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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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서부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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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마슈데일 철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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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동계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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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 북부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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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 사바트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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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놈인가」

「지난번에는 정말 민폐를 끼쳤습니다」

 

 술에 잡아먹혀 추태를 보이고서 며칠 뒤.

 

 저는 보크를 사 들고 고르스키 씨의 집으로 사죄하러 갔습니다.

 

「여러모로 무례한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라고 만든 자리다. 이성을 벗어 던지고 무례를 보이기 위한 면죄부로써 술을 마시는 거니까」

 

 제 사죄에 고르스티 씨는 표정도 바꾸지 않고 「예상한 대로」라 말씀하셨습니다.

 

 처음부터 저를 술에 절일 속셈이었던 모양입니다.

 

「……쌓아뒀던 건 다 발산했나?」

「네」

 

 그건 어쩌면 사바트군식 신고식이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관에게 진한 술을 권유받으니 거절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만취하여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놀림거리가 늘어나고, 신병이 부대에 녹아들기 쉬워집니다.

 

 신병을 속여서 알몸으로 남색 방에 집어넣는 것보다는 훨씬 신사적인 신고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지금은 맨정신인 듯하니 잠시 대화하지 않겠나. 지난번에는 느긋하게 술잔을 나눌 틈도 없었으니」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제가 대폭 날뛰었던 탓에 그다지 대화하지 못했습니다.

 

 고르스키 씨는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 저를 방으로 초대했습니다.

 

「가족들이 한창 술판을 벌이는 중이긴 하나, 신경 쓸 것 없다」

「……네」

 

 고르스키 가족은 아침 일찍부터 거실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베이컨을 입에 가득 씹으며 술자리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사바트에서는 술을 음료수처럼 마시는군요.

 

「다친 곳은 좀 어떻지?」

「다행히 완치됐습니다」

「꽤 심하게 얻어맞았던데 흉이 지지는 않았고?」

「그 정도로는 흉터 같은 건 안 남습니다. 오히려 제 상관 쪽이 훨씬 더 심하게 때리곤 했죠」

「그런가. 그럼 다행이군」

 

 고르스키 씨는 가장 먼저 제 상처를 신경 써 주셨습니다.

 

 흉터가 남기 쉬운 건 총상이나 베인 상처들입니다. 그 외에는 대체로 회복마법이면 깔끔하게 치료됩니다.

 

 그러니 정말로 흉 같은 건 지지 않았습니다.

 

「방까지 불러서 미안하군. 한번쯤 오스틴의 병사와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말이지」

「네」

「내 적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그리며 싸우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

 

 고르스키 씨의 가족들과 간단히 인사한 뒤, 저는 그의 개인실에서 둘끼리만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방에는 그다지 물건이 없었는데, 커다란 침대와 작은 원탁 정도만이 놓여 있었습니다.

 

「어떤 나쁜 소문이라도 상관없다. 네가 아는 뇌창귀가 어떠한 존재인지 들려주지 않겠나」

「저는 위생병이라서 보병들이 말하던 내용을 건너 들은 것에 불과한데요」

「그걸로도 괜찮다」

 

 저는 고르스키 씨에게 재촉받아 원형 테이블의 의자에 그와 마주 보듯이 앉았습니다.

 

 그는 어디서 났는지 초콜릿 과자 상자를 꺼내 제 앞에 툭 내려놓았습니다.

 

「뇌창귀는 그 이름대로 벼락을 두르고 돌진하는 금발의 단창술사입니다. 빗속에서의 돌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니 주의하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군. 뭐, 대충 그런 식일 것 같았지」

 

 건네받은 초콜릿을 집으며 뇌창귀에 대한 소문을 전하자, 고르스키 씨는 조금 유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적 내부에서의 평판을 들을 수 있다는 건 꽤 진귀한 경험일 테죠.

 

「실은 저도 한번 고르스키 씨의 부대에게 돌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참호로 수류탄이 날아와 저는 큰 화상을 입었고 전우도 한 명 잃었죠」

「흠, 그건 운이 좋았군」

 

 저는 이 사바트의 에이스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부대에 의해 제 동기인 살사 군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내 부대의 돌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건 실로 행운이야. 웬만해선 전멸하니까 말이지」

「……네」

 

 제가 미리 【순(盾)】의 사용허가를 받아두지 않았던 탓에 살사 군이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소대장님한테 미리 【순】의 사용법을 가르침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라고 아직도 꿈에 그리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와 고르스키 씨는 인연이 썩 깊네요.

 

「그 돌격은 아직도 제 트라우마입니다」

「그런가」

 

 고르스키 씨는 이야기를 듣고선 옅게 미소지었습니다.

 

 그래요. 잘 생각해보면, 눈앞의 인물은 그 상냥하고 익살스러웠던 살사 군의 원수.

