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시작부터 암타한 소설(임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건 나름 익숙했지만 지하철은 여전히 어려웠다.

내가 살던 곳에 지하철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평소에 탈 일이 적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를 애용해왔고, 내 비좁은 행동반경이라고 해봐야 자전거로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거리였다.



그건 수도권에 이사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전거로 모든 게 해결이 가능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의미가 없고, 애초에 대부분의 스케쥴이 게임에 접속해서 노가리를 까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인도어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북적북적한 사람들 틈바구니가 영 어색했다.



나에게 꽂히는 사람들의 시선도 평소보다 더 가까워서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앞으로 40분은 더 이렇게 가야한다니,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나는 모자를 푹 눌러쓴 체 시선을 내리깔았다.

잘 정돈된 손톱으로 스마트폰을 툭- 툭- 누르면서 시간을 때운다.



디스코트 채팅으로 대충 남은 시간을 말해주니, 더 이상 할게 없었다.

정모를 하기로 한 길드원들 말고, 몇몇 게임 친구들이 있긴 한데 음성 채널을 둘러보니 대부분 레이드를 돌고 있거나 방송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유튜브를 보는 것도 질렸고, 현실 친구도 없으니 정말 할 게 없었다.

그냥 봤던 웹툰이나 정주행해야하나 싶던 찰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지하철 7호칸의 유입이 들어왔다.





“…….”





남들 보다 키가 반 개 정도 높은 남자가 들어왔다.

조금 우울해보이는 곱슬머리, 나른한 눈매와 그에 대조되는 날카로운 턱선과 탄탄한 몸.

빈자리를 찾던 그가 끝자리에 앉아있는 내 앞에 선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는 탓인지 그는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았다.





“……”





나는 웹툰을 보는 척하면서 스리슬쩍 그를 바라보았다.

음악을 듣고 있는지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꽂고 있었고, 시선은 창 밖을 향했다.

오렌지 색깔의 태양이 그를 비춘다.



언제나 사글사글 웃고있는 모습만 봐서 그런지 무표정한 얼굴이 신선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약속 장소와 가까운 역에 도착하자 그와 동시에 내린다.

세 걸음 정도 뒤에 물러나서 그를 쫓는다.



약속 장소는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야했다.

그리 먼 곳은 아니었는데 저녁 시간대의 번화가라 그런지 사람으로 만들어진 바리게이트가 너무많았다.

관장님이 잘 아는 맛집이라는데 이정도 불편은 감수해야겠지.



정모 약속을 잡은 건 나지만, 장소를 선택한 건 길마이신 관장님이었다.

나로서도 괜히 어디가 맛집인지 찾아보거나, 따로 예약을 한다던지 하는 귀찮은 일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바로 오케이했다.



앞을 걷는 녀석이 은근슬쩍 나를 뒤돌아 본다.

언제까지 눈치 못 채나 싶었는데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그가 발걸음을 늦추면 똑같이 늦추고, 성큼성큼 발을 내딛으면 나도 종종 걸음으로 뒤에 따라 붙었다.



대놓고 나를 노려보는 모습이 완전히 스토커 취급하는 듯 했다.

하지만 평소 성격을 잘 아는 놈이 저런 표정을 지어봤자 그냥 귀엽게만 느껴졌다.

근데 뭐.





‘내가 봐도 좀 스토커 같긴 해.’



“저기요. 아까부터 뭡니까. 계속 저만 졸졸 따라오고.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





완전히 뒤돌아 본 녀석이 목소리에 무게를 깔며 말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녀석의 목소리에 놀란건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우리를 돌아본다.

나는 피식 웃고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눈을 가릴 정도로 푹 눌러쓴 모자를 살짝 들어올리곤 내 아이덴티티나 다름 없는 붉은 눈동자를 보여준다.





“야, 쭌. 너 누나도 못 알아 봐? 실망인데.”





내가 얼굴을 드러내자, 으르렁거리는 늑대처럼 사납던 눈매에 힘이 풀리더니 순진한 양 같은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그 얼굴도 오래가지 못했다.

준이 녀석의 얼굴에 순식간에 혼란스럽게 변했다.

마치 못 볼 걸, 아니 볼 수 없는 걸 봤다는 듯 내면의 어지러움이 전해지는 표정.



준이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삿대질이라 하기도 애매하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손가락의 구부러짐.

이녀석이 어지간히 당황했을 때나 나오는 손동작을 보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세어나온다.





“혀, 형…? 아니, 누, 나? 아니 근데, 형이, 형, 아니 누나?”



“푸흡. 뭐라는 거야. 야 일단 가. 가서 얘기하자. 저쪽 골목만 돌면 가게 나온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준이의 팔에 팔짱을 끼고 걸었다.

준이는 어버버 거리면서도 나를 따라왔다.





‘설마 팔을 타고 심장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겠지?’





설마.

가슴이 얼마나 큰데 그게 뚫려서 들리겠어?

나는 벌게진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다시금 모자를 눌러 쓰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말했던 대로 골목을 돌자마자, 육식주의란 이름의 고깃집이 나왔다.



가게 앞에는 관장님이 대표로 나와서 길드원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을 하나 둘 맞이하고 있었다.

관장님은 준이를 발견한 것인지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야 준아~ 여기다 여기! 길드 애들도 거의다 왔…어….”





이내 인파 사이에 낑겨있던 나도 발견한 것인지 밝게 맞이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내가 여자치고 키가 좀 큰 편이고 반대로 관장님은 키가 좀 작으신 탓에 모자를 눌러써도 내 얼굴이 잘 보인 듯 했다.

준이와 마찬가지로 이상한 걸 봤다는 듯, 안경을 고쳐 쓴 관장님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너, 너너 카마, 카마, 카마냐?”





*****







카마의 카마는 넷카마의 카마.


원래는 팔짱끼는 걸 만들고 싶었는데
자기 팔짱만 끼고 있음...
그래서 포기

그리고 ai 그림체 일관성있게 하고싶은데
잘 몰루것다...

시간 남아서 일단 1화 절반 정도 적어 봄

퇴근때까지 하 편 적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