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범죄자가 왜 출소 후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지 아는가? 범죄 말고 할 줄 아는게 없어서다.


사회가 안 받아준다. 한번 낙인이 찍히면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된다고.


"니미 씨발. 이러니 제가 새 삶을 시작하고도 사채업자 짓이나 하고 있는 거겠죠."


니미 말투 개좆같네. 하여튼 이 몸뚱어리는 말투며, 외형이며 모든게 마음에 안 든다.


이런 애새끼 같은 체형에 수상해 보이는 얼굴로 사채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쯧."


사채업자는 정장에 묻은 담뱃재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덕 채권자에 잘못 걸려 의자 대용으로 쓰이던 채무자는 무너지듯 땅에 드러누웠다.


채무자는 회한이 담긴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채업자는 채무자를 보지 않고 딴곳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명심하세요. 다음은 당신 딸의 차례라는 것을."


"따, 딸 만큼은 안 건들기로 하지 않았나!"


인간성을 버린 새끼한테도 부성애가 있었나. 사채업자는 담배 연기를 뱉으며 채무자 앞에 쭈그려 앉았다.


치이익-


사채업자는 불이 채 꺼지지 않은 담배 꽁초를 채무자의 이마에 비볐다. 역한 탄내가 코 끝을 스치기도 전에 채무자는 고통에 못이겨 땅을 데굴데굴 굴렀다.


"신고할 거야! 신고할 거라고!"


고통에 잠시 이성을 놓은 채권자가 분에 못이겨 개소리를 늘어놓았으나 사채업자의 구두에 진화되었다.


"..."


"선생님. 우리 조금만 양심에 손을 얹자구요. 그 말. 친구 돈 때먹고 나른 악성 채무자가 할 게 안되지 않나요?"


"..."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푸른 족쇄가 채권자를 움직일 수 없게 구속했다.


"후후. 남들 속여서 돈 먹고 나르면 끝이라고 생각하셨죠? 그거 다 빚이에요."


얼굴이 수상하게 생겨먹어서 돈을 빌리는 사람이 없다면 빚을 사면 그만이다. 그렇게 산 빚은 내 마음대로 추심해도 되지 않겠어?


사채업자는 서류 가방에서 빳빳한 계약서를 꺼내 채무자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여기에 싸인하면 빚 모두 탕감해줄게요. 어떤가요?"


악성 채무자는 흐릿한 시야로 애써 계약서를 읽어내렸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짧고 간결했다 


[1. 채권자(이하 갑이라고 함.)과 채무자(이하 을이라고 함.)은 다음과 같이 계약을 체결한다.


[2. 을은 빚 탕감을 위해 갑에게 재능과 기술을 지불한다.]


누가보면 장난으로밖에 안보이는 계약서. 악성 채무자는 대수롭지 않게 서명란에 싸인했다.


채무자의 볼펜이 계약서에서 떨어지자마자 계약서는 흰빛을 내뿜다가 부스러지며 가루로 변했다.


"...!"


악성 채무자는 처음 겪는 괴현상에 놀라 탄성을 내질렀지만 이상하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을 깨닫고 얼굴을 구겼다.


"...! ...! ...!"


채무자는 입을 뻥끗거리며 말하려 했지만 언변의 재능을 빼앗긴 상태에서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언변이라. 당신이 무술을 익혔다면 움직일 수 없었을 텐데요. 참 운이 좋아요."


"...?"


"빚은 이걸로 탕감 됐냐고요? 당연하죠."


기술을 추심했기 때문이 나한테 더 이상 '사기꾼'의 채권은 없었다. 제 아비에게 못된 짓만 잔뜩 배운 딸의 채권은 있지만.


"...그럼 아카데미로 가볼까요?"


"...! ...! ...!"


사채업자는 사기꾼의 딸이 있을 아카데미로 향했다. 뒤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는 사기꾼을 무시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