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크게 만들지 마."


"너 하나만 참으면 다 해결되는 일이야."


"소리지르게? 뭐, 그래도 좋고. 너랑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너희 아저씨랑 아주머닌 불쌍해서 어떡해. 기껏 하나뿐인 자식이, 겨우겨우 사람 구실을 하는 줄 알았더니..."


"다시, 이렇게 망가져버리면."


"차라리 기대하지 않는 게, 희망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덜 아플 텐데."


"후후, 다시 앉는 거야? 착한 아이네."


"원래 다들 그래.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거잖아? 싫은 일이라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해야 하는 거."


"마찬가지야... 어릴 적의 넌 항상 제멋대로였으니, 나도 한 번쯤은 억지를 부려 봐도 되잖아?"


"날 사랑해달라고는 하지 않을게."


"결국 넌 내 발치에 엎드려 사랑을 구걸하게 될 테니까."


"그래.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세상의 어두운 면을 모르고 살았던 나를, 순수하게 다른 이들을 축하하고 응원해줄 수 있던 나를, 질투니 증오심이니. 그런 질척거리던 마음 같은 건 하나도 모르던 나를......"


"네가."


"여전히 똑똑하네. 맞아. 넌 그렇게만 말하면 돼."


"'당신을 망가트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당신의 남은 삶을 전부 책임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