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본인 눈팅만 하던 장붕이 이번에 글 써본다

아포칼립스나 디스토피아물에서 선악의 구분이 어려운 입체적 캐릭터가 보고 시프다


예를 들어서

아포칼립스 상황이면 꽤나 커다란 난민 혹은 피난 캠프에서 

홀로 타 지역 출신이라 배척받던 아저씨가

아이들이라도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일부러 광대 분장 같은 걸 하고 보급받은 간식을 나누는 등 아이들과 놀아주는거지


아이들은 처음엔 많이 경계하고 안 다가가다가 꾸준하고 순수한 모습에 이내 마음을 열고 순수한 그 나이대의 모습으로 함께 뛰놀고

주변 어른들은 이리 힘든 상황에서도 순수하디 순수한, 마치 아포칼립스 사태 전과 같은 모습을 보며 점차 사내를 도와주기도 하고 점점 므흣하게 바라볼거야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아포칼립스가 아니지.

앞서 말했듯 아직까지 선한 마음을 유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류가 더 많을거야.

누군가는 나누어주는 사탕을 빼앗기 위해 남성을 구타할거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아이들을 시켜 먹을 걸 받아오라 시키겠지.


그래도 사내는 일부나마 따스한 사람들의 모습,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을 보며 여전히 이 일을 계속하겠지. 물론 인간성을 잃은 이들에 대한 악감정이 없는 것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들 때문에 이를 그만두기에는 너무나 보람찬 일이니까.


하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져가. 이제는 물자가 많이 부족해져 군인 및 시민들에게 돌아갈 양을 제외하면 난민들을 위한 보급품도 거의 없고,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는 더 예민해져가고 있어. 아이들마저이젠 사내의 농담에 웃어주지 않아. 어른들은 이제 아이들에게도 성매매, 구걸 등 결코 윤리적으로 용납되어서는 안될 일들을 시키고 있어.


그러던 와중에 남성은 길을 걷다가 골목에서 옷이 여기저기 찢겨있던 채로 상처입은 여자아이가 기절해있는 것을 보고 말아. 평소 그에게 친절했고, 밝은 성격이 눈에 띄어 서로 이름도 알고 있던 사이였지. 마침 그 애의 부모가 어디 살고있는지도 알고 있으니, 어서 아이를 안고 거주지로 뛰어가는 사내.


그러나 부모는 아이를 신경쓰지 않고 도로 데려가라 해.

[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신 아이라고요!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단 말입니다. 이 아이가 무슨 일을 당했을지 걱정되지도 않습니까?"


"이봐, 미치광이. 우리도 할만큼 했어. 당장 우리가 굶어죽게 생겼는데 애새끼 챙겨서 뭐해? 이대로 둬봤자 지금껏 키운 값도 못 할 년이라고."

]


사내는 충격을 금치 못했어. 얼마전까지만 해도, 친절하진 않았을지언정 이렇게 무책임한 인간은 아니었는데! 

당장 그들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우선 아이의 상태가 급해서 이웃들이나 군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달려야만 했어.

하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는 않았고, 되려 그들을 해코지 하고 물건을 빼앗으려 하는 경우가 많았지.


그 때 아이가 눈을 뜬거야.

[

"...광대 아저씨..?"


"그래, 꼬마야. 나다! 조금만 힘을 내렴. 곧 약을 찾을 수 있을ㄱ..."


"조금..조금만이어도 좋으니깐 먹을 걸 주시면 대드릴게요"

]


사내는 이 한마디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

이 애가 지금 뭐라한거지? 부모가 이를 시킨건가? 그럼 골목에 쓰러져 있던 것도 혹ㅅ...


아이의 맥이 끊어졌어.


그 이후로 사내는 많이 바뀌었어. 정말 많이.

웃음기따윈 얼굴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가끔은 거주지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사는 것을 몇 주 동안 반복했을까.

사내는 다시 웃으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며, 사탕을 나눠주기 시작해. 기존의 것과는 좀 달라 보이는 사탕을 말이야.


