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오늘 자체휴강을 때리는 건 예정에 없었다. 



“신시아, 일어나. 강의 한 시간밖에 안 남았어.”


“싫어어…”



간단한 외출 준비라도 시간을 꽤 잡아먹는 일이었다. 시아에게는 더더욱 시간이 촉박했다. 


시아는 대단히 특수하다고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남성기가 자라난 게 몇 년 전이었다. 그 활동은 대단히 왕성해서 성심성의껏 관리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불상사가 터지곤 했다. 


지금 시아를 깨우고 있는 은별 또한 하루아침에 남자에서 여자가 되었다는 꽤 큼지막한 변화를 겪곤 했으나, 시아만큼 매일 시간을 잡아먹히지는 않았다. 



“진짜 슬슬 일어나야 돼. 내가 뺄까?”


“싫다니깐…”


“일단 두 발 빼고 생각하자고.”



은별은 자연스러운 손길로 탁자 위에서 콘돔 한 상자를 뜯었다. 그 중 하나를 꺼내 찢으려는 찰나. 



“하지 마.”


“하지 마?”

“진짜로.”


시아의 목소리가 한층 낮게 꺾였다. 어지간히 진심이라는 의미겠다. 



“…아파서 결석한다고 할까?”


“아니, 괜찮아. 그런다고 출석 쳐 주지도 않을 테니까. 난 좀…잘게.”


“그래. 푹 자. 자고 일어나면 먹고 싶은 거 있어?”


“어…몰라. 연어초밥. 연어.”



시아의 목소리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마지막은 반쯤 웅얼거리는 소리가 되었다. 


잠깐 정적이 일었다. 은별은 시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아는 다시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들었다. 



시아뿐만 아니라 은별에게도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잠깐 고민이 머리를 스쳤다. 


결론은 뻔했다. 시아는 하나지만 출석은 그렇지 않다.





쾌락에 허우적거리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쾌감도, 어떤 행복도 너무나 빠르게 당연시되는 것이다. 


시아도 몸에 변화가 있고 몇 달 정도는 남성기가 주는 쾌감을 만끽하기 바빴다. 성능을 따지자면 말도 안 되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자, 처음엔 다른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전율도 슬슬 일상적인 차원으로 가라앉게 되었다. 


매일 양치를 하며 남성기를 흔들어 두 발을 쏟아내는 것도, 이제는 쾌락이라기보다는 낮에 무슨 일이 터지지 않으려면 제때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워졌다. 



“일어났어?”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현재, 결국 쌓이는 건 거추장스러움과 피로감뿐인 것이다. 



“지금…지금 몇 시야?”


“열두 시 반.”


“강의는…아. 내가 안 간다고 했지. 오늘 강의는 그거 하나-아니, 선배는 왜 여기 있어?”


“그럼 내가 어딜 가?”



은별이 먼저 싱긋 웃었다. 시아도 잠이 반쯤 덜 깬 부스스한 얼굴로 따라 미소를 지었다. 



“겨우 결석 한 번 했다고 걱정돼서 옆에 있는 거야?”


“그래. 유난 한 번 떨었어. 감동의 눈물이라도 흘려야 하는 거 아니야?”


“기다려 봐.”


“사실, 당연히 그건 아니고. 겨우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이렇게 달라붙은 건데.”



은별은 시아로부터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난데없이 찾아든 새 삶이 주는 중압에 짓눌린 어깨가, 왜 하필 자신인지를 억울해하는 눈빛이 보였다. 


은별 또한 한동안 같은 문제로 고생을 깨나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아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문제였고, 은별은 몸에 밴 습관을 뜯어고치는 문제였다는 것 정도. 



“요즘 그런 생각 들지 않아?”


“뭔 생각?”


“왜 나만?”


“아.”



시아와 은별은 꽤나 가까웠고, 가까웠기에 서로를 잘 이해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다. 



“맞아. 사실.”


