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준비 다 했어.

카메라는 준비됐어?

오케이, 그럼 시작한다.

 

 

자.

 

하나!

둘!

셋!

 

큐!

 

 

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늘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권얀진 입니다!

 

 

저는 지금 젊음의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생각인데요.

오늘 인터뷰의 주제는 바로 첫 키스의 순간입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시작해볼까요?

우선 저기 핫도그 가게 앞에 서 있는 남성에게 가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 네 안녕하세요. 이거 티비 나오는 건가요? ”

 

 

네 맞습니다! 부담되시거나 하기 싫으시면 굳이 안 하셔도 돼요.

 

 

“ 한 번쯤 방송에 나와보는게 꿈이었어요. 할래요. ”

 

 

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건가요?

 

 

“ 임신 중인 아내가 핫도그를 먹고 싶다고 해서 지금 이렇게 사러 나왔어요.

빨리 들어가 봐야 해서 짧게 부탁드릴게요. ”

 

 

네! 그럼 바로 본 질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혹시 첫 키스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첫 키스 상대가 지금 부인이 아니시라면,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여기서 인터뷰를 멈추겠습니다.

 

 

“ 하하, 첫 키스는 지금 아내랑 했고요.

첫 키스의 순간이라, 그건 잊을 수가 없죠.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오는걸요? ”

 

 

오 다행이네요! 

첫 인터뷰부터 실패 할까 봐 걱정했거든요!

좀 더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 저랑 제 아내는 대학교 CC였는데요.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제가 군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사귄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아내는 저한테 큰 감정도 없을 거 같았고.

아직 제 마음도 확립이 되지 않았던 시기라서. "

 

 

" 그냥 헤어지는 게 맞는 거 같아, 입대 날짜가 뜬 날 바로 

아내를 불러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제 멱살을 잡더니 제 얼굴을 밑으로 끌어당겨

저한테 키스하더라고요.

그러고는 울면서 자기는 기다릴 수 있다고, 이제서야 사귀기 시작했는데.

어딜 도망가는 거냐고,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꽤 오래전부터 나를 좋아했다고.

울분을 토해내더라고요. 그날 아내의 표정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네요. "

 

 

정말 좋은 이야기네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시청자들도 많을 텐데

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 같네요!

부인은 지금 임신 몇 개월 차인가요?

 

 

“ 지금 7개월 됐습니다. 

제가 주문한 핫도그가 나왔네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

 

 

네! 부인께 잘 전달해주십쇼!

조심히 가세요! 

 

 

처음부터 아주 좋은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초장부터 강한게 나오면 후반은 보통 안 좋기 마련인데

이걸 이길 사연이 또 나올지 걱정되네요.

이번에는 저기 앞에 있는 학생 2명한테 가볼까요?

 

 

안녕하세요!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 인터뷰요? 와 할래요! 근데 어디 방송국이에요? ”

 

“ 야, 뭘 이런걸 하려고 해 창피하게... ”

 

 

네! 그럼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둘은 무슨 사이죠?

 

 

“ 네! 저희는 얀챈고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고요. 

옆에 얘는 제 남자친구예요! ”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잖아...”

 

 

뭐야! 뭐야! 사귀는 거예요? 안 사귀는 거예요?

남자 쪽은 아직 마음의 문을 다 열지 않았나 본데요?

자! 그럼 바로 다음 질문입니다.

첫 키스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 음... 첫 키스요? 제 첫 키스는 말이죠... 바로 지금이에요! ”

 

“ 야 너 또 무슨 짓을 하려는... 읍! ”

 

 

와! 말씀드리는 순간!

여자 쪽에서 남자에게 키스를 갈기고 있습니다!

이거 방송 나와도 되는 건가요?

얘네 학생 맞아요? 너무 잘하는데요?

 

 

“ 퍄... 하아... 보셨죠? 이 순간을 절대 잊지 않을래요. 

방금 방송으로 전 국민한테 제 남자친구를 알렸네요. ”

 

 

오! 이거는 남자 쪽 말도 들어봐야겠는데요?

남친분! 지금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 끝났어... 내 학교생활도... 내 인생도... 이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녀... ”

 

 

어...

자자자자자자...

자! 이제 다음 분으로 넘어가죠!

이번에는 누가 좋을까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저 남성?

음... 저분은 인터뷰를 하는 게 실례일 거 같고요.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저 여성분?

