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를 감안해도 발육이 부진했지만 그 대신 넘사벽 수준의 고유능력을 가진 얀붕이


주변에서는 인간병기니 뭐니 난리를 쳤지만 얀붕이 내면은 여전히 애였음


그런데도 사람들이 지나치게 거리감 있는 취급을 하기만 하니 얀붕이는 늘 외로웠음


하지만 황제가 스승으로 붙여준 얀순이는 달랐음


언제나 얀붕이를 자기 가족처럼 잘 대해줬음


그래서 얀붕이는 얀순이한테 의존했음


얀순이도 한때 따라올 자가 없는 천재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얀붕이가 등장하면서 그 자리를 뺏겼지


사람들은 얀순이가 얀붕이의 재능을 시기해서 뭔가 안좋은 짓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얀붕이를 지나치다 싶을 만큼 아끼는 얀순이의 모습을 보며 이내 안심했어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가 했는데 황제가 얀붕이를 부마로 삼겠다는 말을 한 다음부터 무언가 달라지기 시작함


얀순이 누나가 밤마다 얀붕이를 몰래 불러들여서 “누나 믿지?” 같은 소리를 하면서 이상한 약을 먹게 하는 거


그냥 봐도 이상하게 생겼고 냄새부터가 불길했지만 먹길 주저하는 얀붕이를 본 얀순이 누나의 표정이 썩어가는 걸 보고 얀붕이는 결국 그걸 마셨지


처음에는 별 일 없는 거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능력이 마음대로 안써지기 시작하는 거야


사람들은 ‘갑자기 부마로 삼는다고 하니 애가 긴장했나?’, ‘역시 아직 애구나’ 같은 얘기를 하면서 일단은 며칠 쉬게 하면서 컨디션 관리를 하라고 했음


얀붕이는 모든 게 당황스러웠지만 여전히 얀순이 누나를 의심할 생각은 못하고 있었음


그러다가 어느 날 얀붕이가 능력을 아예 쓰지 못하는 순간이 옴


얀붕이가 그 사실을 알아낸 건 한밤중이었음


원래라면 얀순이 누나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아침에 찾아가겠지만 멘탈이 제대로 나간 얀붕이는 급하게 얀순이의 방으로 감


근데 얀순이 누나의 방이 미세하게 열려있었음


이상하다 싶어서 조심스럽게 머리만 조금 집어넣는 얀붕이


얀순이 누나가 안보이네?


결국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서 방으로 들어감


근데 얀붕이가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닫힘


바람도 불지 않는 와중에 문이 갑자기 닫혀서 놀란 얀붕이가 문을 다시 열어보려 하지만 이상하게 문이 안열림


그 타이밍에 뒤에서 “얀붕아 무슨 일이니?” 라고 말하는 얀순이 누나의 목소리가 들림


무서웠던 와중에 듣고 싶었던 목소리를 들은 얀붕이가 기뻐서 돌아봤다가 순간적으로 쫄음


언제나 넘사벽 수준의 능력을 가진 자신을 경계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만 봐온 얀붕이였음


근데 얀순이는 살면서 처음 보는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음


이게 자기보다 명백하게 약한 상대를 쳐다보는 눈빛이라는 걸 얀붕이는 전혀 몰랐음


그저 뭔가 위험하다는 걸 느꼈을 뿐


그래도 일단은 용건을 말해야 했기에 얀붕이는 자기가 능력을 못쓰게 됐다는 걸 밝힘


그 말을 들은 얀순이가 얀붕이한테 다가가기 시작함


얀붕이는 뭔지 모를 위협을 느꼈지만 능력을 못쓰는 얀붕이는 비슷한 나이인 애들보다도 떨어지는 신체능력을 갖춘 허접이라 도망도 못침


다음 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불에 탄 시체 둘이 얀순이의 방에서 발견됨


소지품이나 의상 등을 근거로 일단 얀붕이, 얀순이가 사망했다고 결론지었음


황실에서 내놓은 가설은 어떤 이유로 얀순이의 방을 찾아온 얀붕이를 얀순이가 기습해서 살해한 뒤 그 시체에 마법으로 불을 지르고 자신의 몸에도 불을 질러 자살했다는 거였음


한편, 그 시기에 어느 마을에서는 어린 남자아이와 성인 여성이 하나씩 실종됐다는 보고가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