“아침에 두 발씩 뽑는 거, 낮에 왜인지 모르게 피곤한 거, 그러고서도 혹시 남 눈에 띄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것도. 왜 하필 나한테 이런 날벼락이 떨어졌을까-하는 짜증도 나고.”


“은별 선배, 중간고사 조졌다더니 혹시 시험이 아니라 날 공부했어?”


“그럴지도 몰라.”



둘은 실없이 웃었으나 입안에서는 약간은 쓴맛이 감돌았다. 원래 이런 이야기는 입에 뭘 우물거리면서 해야 하는 건데.


이쪽에서는 은별이 시아보다는 잘 안다고 할 수 있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도 은별이 빨랐고, 그 여파를 뒤집어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선배, 조언 좀 해 봐. 이쪽에도 선배라면서.”


“안 그래도 그 이야기 하려고.”



시아는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은별 쪽으로 기대에 찬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기대를 하면 안 됐다. 다음 순간 저도 모르게 한심한 웃음으로 바뀌어 버릴 테니까. 



“그거 별 건 아니고 섹스를 안 해서 그래.”


“뭐?”


“섹스를 안 해서 그렇다고.”


“하, 저런 게 선배 소리를 듣겠다고…”


“아니, 잘 생각해 봐.”



시아는 이불 속에서 몸을 반 바퀴 돌리려 했으나, 그보다 전에 은별이 이불 속에 끼어들었다. 



“그게 달리고 나서 못 하게 된 게 꽤 많잖아. 교복 줄여 입는 거, 테니스스커트 입는 거, 아침에 느긋하게 자는 것도.”


“맞아.”


“그걸 본전을 치려면 새로 할 수 있게 된 걸 해야지. 그거밖에 더 있어?”


“저게 선배…그냥 동기 하자. 아니, 내가 선배 할게. 후배 해라. 은별 후배.”


“아니, 생각해 봐. 아무리 열 받아도 빼앗긴 건 안 돌아온다고. 그러면 지금 있는 것도 빼앗기기 전에 즐겨야 하는 거 아니야?”



무식한 논리였으나 시아는 묘하게 그 궤변에 귀가 갔다.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야?”

“진심이야 나.”


“그러면 혹시, 선배 몸도 그런 논리로 굴리고 다닌 건 아니지? 본전 치려고.”


“그건 아니지. 아껴 놨거든.”


“아껴?”


“너 주려고.”



푸흡, 하고 은별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저런 이야기를 진지한 얼굴로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왜, 왜 비웃어.”


“아, 이거 녹화해서 다시 들려 줘야 되는데.”


“난, 나는 니 앞이 아니면 이렇게 있는 얘기를 다 털어놓지를 못하겠더라고. 처음엔 모르는 데 와서 내 옛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타인은 은별을 무해하게 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은별은 타인에게 그렇지 못했다. 


그녀인 은별은 과거의 그에게, 과거의 세계에게 무한한 검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알잖아. 나 거짓말 못 해. 그런데 다른 사람 앞에선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더라고.”


“하, 참 우리 선배…”



시아는 이불 속에 들어온 선배를 확 끌어안았다. 동시에 은별이 기겁을 한다.



“므아악-!”


“왜, 왜 그래.”


“그거 닿았어. 아니, 왜 옷 안으로 쑥 들어오는 건데?”


“난 모르는데. 가슴이 커서 티 아래가 너무 붕 떠서 그런 거 아니야?”


“몰라, 몰라…나갈래 일단. 좀 무섭다 너.”



꽉 붙들까? 잠깐은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시아는 결국 은별을 놓아주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이 황급히 침대에서 빠져나간다. 



“그, 그리고. 연어 사 놨으니까 나와서 먹어. 세수는 좀 하고.”


“어, 진짜?”

“나 거짓말 안 한다니까.”





연어초밥 12피스는 혼자 먹기엔 과하고 둘이 먹기엔 아쉬운 양이었다. 그래, 건강을 위해 좀 소식하는 셈 쳤다. 



“세상 행복한 얼굴이네.”


“연어잖아.”