그리고 몇 주 후, 한 경찰관이 난민거주구역 아동 연쇄 사망 사고를 조사하기 시작해. 이 경찰은 평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남성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어 어느 정도 안면을 틔워논 상태야.


대충 여러 복잡한 조사를 끝내고, 경찰관은 사망한 모든 아이가 집 바깥에서 죽었다는 점, 그 어떤 저항 흔적도 없었다는 점, 혈액에서 치사량 수준의 마약 성분이 보인다는 점, 무엇보다 모두가 남성을 만나고 얼마 안가 죽었다는 점을 알아채.


이런 증거들을 통해 남성이 범인인 것을 알게 된 경찰관은 큰 충격을 먹어. 그는 이를 고발하기 전, 남성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하지.


그를 만난 남성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간단히 자백하기 시작해.

[

"결국 들켰구만. 맞아 내가 한게 맞다네."


"당신이 어째서!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


"그래서! 그래서 이런 일을 벌인거네."

"나는 아이들이 더이상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랬어. 나는 단순히 아이들을 죽인게 아니야. 괴로움을 끊어준 거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봐, 친구. 자네는 이 아이들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알고 있나?"

"알고 있겠지, 당연히 알겠지! 망할 경찰과 군은 그 망할 효율성을 따지며 굳이 난민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 했으니까!"

"학교에 다녀야 할 아이들이, 소매치기를 배우고. 또래 아이들과 뛰어놀 나이에 한 번이라도 더 스스로를 팔려고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을 바꾸려고 한 것 뿐이야."


"개소리 하지 마! 넌 단순히 불쌍한 아이들을 죽인 것 뿐이야."

"넌 스스로의 철학에 빠져서, 훗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아이들의 가능성을 빼앗고 죽여버린 살인마. 사회에서 배제해야 할 악인일 뿐이다!"


"가능성. 그 망할 놈의 가능성!"

"희망이라는 미끼 아래서, 아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다는, 가족을, 스스로를 위한다는 착각에 빠져 기약할 수 없는 세월을 나락에서 보내고 있네."

"너희는 항상 희망을 핑계로 사람들을 일으키지만, 정작 그.결과는 무책임하더군. 참 편리하겠어."

"나는 그런 핑계 따위 대지 않는 어른이 되기로 했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살인이다?"


"물론. 나도 당연히 이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네."

"하지만 어른들을 죽일 수는 없어. 그들은 이 생지옥에서 쉽게 탈출해선 안 되."

"다행이지, 그들은 스스로를 끝낼 용기조차 없다는 것이.


"..."


"그러고 보니, 아까 나에게 악인이라 했나? 반쯤은 맞는 말이야."

"분명 나란 사람 자체는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인이야. 연쇄 아동살인마라니,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하지만 나는 고민했네. 자기합리화가 아닌, 순수한 의문과 고민 말일세."

"과연 이 행동 자체는 악행일까?"

"들어보게. 원래대로라면 그들은 길거리 창녀보다 못한 인생을 살다 갔을거야. 최악이지. 하지만 내가 도움으로써 이 생지옥을 더 오래 느끼지 않고, 마지막 순간 최고의 쾌락을 느끼며 갔다. 충분한 호상이 아닌가? 이 행동은 불행했을 결말을 바꾸어준 것이 아닌가?"

"내 말이 틀린가? 모든 시체를 부검해본 자네는 알텐데."

"모든 시신이. 웃고 있지 않았나?"

]


대충 이런 식으로. 아포칼립스판 셜록과 모리어티처럼 서로 가치관과 환경이 완벽히 다른 아치에너미.

얘내가 서로의 관점을 이야기하며 

살아있는 것이 악이자 불행인 상황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선사하는 것은 악인가?

같은 주제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 보고 싶다.


원래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물의 매력은 역시 극한 환경에서 사람의 인간성과 규념의 변화를 지켜보는거라 생각해서...

이런 글을 썼는데 생각보다 별루네

죄송합니다 찌그러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