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대학 시스템에 현대 사관학교 시스템의 짬뽕이 가장 현실적인 형태일 것 같은데

세상이 혼란에 빠지고, 무력과 지성을 겸비한 뛰어난 자원들을 본격적으로 교육하고 양성하기 위한 고등 교육기관이 최초로 개설됨

그리고 학생 양성의 목적은 사회의 관료나 군인을 양성하는 것...

아카데미가 개교하고, 이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방식은 혼란한 시대에, 교육에 목마른 수 많은 우수한 학생들로 금새 가득찼다. 

다만 학생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벽은 높고 험난했다. 

아카데미에선 일단 크게 세 가지 학부가 존재했다. 각각 기사, 학자, 성직자 세 가지 학부였다. 

기사 학부는 현대 사회를 위협하는 빌런과 괴수 무리와, 혼란한 사회의 치안을 안정시키기 위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세워졌다. 

그곳에선 우선적으로 그들의 행동 근거와 배경을 인식하고,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수준의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학과 행정학에 대한 집중적이고 심층적인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 이후에는 기사라는 명칭에 걸맞게, 강도 높은 체력 단련과 다양한 전술, 전략과 군사학의 교육이 주가 되었다. 

기사 학부의 학생들은 언제나 기사 한 명 한 명이 무력이 필요한 현장의 책임자이자, 정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무력의 적절한 집행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고, 이를 위해 강도 높은 훈련과 엄격한 규율을 요구받았다. 

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학부는 다른 두 학부에 비해 한 층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

각 학계의 학자가 되거나, 정부의 관료가 되기를 지망하는 이 학생들은, 자유 학부, 자율 학부 등이라고 불리우는 예비 과정에서 자신의 흥미와 적합성, 그리고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탐구와 식별을 거친 뒤, 특정한 분야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이고 심화된 내용을 공부하였다.

다만 다른 두 학부에 비해 몸이 편하다고 한들, 그들의 학풍과 양성과정은 아카데미의 높은 명성에 걸맞게 아주 거칠고, 살벌했다. 

학생들이 학문의 성취를 증명하는 방법은, 주기적으로 받아야 할 시험 이외에도, 꾸준한 발표와 논문의 제출이 요구되었고, 특히 그 중에서도 토론은 교육의 정수 그 자체로 불렸다. 학생들은 제 아무리 사소한 생각이나, 단순한 입장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언제나 그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해야 했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으레 거부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연구와 성취에 대해 증명하지 못하면 - 반대파의 반론과 날선 비판을 극복하지 못하면 - 그의 결과물은 헛된 것이라 판단되어 학생 본인과 함께 아카데미에서 퇴출 되었다. 

성직자를 양성하기 위한 학부는 가장 자애롭고, 종교적인 경건함을 지향하는 이들이 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 삶은 그 어떤 군인보다 치열했고, 엄격한 규율을 삶 그 자체로 승화 해낼 것을 요구받았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그들이 믿는 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기에, 모두가 철학과 논리학의 대가였으며, 학부 진학 당시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졸업 시기까진 그렇게 될 것이 요구되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마법과 신성술이 담긴 고문서의 해독, 그리고 그러한 신비들의 현실 구현과 보급, 의학과 약학, 심리학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이루어졌고, 일부 학생들의 경우 점성술과 이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천문학적 지식을 쌓아야 했다. 

다만 이러한 학부들의 수준높은 교육을, 모든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모든 학생들은, 우선적으로 기본적인 교양과 신체능력, 그리고 심층적인 지식을 탐구할만한 기초지식이 요구되었기에, 입학 이후 초기 수 년간은 예비학부, 자율전공학부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기초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했다. 

기초교육과정은 아카데미 이외의 일반 대학의 학부와 같은 형식이나, 기본적인 철학적 지식과 논리학,현상학(철학과 다른 마법과 신비의 현상을 다룬 학문), 통계학을 비롯한 수학적 능력, 특정 교육과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신체적 능력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기초교육과정이 종료되는 시기까지, 이러한 요구들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 즉시 퇴출되었다. 

솔직히 현실 특수부대를 가볍게 쌈싸먹는 수준의 전투훈련+학부 졸업한 것 만으로도 세계적으로 한가닥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온 인류가 힘을 모아 만든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이 그냥 아카데미물 소설처럼 허술한건 말이 안되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