“연어 먹었다고 그렇게 환해질 거면 아까도 연어를 먹었으면 됐을 거 아니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시아는 웃음기가 만연한 채로, 또 다른 눈웃음을 지으면서 몇 마디를 붙였다. 



“들을 땐 어이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또 틀린 말은 아니더라고. 자고 일어났는데 뿅 하고 없어져 있으면 또 아쉬울 것 같아서.”


“역시 내가 해 주는 말이 선배의 조언이라니까?”


“그러면 선배, 그 뒤에 했던 말도 진짜지?”


“뒤에?”

“섹스를 해야 된다면서. 나도 선배 아니면 다른 누구랑 못 할 것 같은데.”


“그래서…하자고?”


“망가지지 않을까? 다른 건 모르겠는데 그게 걱정돼.”



시아는 왼손을 들어 쭉 폈다. 한 뼘이 이 정도니까, 거기에서 얼마 정도 더 들어간다고 하면…역시 무리일 거다. 



“아, 나 좋은 생각 났다.”


“무슨 생각?”


“거기 가만히 있어 봐.”



젓가락을 똑똑거리는 시아를 내버려 두고 은별은 의자를 뒤로 쭉 뺐다. 그리고는 식탁 아래로 사라진다. 



“뭐 하려고.”


“가만히-있어. 안 보여야 더 상상력이 자극되니까.”


“뭐, 뭐 하려고. 꺅-”



집안에서만 입을 수 있는 짧은 치마가 들추어지며 바람을 한 떨기 내뱉었다. 거근을 붙들고 있는 고역을 치르던 팬티는 간단하게 아래로 내려갔다. 



“가, 간지러워…”


“아니, 반응이 너무 심한데. 조금만 참아 봐. 바닥에 질질 흘리지 말고-”



포장을 툭툭 찢는 소리와 함께 플라스틱 쪼가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곧이어 남근 중간쯤이 부드러운 손길에 붙들리더니, 무언가가 끝부터 천천히 덮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니, 나 너무 간지러운데…”


“기다려, 조금만. 됐다. 이제 마음대로 해도 돼. 그런데 시아 너.”



시아는 식탁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언가, 그리고 그것보다도 스스로의 상상력에 잡아먹히는 중이었다. 


선배의 다음 몇 마디는 그 혼란을 뚫고 또렷이 들렸다. 



“이 정도로 세상 볼 재미 다 본 것처럼 굴었던 거야?”


“뭐?”


“너 생각보다 순진하구나.”


“히야악-”



상상해 본 적 없는 밀착감이 남근 뿌리에 와 닿았다. 아랫부분으로 축축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밀착했다. 그건 의심의 여지 없이 혀였다. 



“읍…푸하.”



은별이 자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자지에 수평으로 입을 맞추고 있는 걸 눈으로 보았다면 시아는 즉시 자제심을 상실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직까지 식탁 아래는 상상의 영역이었다. 


뿌리 부분의 상황은 순전히 미지의 감각이었고, 귀두와 끝부분을 손가락이 감아쥐고 문지르고 있는 건 짐작은 했으나 역시 짐작의 영역이었다. 


복잡한 감정이 시아의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평소라면 강의실에서 초점 없는 얼굴로 앉아 있었을 바로 그 자세로, 어디 내보일 수 없는 파렴치한 봉사를 받고 있는 배덕이 첫째. 


이 친절한 선배가 자신만을 지명한 기쁨이 둘째.


시아 자신도 마찬가지로 선배 한 사람만을 위할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이 셋째. 


그리고 시간 여유만 된다면 이런 걸 하루에 몇 번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추정, 마음속으로 그걸 바라고 있다는 영악함이 넷째. 



“슬슬…”



식탁 아래에서 은별은 자세를 바꾸었다. 얼굴은 물러나고, 왼손은 남근 중간쯤에 걸친 콘돔 주둥이를 붙들었다. 


오른손은 그보다 깊이 뿌리 부분에 자리를 잡았고, 끝머리는 입으로 물었다. 


