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철이면 하수구가 막힐까 노심초사, 좁은 반지하 방에서 9살짜리 동생보다 키가 큰 건조대 가득 빨래를 말릴 때면 물 속에 반쯤 잠긴 것처럼 숨이 막혔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집에 도착해 불을 켤 때면 외로움보다는 바퀴벌레가 먼저 나를 반겼고 이불과 식사보다는 살충제와 파리채를 먼저 손에 들었다.


밥상에 고기는 커녕 쌀조차 떨어져서 장사를 하는 친척집에 꾸러 갈 때면 하소연 섞인 구박을 들으면서 저지른 적도 없는 잘못에 대해 연신 사죄를 했다.





5명이 넘는 대가족이 커다란 상을 둘러 앉아 삼겹살을 쌓아놓고 굽는 건 감독이 가난이라는 걸 경험조차 못 해봤거나.


그지새끼들은 티비 볼 시간도 없이 살아갈 거라 얕잡아봤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