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크흐읍-!"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흰색으로 옅게 반짝이던 가루가 코로 들어와 점막과 함께 녹아내렸다.

"쿨럭! 크흡! 흠!"

기관지가 말라가니 좀 따가운듯 하면서도 금방 고통은 사그라들었다.

"헤..."

온다. 약빨 죽이는데 이거! 싸구려라고 무시했는데.

"히...후힣... 헤헤."

코 속이 화끈해지며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 

가만히 있는데도 물위에 두둥실 떠있는느낌?

응... 세상이 밝아져간다. 그냥 기분이 좋아. 

친구의 몸을 빼앗았던 인간을 포기한 괴물도 이런 기분이었나? 최고로 HIGH한 기분!

가만히 누워 이리 저리 둘러보니 창문도 반짝 거리고 스탠드도 반짝거리고 거울도...

어라? 왜 거울에 여자가 보이지...

코피 흘리면서 병신같은 표정으로 꼬나보는게...

아... 기분 좋았었는데...!


"씨바아아알!"


주먹으로 여자의 얼굴을 내려치자 여자가 산산조각났다.

그러게 눈깔관리 잘했어야지.


"헿..."

"형님!!!"


큰소리가 나서 그런가? 방문을 부숴버릴듯 문을 열고 시우가 들어왔다.

"아! 시우다아~♡!"

"형님 손이 또...! 거기다 약까지..."

시우가 능숙한 손길로 내 코피를 닦아주고 손에 손수건을 감아줬다.

"도대체 어떤 머저리 새끼가 거울 가져다 놨습니까!"

"몰라! 헤헤..."

나인건 비밀.

시우가 걱정해주니까 예전 생각난다...

내가 총이라던가~ 칼침 맞았을 때라던가~

조직 뒤집어 엎고 내가 보스가 된 순간이라던가~

다 내가 남자였...


"중화제 놔드릴테니까 가만히 계세요 형님."

어라 나 저거 싫어하는데에...

"안받을래!"

"자꾸 칭얼거리십니까...목이나 내놓으십쇼."

"므으..."

볼을 빵빵히 부풀리고 눈을 찌푸리며 거부하는 필사의 저항에도 시우는 품에서 푸른빛 실린더가 장착된 주사기총을 꺼낸 후 바로 내 뒷목에 조준하고 발사했다.

칙- 소리와 따끔한 느낌과 내용물이 뇌를 억지로 깨웠다.

"우...우윽..."

꿈뻑- 꿈뻑- 

눈을 몇번 힘을주어 감았다 뜨니 자괴감과 금단증상이 같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다시는 약 안하기로 했었는데.

"추...추워... 손아파..."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이래서 중화제가 싫다니까. 약기운도 없어지는데 금단증상도 금방온다고.

시우는 외투를 벗어 감싸듯 덮어줬다. 

상의일 뿐이었지만 내 몸의 절반이상을 미약하지만 확실한 온기로 살며시 피부를 달래주었다.

이제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원래 내 덩치가 더 컷던거같은데.

아... 나 울면 안돼는데...

기분 좋은데...

남자는 우는거 아니라고 했는데...

이러는내가 한심했다.


"흐윽..."

사고를 시작하자 감정이 또 멋대로 날뛰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한심하게 보일 내가 싫다.

작아진 내가 싫다.

이러고도 바뀌지 않을 내가 싫다.

살기 싫다.

"그냥... 이대로 날 죽여줘 시우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시우의 양손을 잡아 내 목으로 이끌었다.

"나 살아있는게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제ㅂ..."

포옥-

시우의 힘에 저항도 못하고 안겼다.

심장소리가 느껴졌다.

미친듯이 날뛰는 내것과 여태까지 든든했고 앞으로도 듬직할 시우의 묵직한 고동이 같이 느껴졌다.

시우는 내가 진정될때까지 그저 가만히 있었다.

"미안해 시우야... 미안해... 내가... 못나서 미안해... 이것밖에 안돼는 인간이어서...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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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하고 모든걸 잃은 튼녀

곁에는 시우만 남아있는 튼녀

남자였다면 몸하나 믿고 적대조직 다 쓸어버리고 다시한번 뒷세계를 주름잡았겠지만 힘따윈 없는 튼녀

자길 받쳐준 시우/시아에게 보답하지 못했다고 죄책감에 절어있는 튼녀

그런 튼녀의 범죄 느와르 마약 피폐 유열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