주체할 수 없는 맥박이 손가락과 손바닥에, 입안에서 고동쳤다. 시아는 인내하고 싶을 테지만 이쪽은 정직하기 마련이다. 


참으면 병 된다는 건 상식이었다. 왼손과 오른손 팔꿈치를 들어 시아가 앉은 의자를 지그시 밀었다. 


식탁 의자가 부드럽게 밀려나며 책상 아래에 숨어 있던 미지의 은별이 드디어 시아의 시선에 들어왔다. 


둘은 눈을 마주쳤다. 



“서, 선배-”



새된 목소리. 


크게 벌린 입안에는 시아의 자지를 물고, 양손으로는 그걸 붙들고, 고개를 좀 쳐들고 시선을 가뜩 올려 간신히 눈을 마주치는 은별. 


이미 쾌감에 젖어든 시아의 얼굴이 한 번 더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보였다. 


은별은 시아의 남근을 붙들고 있는 양손을 살짝 좌로 밀었다. 입안을 꽉 채우던 자지가 이제는 왼쪽 볼을 꾹 누르니 은별의 뺨이 불거졌다. 


자지 끄트머리에서 머리까지 묵직한 울림이 한 꿀렁였다. 시아의 인내심은 끝내 고갈됐고, 남근은 콘돔 속에 정액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윽-그흠.”



목에 걸리는 느낌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적응하기에는 아직 벅찬 감각이다. 


은별은 얼굴을 뒤로 물려 입안에서 남근을 뽑아냈다. 시아가 쏟아낸 정액을 머금고 풍선처럼 부푼 콘돔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후-아.”


양이 평소보다 넘쳤다. 몇 발은 진작 뺐어야 했을 시간을 참고만 있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은별은 콘돔이 다시금 목구멍까지 쳐들어오기 전에 조심스럽게 콘돔을 입안에서 빼냈다. 


오른손으로 묵직한 주머니를 받치고, 남근에 물린 주둥이를 붙들고 있던 왼손을 천천히 움직여 남은 정액을 천천히 뽑아냈다. 



“선배…선배, 돌았어?”


“이 정도면 최고기록이라고 봐도 되나?”



시아의 남근은 대찬 사정을 드디어 끝마쳤다. 가쁘던 숨도, 쾌감에 가뜩 휘어졌던 허리도 이제 잦아들었다. 


“아니, 선배. 갑자기 이렇게, 그러니까, 이상한 플레이를 하면.”


“하면?”


“나 이상성욕 같은 거 생기면 어쩌려고.”


“내 책임이야? 혹시 아까까지는 자지 때문에 살 의욕 다 떨어진 것처럼 굴던 사람이 ‘이런 야한 선배가 잘못이야’, 뭐 그런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지?”


“그건…”



시아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아까까지는 궁상을 떨던 자신의 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서, 선배 입에서 나온 낡아빠진 대사가 어처구니없어서.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그게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서. 



“지금 보니까 선배가 좀 야하긴 한데. 몸도 그렇고, 정신머리도…”


“진짜로 하네.”


“아니, 왜. 그게 나쁜 건 아니라고 얘기하던 거 아니야? 즐기라면서.”


“그렇긴 하지.”


“나 하고 싶은 거 생겼는데. 선배 샤워시켜 주고 싶어.”



은별은 식탁 아래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시아는 은별의 손을 잡고 욕실로 잡아끈다. 



“뭐 그 정도야.”


“이걸로.”


“이거?”


시아는 은별이 왼손으로 어정쩡하게 들고 있는 콘돔을 붙들었다. 그리고는 집어들어 시아의 눈앞에 보였다. 



“이거.”


“설마 그거…”



시아는 좀 멋쩍게, 하지만 해맑게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었다. 동시에 시아의 고간은 쉴 만큼 쉬었다는 듯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되겠어?”


“안 될 거 같아? 선배. 벗어. 후배 냄새가 흥건해질 때까지 샤워시켜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