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시작부터 암타한 소설(임시)





“어허! 쭌! 너는 내 옆자리에 앉아야지 어딜 도망가.”


나는 은근슬쩍 나한테서 멀어지려는 준이를 붙잡고 내 옆자리에 앉혔다.

준이가 굳은 얼굴로 땀을 뻘뻘 흘렸다.

아직도 내가 카마 본인이 맞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굳어있던 녀석의 표정도 점점 풀렸다.

얘나 나나 게임 폐인이다보니 즐겁게 게임 이야기를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앞 사람이 구워주는 고기도 먹고, 시끌벅적 길드원들과 떠들기 시작했다.



“자자! 쭌! 내가 주는 술 한 잔 받아마셔봐야지.”


“카마 너 지금 그 소리만 벌써 네 번 째다.”



관장님이 고개를 저으면서 타박한다.

테이블을 보니 내 앞에 벌써 맥주 세 병이 비워져 있었다.

가게에 도착한지 이제 한 시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페이스가 빨랐지만 몸이 지치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적당히 몸이 달아오른게 텐션 올리기가 쉬웠다.


나는 답답한 가죽 재킷을 벗어던졌다.

오른쪽 슬라이드로 한 껏 당긴 좀 과감한 가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긴한데, 중요한 한 명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해주면 충분히 감내할만 하다.



‘근데 원래 술이 이렇게 맛있었나?’



남자였을 때는 술은 그냥 가끔 빨리 잠들고 싶을 때나 마시던 거였다.

술에 약한 나는 맥주 두 캔만 마셔도 금방 취해서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다.

숙취도 적은 편이라 그 날 하루가 힘들면 빠르게 잠들기 위해 자주 마셨다.


맛은 솔직히 별로여서 안주랑 먹으면서 억지로 넘기는 편이었다.

그 맛있다는 외국 맥주나, 비싼 양주는 물론 와인이나 전통주 같은 것들도 모두 한국산 일반 맥주나 다를 바 없었다.

그저 도수의 차이.

맛은 거기서 거기였다.


하지만 같이 마시는 사람들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여자가 된 변화 때문일까.

오늘따라 유독 술이 잘 넘어갔다.

따가운 목넘김이나 쌉싸레한 끝맛조차 맛있었다.



“자! 쭌! 잔이 비었잖아! 한 잔 더 마셔야지!”


“아… 넵! 형…이 아니라, 누나?”


“헷갈리면 그냥 평소대로 형이라고 불러.”



나는 준이의 빈 잔에 맥주를 따랐다.

살짝 알딸딸해졌기 때문일까, 거품이 흘러넘쳤다.

아까운 술을 이렇게 버릴 수야 없지.


거품이 완전히 넘쳐 흐르기 전에 재빨리 잔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츄르르릅…. 음…. 음…. 하… 아까운 거 다 흘릴 뻔 했네. 자, 이제 마셔!”


“아……. 네…….”



준이가 얼굴이 빨개진 체 굳은 얼굴로 잔을 바라본다.

술을 많이 마신건가?

하긴 내가 잔이 빌 때 마다 맥주를 따라주긴 했다.

술 잘 먹는다는 소리는 듣긴 했는데 안주도 잘 안 먹고 술만 많이 마셔대면 빠르게 취할 법도 하다.

나는 잘 익은 삼겹살 몇 점을 골라 준이의 앞 접시에 골라줬다.

벌써 뻗으면 곤란했다.



‘현실에선 처음 보는 거니깐 호감도 팍팍 쌓아야 되는데 먼저 뻗으면 안 되지.’



내가 준이 앞접시에 고기를 산처럼 쌓고있자, 우리 테이블 고기 굽기 담당인 ‘헬가르 구멍 확장 기계'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녀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몰랐기에, 그저 엄지 손가락을 펼쳐 척하고 내밀었다.



“역시 전직 고기집 알바생! 엄청 맛있어!”


“됐고, 그 카마…언니? 언니 맞죠? 하 씨… 그냥 오빠라고 해도 되죠? 몇 년 동안 오빠라고 했는데 이제와서 언니는 너무 어색해.”


