게 불타고,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 자기파멸적인 화염 이미지와도 잘 맞았지.



샘이나 반디는 개별적으로 보면 각각 캐릭터성이 잘 맞아. 그리고 거기에서 기대되는 공격방식을 사용하고 있었고, 다른 캐릭터들도 대부분 그래왔었단 말이야. 스타레일의 다른 '전투형 여성 캐릭터'들을 한번 볼까?




히메코같은 귀족 아가씨 컨셉도 - 전투를 위해 '전투에 특화된 전용장비 + 공격위성같은 별도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을 통해 '아가씨 컨셉'은 지속적으로 유지했어. 




브로냐같은 경우도 위정자 + 귀족이자 리더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라이플'을 무기로 사용하게했지. 1800년대 귀족들이 사용했던 것처럼 고풍스러운 라이플이라 어색함이 없었어.





어공도 중국풍 아가씨 느낌의 복장에 '활'을 들려줬기 때문에, 컨셉적으로 어색함이 없었어. 캐릭터의 컨셉과 전투를 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역사 속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거나. 상식적으로 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야. 




경류같은 여전사도 - 물리적인 힘 자체보다는 '무언가 초월적이고 마법적인 힘'을 통해 특이한 얼음검을 휘두르는 검사라는 점이 강조되었었고




아케론도 검술 자체가 강력하다기보다는 - 마법적인 힘을 부여받은 신의 사도 / 혹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는 느낌을 더 강조했지. 물리적인 힘보다 '강력한 힘을 부여받았다'는 것에 더 집중했던거야.




(스타레일 캐릭터들의 '무기'들)




이런식으로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은 직접적인 '힘'보다 도구(총, 활) 이나, 마법적인 힘, 주술 같은 '부족한 근력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투를 하는 경우가 많아. 또한 - 만약에 직접적인 전투를 하더라도 암살자나 은밀한 공격을 주로 사용하게되지 이건 현실 속에서의 여성들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스타레일 캐릭터들도 현실의 상식이나 법칙을 어느정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스타레일은 지금까지 그 규칙을 착실히 지켜왔었어. 그런데 샘 + 반디가 실제로 출시되니까. 기존의 샘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었느냐하면



1. 기존의 직접적인 타격, 육탄전 + 화염 기반의 전투방식이 사라졌음

2. 색상조차 붉은색에서 연두색으로 변해서, 고급스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게됨

3.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쌍검을 들고 우아한 회전공격을 하게됨




- 기존에 개씹상남자, '모두 다 죽여버리겠어.' 라고 말하던 자기파멸적이었던 캐릭터가

- 갑자기 '오늘만큼은 봐주지않겠사와요' 같은 말이나 할거같은 아가씨 식으로 변해버렸음




심지어 생김새조차 기존의 컨셉, 남성적인 느낌조차 모두 버렸음. 이 부분에서 람들의 기대치나, 생김새에서 나오는 - 캐릭터적 일관성이 깨져버린다는 점이 아쉬운거임. 그야 그럴것이 캐릭터라는건 '이야기 속에서 변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캐릭터의 컨셉 자체는 하나의 형태로 정리하지 않으면 '지나치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지는' 문제가 생김. 그리고 그건 게임 같은 매체에서는 일반적으로 피해야하는 지점이지.



이 캐릭터는 이거다. 라는 지점을 하나 정해뒀으면, 그걸 함부로 건드리면 안됨. 그 컨셉이 변하려면 '별도의 존재'로 나오거나, 시간을 두고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켜줘야지. 혹은 '거기에 맞는 서사구조를 풀어서' 보여주거나 해서 - 아, 이 캐릭터가 '기존과 다르게 어떤 계기를 통해서 변했구나' 라는걸 이해한다면. 보이는 지점이 아니라 - 그 계기와 서사를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게돼. 이것도 캐릭터의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 중 하나야.






- 사실상 여기서부터가 본론임.


2.2버전까지 반디는 기존에 파멸적인 존재가 맞았어. 자신이 죽어가니까, 무슨짓을 해서라도 살려고 발악하는 존재였음.


다만 2.3버전에서 '엘리오'에게 예견된 총 3번의 죽음을 통해 - 자신이 원하던 구원을 얻게될거임. 그게 '재생'인지 '완전한 죽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캐릭터 컨셉에서 반디가 구원을 얻게된다는걸 시각적으로도 보여주고있어.




(모든걸 파괴하는 파멸의 불꽃에서, 삶에 대한 의지의 불꽃으로 변화한 반디의 모습)



1) 기존의 파멸적인 붉은 불꽃 + 몸을 내던지는 방식의 전투방식이

2) 여성스럽고, 온화한 녹색 불꽃 + 반디의 인간 모습에 맞는 아가씨같은 전투방식으로




사실상 우리가 보고있는 샘(반디 버전)은 '어떤 방식으로건, 자신이 찾던 구원'을 찾은 반디라고 할 수 있음. 그렇다보니 우리가 기대하던 '파멸적인 전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져버렸고, 캐릭터 자체가 기존 컨셉과 달라져버렸음. 




(현재 반디가 가진 이중성은 스토리와 서사구조를 통해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당장 2.3버전에서 반디의 구원 서사가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가 내포한 컨셉의 변경이 곧 - 파멸적인 전사가 - 구원받은 자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로 보인다는 점에서 - 서사가 나중에 딸려온다는 전제가 있으면 - 이해는 할 수 있다는 거임. 



다만 게임 캐릭터부터 일단 내놓고 마케팅을 펼치는 회사이다보니. 본의 아니게 우리는 한 캐릭터가 어떤 계기를 통해서 '변화한 모습'을, 어떠한 설명도 없이 보게 된거지. 그렇다보니 인지부조화가 올 수 밖에 없고, 아쉬움이 많을 수 밖에 없어. 예를 들어 - 한 여자가 소개팅 한다고 해서 기대하던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소개팅 장소에 - 여자가 되서 찾아온 거니까. 놀라울 수는 있어도, 기대치가 충족되긴 어려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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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반디 서사 구조가 튼튼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어. 반디의 이야기의 원형이 파멸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 - 타인을 구하는 데 힘을 쓰게 되는 영웅이나, 구원받은자 의 서사와 닮아있기 때문이야. 모든 이야기에는 원형에 가까운, 고대부터 이어져내려온 '인간의 역사, 신화'같은 것들이 있어. 그리고 그 형태를 반디도 거의 그대로 따르고있음.



- 힘은 있는 존재이지만

- 방향성이나 이유를 찾지 못해서, 파멸적인 방식으로 사용하고

- 스스로 내면에 가진 상처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발버둥치지만

- 결국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식이나,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현자를 만나서

- 스스로 깨달음을 통해, 기존의 삶에서 변화하게되는 이야기



그게 2.3버전 이후의 반디 이야기가 될거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척자가 그 '현자'로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반디의 내면적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녀가 '무언가를 지켜내고자 삶의 의지를 갖게되는지'를 기대하면 될거라고 봄. 



- 실제 버전이 나와보면 알겠지만, 난 이 시나리오가 90% 이상 맞을거라고 보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