잠깐만. 저 책은 내가 요즘 읽고 있는 그 BL...

책을 열심히 읽고 계시는데 방해하면 안될 거 같고요!

 

 

음.... 

 

 

아!

저기 버스 정류장 앞에서 꽃을 들고 서 있는 노인분께 가보죠!

이런 인터뷰 주제에 노인분들이 빠질 수가 없죠!

 

 

안녕하세요! 혹시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 이게 뭐여? 테레비여? 나 방송 나오는 거여? ”

 

 

네, 할아버지! 방송 맞고요.

저는 그니까... 탤런트예요!

몇 가지 질문에 답변 가능하신가요?

 

 

“ 나야 좋지, 요즘 야들은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디.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준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있나. ”

 

 

네. 그럼 지금 여기서 꽃 들고 뭐 하시는 건가요?

 

 

“ 보면 몰러?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으문 버스 기다리는 거지. ”

 

 

그럼 어디에 가려고 하시나요? 

 

 

“ 공동묘지, 마누라 보러. ”

 

 

아... 그러시군요. 

그 할아버지, 이런 질문드리는 게 실례 일수도 있긴 한데요.

혹시 첫 키스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 요즘 야들은 이런 야시꾸리한 이야기 좋아하는가 봐.

키슈라, 나도 당연히 해봤지. 키슈 했던 거 말하면 되는 거여? ”

 

 

네 할아버지 말씀해주세요!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어요!

 

 

“ 나랑 마누라는 중매로 결혼을 했는데 말이여.

그때는 다들 중매로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지.

요즘 얘들처럼 연애 결혼? 그런 건 손에 꼽았지.

나는 색시 얼굴은커녕 이름도 모르고 바로 결혼식 하러 갔었어~

말만 결혼식이고, 그냥 집안 어른들 모셔다 놓고 음식 좀 해놓고 

절만 올리는 게 끝이었지. "

 

 

" 요즘 얘들처럼 뭐 서양복을 차려입어 고급스러운 음식 같은 걸 사묵어? 

비싼 돈 들일 필요가 뭐가 있냐 이 말이야!

요즘 것들은 다들 사치만 부리고! "

 

 

그... 할아버지.

그래서 키스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요?

방송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요.


 

“ 그렇게 급하면 어제부터 찍지.

그려 알겠어, 빨리 말하자면 결혼식 때 처음으로 색시 얼굴을 봤는디.

아니 시방, 국민학교 때부터 나랑 앙숙이었던 그년을 데려다 놓은 거여!

사사건건 나한테 시비 걸고, 나한테 돌멩이 던지고, 내가 냇가 있으면 물속에 자빠트리고.

우리 집 농사 망치려고 우리 밭도 갈아엎으려고 한 년인디 말이여. "

 

 

" 왜 엄니는 그런 년을 델꼬 왔는지.

맘 같아서는 다 엎어버리고 나가고 싶었는데 말이여.

집안 어른들이 다 모여 있어서 그러진 못했어.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마음에 안 드는 사람 만나도 그냥 결혼허고 살 텐데.

나도 참고 같이 살아야지 뭐. 

그때는 그랬어. "

 

 

" 그렇게 결혼식이 끝나고 첫날밤이 됐는데.

나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참아질지가 않는 거야.

사이도 좋지 않은 년이랑 왜 평생을 살아야 허지? "

 

 

" 그년도 내가 싫은가. 

이불 위에 가만히 앉아서는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

참다못한 내가 말했지. 

이렇게 된 거 그냥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살자고. "

 

 

" 근데 말이여, 그년은 그럴 수가 없었나 봐.

내 말이 안 들렸는지, 갑자기 일어나서는 발로 나를 자빠트리더라고?

그러고는 자빠져 있는 내 옷고름을 붙잡더라고.  "

 

 

" 이러면 안 된다고, 너는 나 싫어허지 않냐고. 

싫어허는 사람끼리는 이런 거 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자기는 나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데?

자기가 우리 엄니한테 부탁했데, 아들놈 좀 자기한테 달라고.

우리 엄니가 나를 팔아버린겨.

그렇게 그년은 내 옷고름을 다 풀어 헤치더니만.

내 저고리랑 바지를... ”

 

 

아니 할아버지!

첫 키스 이야기해달라고요!

더 이상 말하시면 큰일 나요!