“응응. 편한대로 해. 쭌이 너도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해!”


“아, 네. 혀…엉.”



준이가 어색하게 형이라고 부르고, 맥주잔을 들어올린다.

손을 덜덜 떨면서 맥주를 천천히 마시는데 한 모금 마시다말고 잔을 내려놨다.

조용히 고기를 먹고있던 관장님이 새 맥주잔을 꺼내 주시고 준이가 마시던 잔은 나에게 건내줬다.



“아하. 짜식. 간접키스가 부끄러웠어? 그냥 딴 곳으로 마시지.”


“그… 카마야. 좀 닥쳐.”



나는 관장님의 타박에도 개의치 않고 맥주잔을 비웠다.

속이 차가우면서도 뜨거워지는 괴상야릇한 느낌이 들자 고기를 몇 점 집어먹는다.

다른 테이블에서 신나게 떠들던 길드 멤버 중 한 명이 우리 테이블로 건너왔다.

얼굴이 빨간 걸 보니 거하게 마신 듯 했다.



“카마 형님! 아니지, 카마 누님!”


“옹야.”


“누님이 왜 진짜 여자인 겁니까!”


“데붕아. 취했으면 남한테 민폐끼치지말고 너네 파티로 돌아가서 술이나 다시 마시렴.”



가르가 다소곳하게 앉아 그를 찌릿 노려봤다.

데붕이가 경례를 취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잠깐이나마 자유를 맛봤던 그의 고정파티 멤버들이 비명을 질렀다.


가르는 다시 열심히 고기를 구우면서 알뜰살뜰 하나씩 집어먹었다.

냉랭한 느낌의 미인인 그녀가 어째서 헬가르 구멍 확장 기계같은 변태적인 이름을 지은 걸가.

그건 아마 남자들은 모르는 여자들만의 심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창 술을 마시던 도중, 데붕이처럼 왜 넷카마 연기를 했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원래 게임에서 유명한 넷카마였다.

내가 뭐 사건을 터뜨린 건 아니고, 대놓고 여자인 척, 귀여운 척 연기를 하는 넷카마 컨셉을 잡았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넷카마인 걸 바로 눈치챘지만 간혹가다가 눈치가 정말 없는 몇몇 사람들이 내가 진짜 여자인 줄 알고 들이대다가 폭사 당해서 그 일로 넷카마 아닌 넷카마라면서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 나와 몇 년동안 같이 게임을 해온 길드원들마저 나를 남자로 알고있었다.



‘이게 진실이긴 한데….’



내가 진짜 여자가 되면서 약간 꼬이게 됐다.

여자인 척 하는 넷카마인 척 하는 여자.

그것이 내 정체성이 되어버렸다.

아무튼, 나는 그것에 이렇게 대답했다.



“전 원래 그냥 귀척 컨셉잡고 논 거였는데 다들 그냥 넷카마라고 오해하더라구요. 굳이 이걸 또 해명해야 되나 싶어서 말 안했던 거죠. 넷카마라고 오해 받으면 여러모로 편하기도 했고.”



내 변명에 가르가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옆자리에서 조용히 술만 홀짝이던 준이 입을 열었다.



“그럼, 그… 형. 정모는 갑자기 왜 하자고 한 거에요? 지금까지 계속 거절하셨었잖아요.”



그냥.

일이 굉장히 잘 풀려서.

인생에 드디어 빛이 들어오는 거 같아서.

그 날의 텐션으로 정모를 잡았다.

내가 아직 TS하기 전의 이야기다.


뭐 진실이야 어쨌든.

지금 해야 할 말은 따로 정해져있다.



“우리 쭌이 얼굴 보고싶어서.”



나는 준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헤벌레 순진한 미소를 흘리면서.

가볍게 그의 어깨를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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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뽑았던 이미지랑 좀 많이 달라져버림...

쿨뷰티의 갭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건 뭐 이쁘고 귀여우니깐 괜찮긴 한데



중간에 완전 무의식적으로 플러팅해대는

둔감 주인공

킥킥



...

...


제목-TS된 사제가 탱커한테 반함

ㅋㅋ....

뭐 좋은 제목이 떠오르는게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