 

 그걸 새삼스레 실감하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부한 감정이 들끓었습니다.

 

「……굳이 사과하진 않겠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니」

「네. 조금, 감정을 정리했을 뿐입니다」

「그럼 됐다」

 

 고르스키 씨는 그런 제 복잡한 감정을 간파한 듯했지만, 넘어가 주셨습니다.

 

 돌격을 지시한 것은 사바트측의 참모본부이며, 작전에 따라 저희를 죽이는 것이 사바트 병사들의 임무입니다. 고르스키 씨에게 죄는 없습니다.

 

 앞으로 마을에서 살아감에 있어 괜히 다툼의 씨앗이 되는 일이 없도록 방금과 같은 감정은 겉으로 드러내지 말도록 합시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지. 검귀의 정보를 듣고 싶다」

「검귀…… 말인가요?」

「장검을 쥔 채 몇번이고 우리 사바트의 참호를 돌파한 오스틴의 에이스 말이다」


 고르스키 씨는 검귀라는 이름을 입에 담았습니다.

 

 저는 그 검귀라는 이름은 들은 적이 없었지만, 왠지 그 이름에서 어떤 에이스 한 명이 떠올랐습니다.

 

「고작 검 하나만 쥐고 참호 사이를 누비는, 시대착오적인 30대 정도의 단발 병사였지」

「어쩌면 그건 가백 소대장님일지도 모릅니다」

「오오, 알고 있다면 알려주게나. 그 남자는 내게 있어서 최대의 숙적이거든」

 

 그는 가백이라는 이름을 듣자 증오스러운 듯이 자신의 왼팔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혹시 고르스티 씨가 부상으로 물러난 이유는 가백 소대장님이었던 걸까요.

 

「그는 아직 살아있나? 아니, 애초에 정말로 인간이긴 한가」

「그 사람은 분명 괴물 같긴 하지만 인간입니다. ……아마도」

 

 아군이 봐도 인간인지 의심스러웠던 가백 소대장님.

 

 적으로서 전장에서 상대한 사바트군한테는 틀림없이 괴물로 보였겠죠.

 

 그가 사바트측에서 어떤 식으로 취급되고 있었는지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검귀…… 가백 소대장님은 사바트군 내에서 어떤 취급이었나요」

「놈은 머리가 돌아간 돌격광이지」

「저희랑 똑같은 평가네요」

 

 가백 소대장님은 저쪽에서도 미친놈 취급이었나 봅니다.

 

「어떻게 봐도 혼자만 툭 튀어나와 있는데 놈을 처리하려 해도 되려 포위한 쪽이 썰려버리지. 접근전으로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었다」

「맞습니다. 부하 된 입장에서 봐도 무시무시한 전투능력이었죠」

「심지어 놈은 검뿐 아니라 【순】이나 총기의 취급에도 능했다. 원거리에서 쏘아대도 도저히 죽지를 않아. 그놈은 대체 정체가 뭔가?」

「그, 글쎄요」

 

 고르스키 씨는 진심으로 질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도 수차례 철수전을 경험하면서 그때마다 새삼 그의 우수함을 실감하곤 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서부전선에서 마슈데일까지 수십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총탄의 빗속에서 부하를 감싸면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돌파한 것도 어이가 없습니다.

 

 가백 소대만 피해가 병사 2명밖에 없었단 말이죠.

 

「압권은 내가 이 팔을 잃었을 때였지. 나는 그날 처음으로 검귀에게 한 방을 먹였다」

「한 방, 말인가요」

「그래. 불의의 틈을 찌르고 덤벼든 게 꽤나 잘 먹혀서 말이다. 검귀한테 총알을 때려 박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대단하네요. 어떻게 그 가백 소대장님에게 총알을?」

「놈의 【순】을 창으로 깨부순 뒤, 부하 녀석들과 함께 둘러싸서 벌집으로 만들어줬지. 틀림없이 죽였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고르스키 씨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알고 있는 대로, 가백 소대장님이 목숨을 잃은 곳은 서부전선이 아닙니다.

 

 뭐어, 그가 벌집이 된 정도로 죽을 리가 없겠죠.

 

「그러나 그 순간, 내 왼팔이 베여나가 허공을 날았다. 놈은 배를 쏘인 상태에서도 검을 휘두른 게야」

「……」

「자세히 보니 총알도 대부분 검과 【순】에 튕겨 나가 있었지. 함께 급습한 부하들도 모두 잘게 썰려 있었어」

「그건……」

「그래도 한 발만은 틀림없이 검귀의 배를 관통했다. 이는 살아남은 부하도 확인한 사실이야」

 

 가백 소대장님은 배를 쏘인 상태 그대로 전투를 지속했다고 합니다.

 

 서부전선에서도 「총에 맞았는데도 계속 싸우겠다니, 이 사람,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었죠.

