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다시피, 부트힐은 사이보그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부트힐에게는 고추가 있는가? 


고추란 무엇인가? 고추란 생식기의 기능을 하며 동시에 소변을 배출하는 배설기관이다. 소변은 혈액 속의 여러 노폐물들이 방광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요도를 통해 배출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부트힐에게도 혈액이 존재하는지를 안다면 우리는 적어도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한 기관이 부트힐에게도 존재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사진에서 보듯, 부트힐에게는 혀가 존재하며, 그 덕분에 우리는 부트힐의 얼굴이 그저 기계 두개골에 갖다붙힌 얼굴가죽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혀는 목 아래쪽까지 존재해야 하며, 부트힐은 술을 마실 수 있으므로, 부트힐에게도 소화기관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보통 ‘사이보그’ 란 뇌와 심장 등 최중요 장기의 온전함이 그 마지노선으로, 이것마저 없이 그저 얼굴가죽만 남아 표정을 표현하는 중이라면 그냥 얼굴가죽을 붙힌 기계나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부트힐에게는 뇌와 심장, 그리고 그 장기들이 운영되게 해주는 혈액이 반드시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혈액이 돌아가며 뇌에 산소를 공급시키려면 부트힐의 신체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부위가 있어야 하며, 혈액에서 술을 마셔서 흡수한 노폐물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부위가 있어야만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폐와 콩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트힐의 광추를 보면 폐는 몰라도 콩팥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콩팥은 물론이고 기대하던 고추도 아예 없는 것 같다. 이대로 끝일까?


아니다. 뇌와 심장이 동작하려면 콩팥이 아니더라도 그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부위는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혈액에서 노폐물을 골라 여과하는 인공 기관이 부트힐에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입증된다. 이렇게 볼 때, 부트힐의 ‘오줌’은 세 가지 방법을 통해 배출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분사형> 이다. 오줌을 기체의 형태로 증발시켜 공기 중으로 분사하는 것이다. 만약 배설을 이런 형식으로 취한다면 부트힐 자신에게는 굉장히 간편한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결투를 하다가 화장실 갔다 올 필요도 없을 것이고, 다른 방법들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여러 불편함들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트힐의 주변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새가 똥오줌을 싸지르듯 기체-오줌을 시도 때도 없이 분사하는 부트힐은 갤럭시 레인저가 아니라 지린내 레인저로 불리우며 갤럭시 레인저의 수치로 유명해질 것이다. 과학이 발달한 세계에서 이런 식으로 배설기관을 만들 리가 없으므로 이 방식은 탈락된다.


두 번째는 <분리수거형> 이다. 이 방식은 콩팥과 방광까지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두는 대신 고추를 만들지 않고 가득 찬 방광을 사이보그 신체 밖으로 꺼내어 오줌을 버리는 방식이다. 이 방식 또한 나름의 장점을 가진다. 고추를 만들지 않을 수 있으므로 흉측한 기계-고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혹시라도 부트힐이 팔을 봉쇄당하는 상황이 온다면 오줌이 마려워도 배출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완전한 수동 배출방식의 난점이다. 만약 기계-방광이 더이상 오줌을 수용할 수 없다면, 기계-방광에서 균열이 발생하며 영구적인 방광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 후로 부트힐이 기계방광을 교체하고 꼼꼼히 세척하지 않는다면 부트힐에게는 만성 요실금이 함께할 것이다.


세 번째는 <인간형> 이다. 그냥 다른 인간들처럼 콩팥, 방광, 고추를 모두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또 두 갈래로 나뉘는데, 고추가 발기 가능한가 아닌가로 나뉜다. 발기가 불가능할 경우 고추를 기계로 만들어 두었을 것이며 완전히 배설기구의 용도로 작동하는 고추일 것이다. 발기가 가능할 경우엔 평범한 인간처럼 가죽과 해면체로 이루어진 고추일 것이지만, 강철 고간에 달린 단백질 고추라는 어색함을 견뎌내야만 한다.


이렇게 부트힐의 고추 유무에 대해서 탐구해 보았다. 이번 연구로 부트힐의 신체에는 <분리수거형>과 <인간형> 배설 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연구에서는 ‘블레이드도 포경 수술이 가능한가’ 에 대해서 탐구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