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 던전 속 ♡♡♡한 몸을 지닌 【몬스터 걸 - 미믹】이 되어 버렸다
개념글 모음

레벨업 직후, 그녀는 뇌를 강간당하는 듯한 감각에 숨을 헐떡였다.


실제로 누군가 그녀의 뇌를 범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 폭력적인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과도한 정보의 양이 밀려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 직후,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일반적인 모험가는 마물을 죽여 그 영혼의 힘을 취해야 레벨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몬스터 걸이기에 정액을 취해야 레벨업할 수 있었다.


‘세상에...’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야한 짓을 해야 한다니.

그 사실에 경악한 그녀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레벨업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단순히 강해지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종족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을 의미했다.


고블린조차 레벨업을 거듭한다면 군대를 몰살할 수 있었다.

레벨에 따라 익힐 수 있는 스킬도 달라졌다. 존재로서의 격도 달라졌다.

그러니 레벨을 올려야 하지만, 그녀는 몬스터 걸이였기에 정액으로만 레벨업할 수 있었다.


정확하게는 타인의 마력을 갈취해야 레벨업할 수 있다는 뜻이었지만, 그거나 그거였다.


결국, 상대의 체액을 취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았으니까.


‘그, 그래도 레벨을 올리면 좋은 것이구나...’


그렇게 생각한 미믹이 멍하게 이시우를 응시했다.

직전의 계약은 아무래도 서로 윈윈인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기분 좋았어.”


“아, 그래요?”


“그래, 이러다가 성벽이 비틀리게 되겠는데.”


그 말은 쉬이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미믹은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는 한편, 눈을 흘겼다.


“저는 이상 성욕의 대상이 아니에요! 정상 성욕이거든요!”


“화내는 곳이 조금 이상하지 않아?”


“엣, 으무우... 그런가...”


“뭐, 이상한 일은 아니지. 넌 몬스터 걸이니까.”


미믹은 반박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반박할 수 없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는 변태가 아니었다. 적어도 일단 변태는 아니었다.

여자가 되었다고 해서 곧장 몸을 허락할 정도로 음란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가 아무리 살기 위해서였다지만, 곧장 입으로 한 발 빼고.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 여성기를 벌려 남성기를 삼켰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그래, 이건... 그것에 가까웠다.


‘입으로 접시에 코를 박아... 음식을 먹는 느낌.’


야한 행위라기보다는 더러운 식사에 가까웠다.

그녀는 그 사실이 조금 불쾌했다.


“다, 다음에 한 발 뺄 때는... 무조건 손으로만 할 거예요.”


“음? 어째서? 이유라도 있나?”


“직전의 행위는... 접시에 입을 처박고 음식을 먹는 느낌이었다고요... 으무우...”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 없거든요!? 저는 문명적인 몬스터 걸이에요! 그런 비문명적인 행위는...”


“하지만 기분 좋았지?”


“기, 기분...”


“기분 좋았지? 아냐?”


“...종종, 아래 입으로는 할게요.”


그렇게 말한 미믹이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럽다는 생각 한편으로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잘못이 없었다.

잘못이 있는 건 성관계라는 행위를 만든 이 세계에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한 그녀가 재차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앞으로 식사는 하루에 한 번이에요.”


“그 가슴 가지고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되겠어?”


“이거랑 그건 다르거든요! 으무우...”


“하하, 농담이야. 종종 그 야한 몸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족하지.”


“으무우...”


“그건 그렇고... 너, 한 번 몸 상태를 점검해 봐.”


미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몸 상태는 완벽하게 정상이었다.

레벨업 직후인 탓일까. 몸에 힘이 넘쳤다.

지금이라면 누가 와도 싸워 이길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준비 만전! 이에요.”


“그 뜻이 아닌데.”


“엣...”


“몬스터 걸은 보통 일반적인 마물과는 다르거든.”


“저, 정확하게 어떤 의미일까요...?”


“으흠, 고블린은 보통 탐욕이 강해. 죽게 되리란 걸 알면서도 몸을 움직이곤 하지.”


마물을 상대로 무언가를 단언하는 것은 그리 좋은 버릇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시우는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고블린들이 탐욕 때문에 스스로 사지에 몰려드는 걸 수없이 목격했다.


그렇듯 마물에게는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일말의 본능이 존재했다.


마치 생물이 자기 씨앗을 후대로 남기고자 하는 것처럼.


“하지만 고블린 걸은, 필요하다면 탐욕을 억누를 수 있어.”


“자, 잘 모르겠어요.”


“미믹으로 비유하자면, 그래 이런 느낌이겠군.”


그는 적당한 상황을 묘사했다.


“누가 네 상자를 열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수, 숨을 죽이겠죠? 그래야 기습할 수 있으니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포식자가 사냥감을 앞에 두고 몸을 긴장시키는 것처럼.

상자로 의태한 미믹을 열려는 사람이 있다면 저절로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었고.

그래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정액만큼이나 중요한 게 영양이었다.


