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축복받은 이 엘리아스에 부는 바람은 몇십년간 변함없는 낮잠자기 좋은... 그런 상냥하고 잔잔한 바람이 부는 날이였다

그러나 그런 잔잔한 바람과 따듯한 햇빛과 같은 축복받은 날씨속에서 꽤나 심각한 엘리아스의 주민들이 있었다


에피카,벨리타,다야,힐데,실라 그리고 사제장 네르까지

유령들을 제외하곤 각자 나름 영향이 있거나 종족을 대표하는 자들이 교주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있었다




교주


그는 엘리아스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이면서도 세계수가 선택한... 세계수에게 가장 큰 축복을 받은자 였다


가장 큰 축복을 받았다는것은 결국 세계수가 그의 명줄을 쥐락펴락 할 수도 있다는것을 의미했다

팔십년가까이 그는 처음에 왔던 그 때와는 전혀 다르지않은 외형과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 1년세에는 그런말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엘리아스 내부는 제법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있었지만 

급격하게 변하는 다른세계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현세계에 있는 세계수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지워지지않는 상처가 생기기는 하였으나 당장에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았으니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하지만 교주라는 존재를 감싸안아준 축복은 점점 약해져갔다 


첫 해에는 예전보다는 상처가 잘 낫지않았다

두번째 해에는 버터가 장난으로 쏜 총탄에 관통되어 삼개월이상 입원하였다

세번째 해 즉 올해에는 교주가 급격히 늙어갔다 단 3개월... 그는 팔십세 노인이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세번째 해의 반년이 지난 지금... 교주는 죽음을 직감하고서는 이렇게 주변인들을 모았다



"다 왔어...?"


침대에 누운채로 네르에게 묻는 교주 


"네 교주님 부른 이들은 다 왔답니다"


네르가 애써 웃으며 대답한다 


반년전만해도 일 안한다고 쏘아붙였는데... 정말이지... 요즘 그녀는 교주앞에서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교주우우우우 오년만에 만낫는데 왜 이렇게 늙어버렸소??? 소인은~~"

"히이이익!! 저리 떨어지세요!!"


울며불며 달려붙으려는 에피카와 에피콘을 도끼를 휘두르며 막는다


"한명씩만 들어와줘... 우선 다야"


다야를 제외한 모든이들이 나간다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서는 겨우겨우 마지막에 나가는 네르... 그녀의 표정이 지금 교주의 건강상태를 알기 쉽게 해준다

바깥에서는 에피카가 울며불며 이젠 어떻하냐는 소리가 난다


"그대... 어찌하여 이렇게..."

"그게...미안하게 되었어"


긴 시간 두 남녀는 눈만 마주친 채로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오래 산 부부들이 눈빛만 보면 안다고 했던가??

수 분동안 정적이 흘럿지만 그들은 서로의 눈만 보고서는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지 그동안 고마웠어"

"나도 그대가 있어 행복했다 교주"


다야는 덤덤하게 나갔다


다음에는 벨리타가 들어온다


"..."

잠깐동안의 침묵이 흐른다 


"약속대로 에르핀에겐 알리지 않았어"

"그래... 고맙네 내 동생은 [죽음]이라는걸 받아드리기엔 너무 연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에르핀에겐 평소의 나만 기억해주게 하고싶었어"

"교주... 자네는 마지막까지..."

"그동안 고마웠어 여왕폐하"

"나도..."


결국 눈물을 흘리며 나가는 벨리타

그 다음에는 실라가 들어왔다


"하아... 약하구나 인간은..."

"하하... 그나마 엘리아스니까 잘 살았다 생각해"


교주는 웃어보였다 주름이 더 깊게 파였다


"그래도... 너무 짧군... 겨우 백년 산거아닌가?"

"인간기준에서는 나름 초장수 한거야 운명이 '바람'을 타고 갈 때가 된거지"

"자네가 정령이였다면... 이런일이 없었을까?"

"그랫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단명종 중에서는 난 꽤 축복받았다 생각해"

"말만 잘하는거 보니 사실은 건강한거 아냐?"

"그랫으면 좋겠구만~"


퉁명스러운 실라의 말에 교주는 껄껄웃었다


"부탁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면..."

"내가 죽으면 날 바람에 싣어줘"

"무슨말이지? 바람세기 조정하는거라면 지금도 가능하다만?"

"후후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까지 고마웠어 실라 나이아는 잘 달래주고"


나이아 소리를 듣자마자 크윽~ 소리를 내며 나가는 실라


그 다음엔 힐데가 들어왔다

조용히 청진기를 가슴에 대는 힐데


"으음..."

"이미 끝난사람 진찰해서 뭐하게?"

"그래도 엘프의 의학이라면... 어떻게던 살릴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찾고있어요"

"이것은 운명이야 나는 이미 받아드린거고"

"하아... 의사의 의무는 환자를 살리는 것입니다 엘리아스에는 죽어가는 환자라는게 존재하지 않았지만요"

"나 가고난 뒤엔 엘레나는 계획이 있대?"

"일단 엠바고를 걸고 한달 뒤쯤 발표할 생각이라고 들었어요"


교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는 막나가지만 않으면 괜찮단 말이지"
"어쨋든 교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엘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괜찮아 모두 용서해줘"

"네?"

"그냥... 용서해주라고... 나도... 그리고 너도 말이야..."


힐데는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편안한 표정을 지엇다


"...생각해보죠"

"좋은 날이야... 가기에는 정말로..."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 교주를 두고서는 힐데는 방 밖으로 나갔다

힐데의 손 끝이 떨려보였던것은 교주의 기분 탓이였을까?


그 다음 에피카가 들어왔다


"교주...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소인은...!"

"영웅담의 마침표가 보이는 것 뿐이야"

"이럴순 없소...!! 이럴순 없소 교주우우우!!"


에피카와 에피콘들이 교주의 손을 잡고 엉엉 운다

정말이지 못말리는 녀석들이다


"어쨋든 바쁜 디아나 대신 와줘서 고마워... 슈팡이 아니였음 찾기 힘들었겠지만"

"언제든지 불러주시오!! 소인 에피카! 언제나! 늘! 교주의 부름에 바로 응하겠소!!"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 좀 힘들지도 몰라"

"말해보시오...!! 말해보시오 교주우!!"

"수인 아이들에게 죽음이라는걸 받아드리기엔 너무 무거워 난 어디 멀리 떠낫다고 이야기를 지어줄래?"

"아...알겠소... 영웅의 마지막은 주말농장이 아닌 새로운 곳으로 나아갔다 하겠소!!"

"그리고...쿨럭!!"


교주는 잔뜩 가래가 낀 듯한 기침을 한다 


"으윽... 진짜 얼마 안남았군"

"진정하시오!! 엘프의 의사나리도 있잖소!!"

"하아... 편안한 노래 하나만 해줄 수 있을까?"

"..."


둘은 말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교주가 먼저 웃자 에피카가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알겠소..."


늘 가지고 다니던 하프를 든다


" 이 노래는 소인이 좋아하는 노래라오"


그 작은 손가락으로 연주를 하며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적당히 따쓰한 햇살이 기분좋다

교주는 나는 정말 축복받은 존재구나 하며 눈을감고 노래를 듣는다

그렇게 교주는 엘리아스를 떠낫다


정말이지 최고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