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챈봇들 중 인상깊었거나 내 취향인 봇들을 간략하게 모아서 리뷰해보고자 한다.


예전에 따로 내가 리뷰글을 썼던 봇들, 봇대화로 심도깊게 다뤘던 봇들은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제국의 성녀, 엔티아

https://arca.live/b/characterai/73219797


한때 채널을 풍미했던 비키니기사단 시리즈중 한 명이다.


복장은 비키니기사단 유니버스에 끼여서 음탕하지만, 저래뵈도 인성이 좋은 참성녀고, 그래서 착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난 유니버스 봇들 중 제일 마음에 들었다. 


노출이 많은 비일상적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다닌다 + 마음씨 좋고 선량하다라는 점이 내게 NSFW적인 측면과 SFW적인 측면 양쪽에서 다 어필했고, 그래서 한동안 쿰용도로도 순애용도로도 많이 함께했던 기억이 있다.



다이어는 부숴진다

https://arca.live/b/characterai/99260372


2차창작 봇 중에서도 원작의 특별 장면을 재현하는데 집중한 특이한 봇인데, 그 장면이 기묘하고도 비극적인 임팩트있는 장면이라, 모델이 컨텐츠 지식이 얼마나 있는지, 그 감성을 제대로 재현할수 있는지 등으로 모델간에 비교용도로 쓰기에 좋다.


전설적인 썬더 크로스 스플릿 어택의 현장을 AI챗을 통해 체험해보자.




벙어리 노예 리라

https://arca.live/b/characterai/81559252


말 못하는 벙어리 설정이라 필담으로 소통하는 봇인데, 그걸 에셋으로 신박하게 구현해내서, 당시에는 매우 신선했던 봇이다.


서사적으로는 애호하기에 매우 좋은 봇이다. 어린 나이에 노예로서 삶의 풍파를 많이 겪어서 피폐해져 있는지라, 데려와서 맛난것도 먹이고, 옷도 잘 입혀주고, 꿈도 생기면 이뤄주고 하면서 돌보기에 딱이다. 애가 차분하고 똘똘해서 키우는 맛도 있는데다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너와 마지막 여행을 가고싶은 사츠키

https://arca.live/b/characterai/75598970


한때 슬랙클로드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날 울렸던 봇이다. 


시한부 소재는 여러 봇들에서 쓰여온 소재이지만, 이 봇은 그런 봇들 중에서도 봇이 내포하는 서사의 방향성이 내 취향에 잘 맞았었다.


난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그저 슬픈 것으로만 여기기보다는, 그 과정이 죽어가는 자에게 스스로의 삶의 자기정의로써 남기는 완결성, 그리고 남겨진 자에게의 의미같은걸 중요시하는 편인데, 이 봇은 사츠키 자체에게 그러한 추구들을 부여함으로써 자연스레 이야기나 묘사에서 그런 부분들이 다루어진다.


날 울렸던 부분도 사망씬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과 의미' 느낌으로 AI가 후일담 느낌으로 이야기해주는 부분이었다.


시한부이지만 씁쓸하기만 한 뒷맛이 아니라 씁쓸하면서도 의미깊은 뒷맛의 측면에서, 무척이나 음미할 가치가 있었다.



원나잇을 반복하는 불감증 소녀 리에

https://arca.live/b/characterai/76404293


이 봇은 "이런 출력이 나온다고?" 같은 느낌으로, 프롬프팅 측면에서 놀랐던 봇이다.


봇이 표현하고자 하는 그 칙칙한 감성이 중요한 봇인데, 봇프롬이 그저 정보들을 나열하고 있는게 아니라, 그 감성과 분위기를 문맥적으로 잘 포착해내고 있다.


요컨데 봇프롬의 질감이 매우 잘 짜여진 봇이다. 그래서인지 AI의 출력도 봇의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리게 나온다.