 

「방탄복도 없는 배의 정중앙을 분명히 관통했다. 틀림없이 해치웠다고 생각한 나는 이만 철수했지. 왼팔을 잃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로」

「……」

「그런데! 그 남자는 머리가 이상한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거늘, 배를 쏘인 상태로 철수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점을 지켰다」

 

 하지만 실제로 전장에서 수차례 배를 쏘여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배를 관통당하면 아무리 일어서려고 애를 써도 절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잘못 움직이면 출혈이 더 심해지고 복부 전체에 격통이 번지기 때문에 웅크린 채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식은땀이 폭포처럼 흐르고 배탈이 났을 때의 수십 배에 달하는 고통이 뇌를 불태우듯 자극하는 겁니다.

 

 어쩌면 가백 소대장님은 정말로 요괴였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남자의 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용감한 병사가 순직했다. 모두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나는 눈물을 머금고 도망쳤지. 검귀를 해치웠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야」

「……아, 그」

「하지만 놈은 그 이후에도 전투를 이어나가며 내 뒤를 이어 돌격한 증원 부대를 괴멸시키고선 유유히 철수했다고 하더군. 내가 직접 손을 들여 육성해온 부하들의 태반이 순직했고, 나도 부상으로 인해 수도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데도 말이다」

 

 ……고르스키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조금씩 이마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저도 그 이야기의 당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도 동부전선에서 검귀가 척척 기세 좋게 돌격해오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

「내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건 내 삶을 통틀어 그 남자뿐이야. 총에 급소를 관통당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싸움을 이어나가는 놈이랑 대체 무슨 수로 싸우면 되는 걸까」

 

 서부전선에서의 기억이 점점 되살아납니다.

 

 그렇습니다. 그건 분명 사바트가 연속 공세를 걸어온 탓에 오스틴의 전선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을 때.

 

 로들리 군과 그레이 선배랑 함께 죽을 힘을 다해 확보한 3번째 참호에서, 가백 소대장님은 치명상을 입은 채 돌아와서는…….

 

 

 

 

 

「그거, 제 짓일지도 모릅니다」

「……뭐?」

 

 

 

 

 

 혹시나 해서 고르스키 씨와 상황을 대조해 보니, 역시나 검귀는 가백 소대장님을 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최전선에서 배를 관통당하고도 목숨을 부지한 게 확인된 그는 사바트군 내에서 괴물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위생병인 네놈이 돌격부대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오스틴군에는 위생병이 남아도는 건가?」

「남아돌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요……」

 

 웬일로 가백 소대장님이 치명상을 입고 돌아오길래 놀랐었는데, 그때 싸웠던 상대가 사바트의 에이스인 뇌창귀였던 거군요.

 

 지친 상태에서 틈을 찔린 가백 소대장님은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고르스키 씨를 퇴각까지 몰아붙였던 거겠죠.

 

 그 뒤, 제 어깨너머로 배운 수술로 명을 붙들고 그레이 선배를 뒤로한 채 후방으로 철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군. 치명상이긴 했다는 건가. ……놈은 괴물이 아니었던 게야」

「네. 조치가 조금만 늦었어도 살아남기 힘든 부상이었습니다」

 

 고르스키 씨는 제가 조치하지 않았다면 소대장님이 죽었을 거라는 말을 듣고 저를 노려봤습니다.

 

「밉구나 미워. 그 남자의 배를 관통한 그 총알 하나를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쌓아왔는지……」

「……그렇습니까」

「네놈만 없었다면 불랴나 니코프, 모두의 죽음도 헛되지 않았을 터이거늘……!」

 

 고르스키 씨가 겨우겨우 해치웠다고 생각한 가백 소대장님을 제가 살려버린 탓에 헛수고가 돼버린 모양새인가요.

 

 하지만 왼팔을 잃은 고르스키 씨는 전선에서 물러나게 된 덕에 북부 결전에 참전하지 않아 살아남았고.

 

 치명상조차 극복해 낸 가백 소대장님은 철수전 도중에 명을 달리했습니다.

 

 ……전쟁이란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사과하진 않을 겁니다」

「그래. 그게 맞다」

 

 어렴풋이 눈물을 띄운 고르스키 씨는 제 그 말을 듣고 입술을 깨물고는.

 

「네놈도 직무를 다했을 뿐이니」

「……」

「나쁜 건 전쟁이야」

 

 그리 읊조렸습니다.

 

 

 

 

 

 

「네놈이 봤을 때 검귀는 어떤 병사였나?」

「폭력적이고, 무섭고, 엄하고, 그리고 믿음직한 사람이었습니다」

「……흠, 뭐 전형적인 돌격병이군」

 

 그 뒤, 전장에 있으면서 생긴 정신적 상처를 위로하듯이 저희는 조금씩 대화를 풀어나갔습니다.