그러니 미믹은 그 외의 다른 답변을 떠올릴 수 없었다.

아마 상자 안의 내용물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촉수로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시우가 다음 질문을 던졌다.


“만약 내가 네 상자를 열려고 해도 숨을 죽일 거야?”


“그건... 아닐 것 같아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의미다.”


“아.”


“마물에게 있어 절대적인 본능을 거스를 수 있으며 일반적인 마물과는 구조도 다르지.”


“그런, 뜻이군요...”


“어디 한 번 해보는 것 어때?”


“한 번 해볼게요...!”


미믹은 천천히 눈을 감고 집중했다.

그리고 상자 내부에서 그녀의 또 다른 수족, 촉수 다발을 끌어냈다.


“으베에...”


어지럼증과 함께 혈색 좋은 빛깔의 촉수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미믹은 마치 혀를 움직이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가만히 있다가 후후 웃었다.


이걸 이용한다면 식사를 좀 더 편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건... 여러 의미였다.

잠시 두 가지 상상을 떠올린 그녀는 이내 엣헴, 하고 가슴을 쭉 펴며 입을 열었다.


“어때요!?”


“...폭력적이군.”


“그렇죠!? 멋지죠!? 제 촉수에요!”


“가슴 말이야, 가슴.”


“...으무우.”


“큼, 다른 것도 한 번 해봐. 상자는 어때?”


“상자요...?”


그녀는 꼬리를 상자 안에 꽂은 채로 몸을 움직였다.


일단 신체 말단.

그러니까 어떤 부위든 간에 상자 안에 있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하복부 중앙에 있는 핵.

그 핵이 상자와 연결되지 않으면 그녀는 급속도로 육체를 잃고 무너져 내릴 게 분명했다.

반대로 상자와 연결될 수만 있다면 이렇게 두 다리로도 움직일 수 있었다.


“으무우!”


그 사실에서 그녀는 한 가지 계책을 떠올렸다.


그녀는 꼬리가 있었다.

혀 모양의, 그러니까 원래라면 공격과 방어를 위해 썼을.


하지만 이번에는 그걸 이용하면 될 것 같았다.


미믹은 이내 정신을 집중했다.

가장 먼저 상자를 작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그녀의 몸이 전부 들어갈 정도의 상자를 들고 움직이는 건 확실히 이상할 것 같아서였다.


“으무웃...!”


이내 그녀는 상자를 작게 만들었다.

그녀가 목욕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에서 등산용 가방만 한 크기로.

그리고 그녀의 꼬리를 그곳에 전부 쑤셔 넣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재차 정신을 집중해서 상자를 다른 모습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잘하면 의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면 아마 이시우의 도움 없이도 밖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에 따라 얼마나 지났을까.


“으뭇!”


그녀는 상자를 가방의 모습으로 의태하는 것에 성공했다.


“놀랍군...”


“후후, 보세요!”


미믹은 양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가슴을 쭉 폈다.


“전 일반적인 몬스터 걸이 아니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을 게 하나 남아 있었다.

그녀는 곧장 상자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작게 말았다.

성인 여성보다 조금 더 컸던 육체의 크기는 이내 자그마한 곰 인형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이내 해파리를 닮은 듯한 귀여운 모습으로 변한 미믹이 상자를 열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로 어디든지 함께 갈 수 있어요!”


“흠.”


이시우는 미믹을 들어 올렸다.

이렇게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음험한 욕망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그는 신사.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걸 말하지 않은 그는 그저 웃음을 머금으며 그녀를 칭찬했다.


“잘했어.”


“후후... 좀 더 저를 칭찬하도록 하세요!”


“잘했어, 그래. 상으로는, 자지를 줄까?”


“네, 자지 주세요... 가 아니라! 지금 사람, 아니. 미믹 놀리는 거예요!?”


“이제 알았어?”


“으무우...”


미믹은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꿈틀거렸다.


“놀리면 기분 나빠요.”


“삐졌어?”


“안 삐졌거든요!?”


“그럼 됐지, 뭐.”


“밉네요, 흥!”


“미안, 미안. 용서해줘.”


“용서해줄게요. 전 너그러우니까.”


그렇게 말한 미믹이 잠시 가만히 있다가 불현듯 기억났다며 질문을 던졌다.


“근데 인벤토리가 뭐예요? 조금 전에 레벨업하면서 쓸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인벤토리?”


“네, 인벤토리.”


이시우는 숨을 삼켰다.


인벤토리는 용사에게나 주어지는 권능 중 하나였지만, 몇몇 모험가들은 알고 있었다.


종종 희귀한 미믹도 그런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는 걸.

그리고 아마 눈앞의 몬스터 걸이 말하는 게 진실이라면 그는 아주 땡잡은 셈이었다.


‘운이 좋군.’


그렇게 생각한 그가 이내 입을 열었다.


“너, 오빠랑 계약 하나 하지 않을래?”


그렇게 말한 이시우가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미믹은 그 미소에 겁을 먹으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손해는 아닐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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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