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부예정
개념글 모음


화가 나 보이면서도, 슬퍼 보이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히 평소처럼 금방 잠드실 정도로 만취한 아버지였는데, 어째서 정신을 차리신 걸까.


천천히 나와 멀어지기 시작한 아버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게 다... 설마 내가 그런 거냐?"

"그,그게...: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보는 건 볼까.


그래, 솔직히 털어 놓는 거야.


나도 처음 아버지가 날 덮친 그날의 일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었는데, 아버지도 다르지 않을 거야.


여자가 되어버린 나도 믿어준 사람이잖아.


우리가 서로를 원했을 뿐이잖아. 아버지는 술기운 속에서 엄마를 품에 안았을 뿐이고, 나는 사랑한다는 말과 체온을 원했을 뿐이니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이해해 주실 거야.



"저, 전 괜찮아요. 아빠랑 하는 섹스... 괜찮아요!"

"..."

"처음엔 조금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니니까... 또 처음 말고는 제가 거부하지 않았..."

"재희야."

"ㄴ,네. 아빠."

"왜. 날 여보라고 부른거냐. 왜 거부하지 않았니?"



봐.


아버지는 날 이해해주려고 하잖아. 괜찮아.



"아빠가 할 때, 엄마의 이름을 부르셔서요... 그러면서 사랑한다고 하셔서."

"그,그래서 참은 거니? 이 용서 못할 짓을?"

"아니에요! 참다뇨... 사실 좋았어요."



그러니 전부 말해도 될거야.


침대위를 기어서 아빠에게 다가갔다. 침대 위에서 아빠를 올려다보며 참아왔던 말을 내뱉었다.



"뭐...?"

"처음 아빠랑 했을 때, 사랑해라고 외치는 말이 너무 좋았어요. 그 말에 가슴이 너무 벅차서 그 날처럼 술을 드신 아빠가 저에게 사랑한다고 하는 말이 듣고 싶었어요."

"... 난 널 사랑한단다 딸."

"알아요! 아빠는 절 사랑하시죠. 하지만 아니에요. 그 날 들었던 사랑한다는 달랐어요. 분명 엄마에게 말하셨을 사랑해는 좀 더 뜨겁고, 질척해서 너무 황홀했어요. 그 뒤로는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래도 피임은 확실하..."

"이재희!"



아빠가 내 이름을 부르며 크게 화를 내셨다.



"차라리 첫날에 날 마구 때려서라도 막았어야지!"

"아빠...?"

"이건 네 엄마를 욕 보인 거다! 이 아비를 무시한거고!"



아빠가 화를 낸다. 왜?


나는 전부 참고 괜찮다고 넘겨왔는데, 아빠는 왜 나에게 화를 내세요?



"너에게 이런 걸 원한게 아니다! 내가 너에게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라고 강요하더냐!"

"강요하셔도 괜찮아요. 그저 섹스잖아요? 서로 뜻이 맞으면 할 수도 있..."



-짜악



눈을 마주치고 있었던 아빠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얼얼한 뺨과 갑자기 돌아간 고개.


무슨 일이 일어 난 거지?



"찾지 말거라."

"아빠?"



크게 한숨을 쉰 아빠가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간다.


뺨을 맞은 나는 멍하니 맞은 뺨을 어루만지며 침대 위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옷을 입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아빠를 찾으러 나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가만히 아빠를 기다렸지만, 체크 아웃시간이 지나도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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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결국 호텔방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집에는 금방 돌아오시지 않을까.


이미 집에 가셨을지도 모른다. 욱한 마음과 죄책감에 손찌검을 날리셨지만 분명 집에서 나를 기다려 주실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빠는 집으로 돌아오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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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니, 매 끼니를 준비하고 음식이 준비된 식탁에 앉아서 현관문을 바라보며 아빠를 기다렸다.


아직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오시지 않는 거야. 오실거다.


식어버린 음식은 한입도 먹지 않고 버렸다. 아빠가 돌아 오셨을 때 함께 식사를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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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본다.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린다.


식어버린 음식을 버리고 다시 다음 끼니를 준비한다.


카페를 열러 나가지 못했다. 그저 집에서 아빠를 기다린다.


알바생에겐 미안하다고 말하며 퇴직금을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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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언제 오세요.


벌써 일주일이에요. 너무하세요. 저는 전부 이해하고 용서해 드렸는데.


아빠는 왜 돌아오지 않으세요.


제발 돌아와서 절 이해한다고 해주세요. 절 믿어준다고 해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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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왜 안 와.


강간 당한건 나였는데. 왜 니가 상처받고 화를 내.


난 여전히 아빠뿐인데. 남은 건 아빠밖에 없는데.


왜 아빠는 날 쳐내고 보러 오지 않아?


여긴 우리집이잖아.


왜 안오냐고!


... 아. 알았다. 아빠는 근친이 문제 인거야. 그래서 상처를 받은거야,


응. 맞아. 그게 분명해. 그럼 아빠와 딸의 관계를 부수면 문제없겠구나.


히히힛... 준비 해야겠다. 나도 새겨주면 돼.


이미 방법은 배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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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정도 딸아이와 거리를 두었다.


술이 취한 나에게 아내행세를 하면서까지 성관계를 맺고 있던 아이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근친을 가볍게 여기는 아이에게 화가 나 손찌검까지 해버렸고, 그 발단이 나라는 사실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회복되어 간다 한들, 아직은 불안정한 아이를 때리고 10일이나 혼자 두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띠리릭



내가 너무 성급했다.


아이에게 잘 말하고 정리하면 해결 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일을 크게 만들었다.



"재희야."



대답이 없다.


어딘가 나간 것일까.


슬쩍 둘러보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한 집에는 그저 무언가 끓는 소리만 들려올 뿐.



"가스불도 켜둔 채로 어딜 간거니..."

-탁



된장찌개가 올라가 있는 가스불을 껏다.


이 인분의 식사가 차려진 식탁의 음식들이 식지 않은 것으로 봐서 방금 전까지 집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돌려 주방에서 나가려는 순간.



-타다다다닥.



마치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 들리는 날카로운 전류음이 뒤에서 들려왔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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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