 

「그러고 총알을 검으로 베어 넘기는 것을 보고, 아 저건 인간을 벗어났구나, 라고 생각했죠」

「아, 뭐, 총알을 베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런가요」

 

 가백 소대장님의 가장 괴물 같은 점이었던 총알 베기에 관해 말을 꺼냈더니, 고르스키 씨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가백 소대장님과 호각으로 싸웠던 강자였습니다.

 

 전장의 에이스들은 각자 총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다고 했던가요.

 

「그렇게 괴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지 마라」

「그럼 총알을 어렵잖게 베어내는 사람을 어떤 눈으로 보면 되는 건가요」

「흥. 그건 꼼수 같은 거다. 다 요령이 있지」

 

 고르스키 씨는 제 질린 듯한 말에 조금 무안해하는 표정을 짓더니 방에 세워져 있던 은색의 창을 손에 쥐었습니다.

 

「보거라」

 

 그러고는 제게 잘 보이도록 커다란 【순】을 전개했습니다.

 

 그건 가백 소대장님보다 잘났으면 잘났지 절대 뒤지지는 않는 견고한 V자 모양의 【순】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상태에서 정면에 있는 네놈이 나를 총으로 쐈다고 치자」

「네」

「그러면 나를 향해 날아온 총알의 태반은 【순】에 의해 빗겨 가겠지」

「네. 그렇게 되겠죠」

「그러니 중심을 벗어난 것들은 무시해도 된다. 어차피 안 맞아」

 

 고르스키 씨는 창을 위쪽으로 겨눈 채 꿰뚫듯이 저를 응시했습니다.

 

 사바트의 에이스와 대치하는 기분이 들어 조금 식은땀이 납니다.

 

「옆쪽에서 비스듬히 날아오는 총탄도 웬만해서는 맞지 않는다. 횡으로 움직이는 표적은 맞추기 힘들거든」

「네」

「적어도 나는 한번도 맞은 적이 없다」

 

 뭐어, 연사 성능이 낮은 총으로는 횡이동하는 적을 노리기 힘들죠.

 

 FPS에서도 적의 사선에 놓이면 좌우로 움직이면서 깡충깡충 뛰는 것이 무빙의 정석이었습니다.

 

 【순】의 존재로 인해 탄이 옆으로 새기 쉬운 이 세계에서는 사선 방향의 적보다는 정면의 적을 노리는 것이 정석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면에서 몸의 중심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들이다. 중심으로 오는 총알은 【순】으로 완전히 빗겨낼 수 없어」

「……네」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서는 총격에 맞춰 전개한 【순】의 중심을 똑바로 베어내면 된다. 적의 총알이 중심을 벗어나 있다면 문제없고, 만일 정면으로 오고 있다면 참격에 튕겨 나갈 게야」

 

 그렇게 고르스키 씨는 마술의 속임수를 밝히듯이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군요. 아무리 소대장님이라도 총알을 보면서 베어내는 게 아니었던 거군요.

 

「검귀도 【순】의 사용에 능숙하지 않았나? 만약 【순】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태연하게 베어낼 수 있다면 정말로 괴물이다만」

「……가백 소대장님의 【순】은 돌격병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강고했습니다」

「역시 그렇지」

 

 그리 듣고 보니, 확실히 아슬아슬하게 인간의 범주에서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적의 총소리에 반응하고 즉각 정면을 베어낼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상하지만요.

 

「언제 한번 연습해봐라. 【순】을 전개한 채로 아무 무기나 들고 똑바로 휘두르는 게 전부다」

「……ㄴ, 네」

「습득 난이도에 비해 퍽 화려해서 술자리에서 인기가 좋아」

「아, 개인기……」

 

 이리하여 저는 살사 군의 원수인 고르스키 씨와 친분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입장에서는 저도 전우들의 원수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원한을 털어내지 못하면 평화로운 세계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자, 좀 더 팔을 붙이거라. 네놈은 몸이 작으니 베어 올리는 동작이 좋을 게야」

 

 그래서 저는 이런저런 감정은 접어두고.

 

 어느샌가 보크를 마시기 시작한 사바트의 에이스에게 전장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개인기를 가르침 받았습니다.

 

 덧붙여서 이 마을에 거주하는 다른 사바트 병사에게도 물어본 바에 의하면, 이 「총알 베기」를 연회용 개인기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은 사바트군에서 고르스키 씨뿐이라고 합니다.

 

「더 빠르게 휘둘러! 그게 아니야. 각도가 지면과 수직이 아니잖나」

 

 언젠가 떠돌이 재주꾼으로 살아가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저이기에 일단 이 「총알 베기」를 배워두기로 했지만…… 익혀질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총알과 동일한 속도로 베어내야만 하기 때문에 제 신체 능력으로는 턱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애초에 가능했으면 제가 가백 소대장님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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