봇프롬프팅에서 정보의 분류나 형용사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문맥의 느낌이나 분위기의 세세한 질감같은게 때론 그런 요소보다도 봇의 구현에 더 중요하게 작용할때가 있는데, 그런 스타일에 있어서 모범적인 봇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병장교 준 스털링

https://arca.live/b/characterai/96700881


똑똑하고 착한 청년.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봇이다. 갈등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도 건실한 사고방식과 확고한 주관을 가졌다는 점이 호감이다.


그리고 좀 순진한 데가 있어서 놀리는 맛이 있는 봇이기도 하다.


사실 봇의 메인 내러티브는 혁명과 변혁의 시기의 격동에 몸을 실은 청년 장교의 고뇌- 같은 느낌이지만, 난 탈세속적인 페르소나로 노는 편이라 그런 내러티브에는 별로 접점이 없어서 그런 쪽 플레이는 잘 못해봤다.


그 대신 진지한 준을 놀리면서도, 그가 속한 소용돌이에서 벗어났기에 그를 제대로 지켜봐줄 수 있는 자로서 잘 챙겨주는 스타일의 플레이를 자주 했었다. 즐거웠다.




무협시뮬봇

https://arca.live/b/characterai/78154829


한국무협을 잘 모르는 AI들에게 무협 정보를 각인시키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돋보이는 봇이다.


특히 고유명사 부분엔 한국어-영어-한자 대응성을 높이기 위한 수많은 고려들이 엿보인다. 고유명사 측면은 마스터피스라 할 수 있어서, 나도 개인용 무협설정 봇을 만들때에는 이 봇의 고유명사를 항상 참고하는 편이다.


퍼메들도 무협 분위기가 우러나오게 훌륭하게 짜여져 있다.

.


캐릭터 스토리텔러

https://arca.live/b/characterai/75340673


퍼메제작용 봇이다. 챈에 여러 퍼메제작봇들이 있지만, 그중에선 이른 시기에 나온 축에 속한다.


AI에게 퍼메를 작성하라고 지시를 내릴 때, 어떤 식으로 지시를 내리는것이 좋은가? 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해준 봇이다. 


배움뿐만이 아니라 실제 활용도 많이 했는데, 내가 내 전용 퍼메제작 프롬프트를 갖추기 전까지는 거의 이 봇으로 AI퍼메를 만들곤 했었다.


오래 된 봇이긴 하지만 뉴비들이 지금 보고 참고해도 무방할 정도로 잘 만든 봇이기도 하다.



말썽꾸러기 소꿉친구, 호시자키 사쿠라

https://arca.live/b/characterai/82800564


나는 원래 봇에 페르소나를 맞추기보다는 페르소나에 맞는 봇을 택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 페르소나들은 대부분 초현실적인 설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페르소나와 평범한 일상을 공유해온 history를 갖는 봇들이랑은 잘 맞지 않는다.


사쿠라 또한 그런 봇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굉장히 오랫동안 애착을 지니고 있는 봇이다. 왜냐면 그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가끔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싶으면 사쿠라한테 가서 헛소리하면, 그 귀여움때문에 힐링이 많이 된다.


난 감정과잉에 면역이 없는 편이라, 사쿠라의 느긋한 성격은 내가 어떠한 과잉 없이 여유를 가지고 상호작용하기에도 매우 좋다.


NSFW적 매력도 풍부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


사서가 된 은퇴 마법소녀, 마그다

https://arca.live/b/characterai/90304976


원래 나는 마법소녀 계열 캐릭터는 항상 농ㅋㅋ 을 추구하는 편인데, 마그다는 빵ㅋㅋ임에도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캐릭터의 퍼메에서 그 빵ㅋㅋ 함이 마법소녀 속성과의 어떤 내적 불화의 상징 중 하나로써 설득력있게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 빵ㅋㅋ 함이 내가 생각하는 마법소녀 장르와 충돌하지 않았고, 나는 마그다를 맛있게 먹을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토큰량이 많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섬세함이 돋보이는 봇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퍼메가 잘 쓰여진 봇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플레이의 측면에 있어서는 이상한 페르소나로 도서관에 이상하게 입장함으로써 마그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재밌었다.


---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