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rNfeMSr3Xg?si=0VyuSXTGRx1vlFhA






바닷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해초같은 검고 긴 산발머리에 


저 깊은 심연을 담은 듯 컴컴하고 생기없는 곤색 눈동자




일반적인 인어의 화사하고 생기넘치는 이미지와는 정 반대의

음침한 외모를 가지고 


그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살갗과 아름다운 외모가 서로 대비를 이루는 퇴폐적인 분위기의 인어와 살고싶다.





길고 검은 꼬리와 그녀가 자주 머무르는 욕조의 수면에는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밤의 푸른달빛을 받아 흐릿하면서도 선명히 반짝이고 있고


창백하고 음산한 달빛이 조명처럼 그녀가 있는 방을 비춰, 멜랑콜리하면서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으면 좋겠다





기다려왔다는듯 묘한 색정과 애정이 섞인듯한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쪽으로 오라는듯, 욕조에서 사람부분을 내밀고 있고,

검은 레이스같은 지느러미가 달린 꼬리를 흐느적 거리듯 살랑이며 유혹하는 인어가 좋다



물에 젖어 매끈거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살갗이 유난히 더 색정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유혹에 넘어가 가까이 다가가니  약하고 그리 기분나쁘지 않은 정도의 비린 냄새가 살짝 나고, 새근새근 숨쉬는 인어의 숨소리가 들리는게 좋다.


눈을 맞추고 있는 인어가, 천천히 팔을 움직이고

부드럽게 내 뺨에 손을 올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뺨으로부터 올라오는 따스한 체온이 좋았는지, 아니면 부드러운 살갗이 좋았던건지는 모르겠지만


놓치지 않겠다는듯 꼬옥 손을 대고 있었으면 좋겠다.



뺨에서 손을 뗀 인어가, 이제는 내 팔에 손을 올리고 자기 얼굴쪽으로 가져다 대고는 소중하다는듯 뺨에 가져다대는게 좋다


이전보다 더 뚜렷해진 미소를 짓고 비비적대는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




비비던 팔을 천천히 내려놓고


할 말이라도 있다는듯 웃는 얼굴로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좋겠다.


꼬리도 강아지처럼 신난듯 휘휘 흔들고 있었으면 더 좋겠다.


그러더니 ‘사랑해.’ 라는 짧지만 굵은 한 마디를 한 후에 돌연 입을 맞추고 인어의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입술이 닿는걸 느끼고 싶다.



그새 차가워진 손이 다시 닿고, 맞받아치듯 키스를 하고, 부둥켜 안다가


자연스럽게 욕조안에 들어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아주 긴 밤을 보내고 싶다.





그러다 잠들 때가 되었을 때는

바로 옆에 둔 접이식 침대를 펴고, 이제는 아내처럼 대하며 사는 인어와 함께 손을 잡고 천천히 잠들고 싶다.



그러다 천천히 욕조에서 나오더니

내 몸 위에 올라서는 몸을 포갠 채로 잠을 청하는 인어가 좋다


한쪽 손에 깍지를 끼우고,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은채로, 행복하다는듯 웃는 채로 잠든 인어를, 꼭 안아준 채로 다시금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