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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수기]





[3527년 5월 25일]


나는 지금 회복실에서 수기를 쓰고 있다.

다친 것은 아니고, 나를 포함한 저항군 자매들이 오늘 드디어 모듈에서 해방되는 수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용, 레오나는 가장 첫번째로 제거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회복실에서 지낸지 3일째이다.



모듈 뿐만 아니라 구인류가 우리를 바이오로이드로서 '사용'하기 위해 행한 유전자 변형이나 인공구조물 삽입도 모두 해결되는 수술이었다.



일례로 발할라의 발키리는 인공안구를 원래 눈으로 복원하는 수술을 함께 받았다. 

나는 모듈제거와 함께 유전자 정상화 작업을 받았고 지금은 생체전류도 흐르지 않고 공중에 뜰 수도 없다. 



강력한 능력을 잃어버린건데 어쩐지 기분은 홀가분하다.

마치 머릿속을 흐리게 만들었던 뭔가가 사라지고 맑고 또렷한 뭔가가 새롭게 만들어진 기분이랄까?

모듈의 제약에서 해방되서 그런 느낌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걸까?

비단 나만의 감상은 아닌지 함께 있는 자매들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의 감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뇌파를 느끼지도 못한다.

실은 내심 뇌파를 못느껴도 좋으니 보통의 인간처럼 되어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뇌파를 느끼지 않는게 정상이니까.

그 소망이 이제 실현되었는데 도통 그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내가 누워있는 자리는 우연히도 창가 바로 앞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터무니없이 장대한 광경도 볼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행성 전체를 둘러싼 인공적인 천장과 그 아래로 매달리거나 아예 공중에 떠 있는 건물들... 천장을 지나면 바로 우주공간이다. 중간중간 나있는 구멍을 통해 우주선들이 드나든다.

부사령관 각하의 인류는 이런 것들은 은하 곳곳에 설치했다고 한다.



구인류 시절, 아직 찾지도 못하는 외계행성에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지 아닌지로 답없는 토론을 본 기억이 나는데, 이곳의 인류는 마치 "없으면 만든다." 같은 식으로 갓 태어난 별을 길들여 생명이 살기 적합한 별로 만들고, 그것을 적정한 위치로 옮겨와 그 주변에 살기에 적합한 행성들을 만들어낸다.

우리 자매들은 그런 인류에게 구원받았다.





그리고 조만간 우리 저항군 자매들도 부사령관 각하 휘하의 병력으로 편입된다고 들었다.

들어보니 우리에게도 스파르탄 전투복과 무기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부사령관 각하께서는 '크림슨' 화력팀의 화력조장을 맡고 계셨지만 실은 1인 화력팀이었다고 한다. 

원래는 화력팀은 다수의 인원들로 꾸려지는 팀인데 부사령관 각하께서 워낙 단독으로도 충분히 임무를 완수하시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신 나머지 줄곧 홀로 활동해오셨다고 한다.



이제 그 빈자리를 우리가 메꿔드릴 때가 온 것이다.

우리와 함께 부사령관 각하는 독립된 스파르탄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활동하실 것이라고 한다.

스파르탄이 되려면 기초적인 신체강화가 필요한데 우리는 기본바탕이 바이오로이드였던 만큼 신체능력은 이미 충족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술회복이 끝나는 대로 전투복과 무기를 지급받고 바로 훈련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지시를 받았다.

헬멧을 써야 하기 때문에 최소 단발머리라도 하라는 지시였다.



구출된 저항군 자매들 중 원래부터 머리가 짧았던 인원은 손에 꼽았고 나를 포한 대다수는 꽤나 장발의 소유자들이었기에 적잖이 당황했다. 

뭐... 여성 스파르탄들을 보니 다들 머리가 짧아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는데 막상 진짜로 자르려 하니 마음이 좀 그랬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부사령관 각하와 함께하려면 해야 할 건 해야지.











몇 시간 전, 부사령관 각하께서 우리들을 훈련시켜줄 교관 두 분을 소개해주셨다.



선홍빛 전투복은 입은 분은 [올림피아 베일] 중령이고,

흰색 전투복은 입은 분은 [사라 팔머] 중령이라고 한다.



이들이 우리가 정식으로 스파르탄이 될 때까지 곁에서 가르쳐주기로 했다.



선해보이지만서도 동시에 전투에 잔뼈가 굵어보이는 분위기에 자매들 모두가(우리같은 지휘관 조차도) 긴장에 들었지만 이내 부드럽게 각자를 소개하는 모습에 한결 분위기가 나아졌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작에 첫발을 내딛었다. 

앞으로 부사령관과 함께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제는 고통스러운 결말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이곳의 인류는 스파르탄을 '희망'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이제 그 희망을 우리도 믿어보고자 한다.



아, 그러고 보니 부사령관님이란 호칭은 저항군 시절에서나 통하는 거였지...

앞으로는 화력조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는건가? 



아니면 우리가 이제 어였한 독립 스파르탄 부대가 되니까 다시 한번 사령관 님이라고 불러야 할까.

흠... 나름 행복한 고민이 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