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놔줘...! 너랑 내 나이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기나 해?!"

"아, 맞아. 나이 말이야, 완전히 조작돼있더라. 동안 소리 많이 듣고 다녔겠네. 안 그래, 선생님?"

"친구들은 어떡할 거야! 제발... 그만둬..."

가려진 눈.

목 밑으로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몸.

그리고 끊임없이 속삭여오는 소리.

마치 뱀이 사남감의 숨통을 옥죄듯이 감긴다.

"괜찮으니까. 전부 다, 괜찮으니까."

"으윽..."

이젠 목소리도 안 나와, 풍선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만이 난다.

"어라, 이젠 목소리도 안 들리는데?"

"멈춰..."

"선생님, 이것도 하나의 로망인 거야. 따분한 규칙에서 벗어나, 타인을 굴복시킨다니. 재미있지 않아?"

"아아..."

"괜찮아, 험하게는 안 다룰 테니까."

스륵-

스륵-

"역시 밀레니엄. 최면 앱 같은 터무니없는 물건조차 진품일 줄 누가 알았겠어? 그야말로 로망 가득한 공돌이 집단이라고."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아하하, 간지러워. 저항하지 마. 것보다 이런 몸에 모성을 바라다니, 로망이라기보다는 악질인걸? 혹시 3배 빠르게 움직이고 싶다던가 그런 꿈도 있어?"

"...아, 벌써 소재가 다 떨어졌네. 맞아, 선생님. 카운트다운은 끝이야. 로망을 아무 데나 가져다 붙이는 것도 못할 짓인걸."

스윽-

쿠당탕!

"나츠...!"

"어머나, 선생님. 거의 맨몸인 상태로 바닥을 구르면 다친다고? 뭐, 청소해뒀지만."

"젠장, 아직 몸이..."

"근육이 아직 잘 안 움직이지? 이제 정신도 그렇게 될 거야. 여길 봐."

지잉-

최면 어플이 작동한다.

눈동자를 피하려 한 선생이지만, 이미 최면에 걸린 그는 나츠가 시킨 대로 화면을 쳐다보고 말았다.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어. 잔뜩, 귀여워해줄 테니."

"...네."

선생은 침대에 눕는다.

나츠가 그 위에 엎드린다.

"오늘은 나도 피곤하니까 봐줄게. 이러고 자자. 안아줘."

스윽-

선생의 품에 안긴 채, 나츠는 미소지으며 눈을 감았다.

"처음부터 나만의 팬이 되어줬다면, 이따위 낭만 없는 짓도 안 했다고, 선생?"

킥킥,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흘리고.

"...아니, 어차피 이랬을지도 모르겠네. 잘 자,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