 

 

“ 키슈나 요분질이나 똑같은 거 아니여? 

왜 얼굴이 빨개지는거여, 부끄러운 겨? ”

 

 

됐어요, 여기서 이만 마칠게요.

 

 

“ 그랴, 마침 저기 버스도 왔네. ”

 

 

네, 그럼 할아버지! 

가서 할머니랑 좋은 추억 나누세요.

할머니 보고 싶다고 따라가시면 안돼요!

오래오래 사셔야죠!

 

 

“ 그려, 그리고 나도 고마워. 내 이야기 들어줘서. ”

 

 

이번에는 좀 매콤한 인터뷰였네요.

그래도 중매 결혼으로 결혼하신 거치고는

사이가 좋으셨던 거 같아서 보기 좋네요.

 

 

자.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마지막으로 딱 한 분만 더 인터뷰해보죠!

 

 

이번에는....

저기 꼬마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고 계시는 남성분께 가보죠!

 

 

안녕하세요! 혹시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꼬마 친구도 안녕!

 

 

“ 아니요, 하면 안 돼요. 아내가 싫어해요. ”

 

“ 와! 방송국이에요? 저 좀 찍어줘요! ”

 

 

지금 찍고 있어요!

꼬마 친구가 인터뷰하고 싶다는데 하시지 그래요?

 

 

“ 하... 그럼 짧게 부탁드립니다. ”

 

 

두 분은 어떤 사이신가요?

 

 

“ 제 딸입니다. ”

 

 

역시 예상한 대로 아빠와 딸이 맞았군요!

따님이 정말 예뻐요! 엄마를 닮았나요?

 

 

“ 우와 아빠! 나 예쁘데! ”

 

“ 뭐. 지 엄마를 똑 닮긴 했죠. ”

 

 

짧게 해달라고 하셨으니까 

바로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서 빠르게 끝낼게요!

첫 키스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혹시 첫 키스의 상대가 지금 부인분이 아니시라면,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여기서 인터뷰를 멈추겠습니다.

 

 

“ 저는 키스를 해본 적이 없는데요. ”

 

 

네? 부인이랑 안 하셨나요?

아. 질문을 잘못 들으신 거 같은데요.

평소에 키스를 하시냐고 물어본 게 아니라,

첫 키스를 물어보는 거예요.

 

 

“ 네, 저는 키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

 

 

아니 없으시다고요?

아이도 있으신 분이?

 

 

“ 뭐라고 해야 할까...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몸은 내어줄 수 있어도, 마음마저 전부 다 내어주기는 싫었어요.

키스는 마음을 내어주는 행위라고 들었거든요. ”

 

 

그... 그런가요?

대체 그게 무슨 뜻인가요?

 

 

“ 그런 게 있습니다.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겠네요. ”

 

 

재밌으신 분이시네요...

아하하하하...

 

 

....... 

 

 

아! 그렇지!

우리 꼬마 친구 방송에 나와서 기분 좋아요?

 

 

“ 네 좋아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

 

 

잘 부르네요~

오늘 집에 가서 어머니한테 방송 나온 거 자랑할 건가요?

 

 

“ 음... 아니요! 그거 말고 엄마한테 말할 게 있어요! ”

 

 

뭔데요? 엄마한테 뭘 말할 거죠?

 

 

“ 오늘 아빠가 예쁜 누나랑 오랫동안 말 섞었다고 말할 거예요!

엄마가 그랬는데,

아빠가 다른 여자랑 대화하는걸 보게 되면 무조건 말해달라고 했어요! ”

 

 

“ 뭐? 야야야야야! 얀희야! 너 아이스크림 안 먹고 싶니?

아빠가 사줄까? 그리고 너 저번에 판다 인형 가지고 싶다고 했지?

지금 사러 가자 어때? ”

 

 

“ 와 좋아요! 빨리 가요! 가면서 비행기도 태워줘요! ”

 

 

“ 자~ 이륙합니다~ 슈웅~! ”

 

 

아니 인터뷰하다가 어디 가요?

저기요?????

 

 

어... 음...

 

 

이번에는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끝내버렸네요.

이런 적은 처음 이긴 한데 이런 일도 있는 거죠.

 

 

자! 이제 시간이 다 되어서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오늘 방송 진행을 맡은 권얀진이였고요.

오늘 방송을 시청해주신 시청자분들이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기길 기도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자 그럼 다음 주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