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부예정
개념글 모음



아들이 여자아이가 되어 위태로운 모습으로 찾아왔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나와 아내는 그녀가 우리의 자식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겉모습은 비록 아들일 때의 모습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


처음 아내의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펑펑 울면서도 식탁에 앉아서 맨 처음 입에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계란말이라는 것이, 소파에 기대 앉은 모습이.


우리가 아는 아이의 모습이었기에 받아 들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집에 혼자 남는 것조차 무서워했던 아이가 혼자서 외출도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화창했던 봄 날.


아내가 우리를 떠나갔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너무나 괴로워서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하고 딸아이에게 못 보일 꼴을 보였었다.


아비라는 자가 술에 취해서 자식에게 토사물이나 묻히고 기억도 못하다니, 심지어 딸아이는 자신만의 괴로운 상처가 있거늘.


그럼에도 전보다 더욱 살갑게 행동하는 딸아이 덕분에.



"제가 좀 늦었죠? 아빠."

"아니다."



아내를 그리워하되, 그로 인해 괴롭지는 않았다.


오늘도 딸아이가 먼저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어 붐비기 전에 바다를 보러 가자는 제안으로 함께 조금 이른 피서를 떠나고 있었다.


딸아이가 없었다면 아직도 혼자서 아내를 그리워하며 방구석에 있지 않았을까, 정말 부끄러운 아비다.



"어때요?"

"흠... 이쁘다만 너무 헐벗은 건 아니냐?"



그건 그거고.


아무리 사람이 얼마 없는 바다라지만, 거의 속옷이나 다름없는 검은 색 수영복을 입고 얇은 숄을 하나 걸친 아이가 걱정되었다.


저러다가 이상한 놈팽이같은 놈이 추근거리는 것은 아닐까.



"히힛. 걱정되세요?"

"아무렴."



아내를 닮아 미색이 뛰어난 딸인 만큼 더욱 걱정이 되었다.


원래는 남자였던 만큼 남자가 다가오는 것에 거부감이 적을테니 더더욱 걱정이 될 수 밖에, 지금도 아비 맘도 모른채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는 것인지...



"그럼 아빠 곁에서 안 떨어지면 되죠."



살며시 내 손을 잡아 손깍지를 끼며 나를 잡아 끌었다.



"저희 이따가 한잔할까요?"

"누굴 닮아서 술을 그리 좋아할까."



후우... 숙취약이라도 미리 먹어둬야겠군.


여행까지 와서 방에서 잠만 잘 순 없으니까.


.

.

.



"하... 앗... ㅎ아..."



꿈일까.



"여보오..."



마치 죽은 아내가 나를 부르는 듯한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운 아내를 꿈에서라도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야한 꿈이라니, 나도 남자라는 것일까.



-철퍽철퍽



의식을 하기도 전부터 탐스러운 엉덩이를 향해 연신 허리를 흔들고 있었음을 깨닫자, 점차 몸이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꿈이라도 좋았다. 야한 꿈이라도 좋았다.


아내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기회였고, 나는 이 기회를 충분히 만끽하고 싶었다,


있는 힘껏 새하얀 엉덩이를 붙잡고 성기를 쑤셔박았다.



"으흣?! 격렬햇."



이건 꿈이니까, 아내를 배려해서 행위를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은 사랑을 나누는 교감이 아닌, 내 성욕을 뿌리는 교미일 뿐.



"크흣..."



그런 행위는 금방 끝을 맞이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정을 끝내고 나니 주위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는 아내의 여린 뒷 모습.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목덜미.


이토록 생생한 꿈을 꿀정도로 내가 아내를 그리워했다는 것일까.



"사랑해."

"으흣... 저두요."



아내의 엉덩이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자, 몸을 가볍게 떨며 대답이 돌아왔다.


그 목소리가 내가 기억하던 아내와는 조금 다르다... 꿈이라서 일까.


몸은 이토록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목소리만은 조금 다르다니... 조금 창피하다.


이렇게 엉덩이에 있는 점도 기억하면서 목소리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



없다.



아내의 엉덩이와 허리 부근에 있었던 점이 없다.



-째각째각



몸 속의 피가 식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귓가를 파고드는 시계소리와 점차 숨을 고르기 시작한 아...내를 닮은 여성...


익숙한 호텔의 인테리어... 나와 딸아이가 챙겨온 짐들...


나는 도대체 누구와 몸을 섞고 있었지? 누구에게 정액을 쏟아냈지? 아닐 것이다. 아니다.


내 반응을 느낀 것일까. 여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린다. 고개를 돌려 나를 확인하려고 한다.


꿈이라면 깨어나 다오. 제발 이 모든 것이 악몽이라고 해다오.



"아..."



나를 확인한 아내를 닮은 여성의 안색이 삽시간에 새파래졌다.


부모에게 일탈을 걸린 아이처럼, 몰래 친 사고를 들킨 아이처럼.


당황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여성은...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