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삐어버린 허리를 추스르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 옆에서는 그녀의 동생, 아니. 남편이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나한테 할 말 없느냐?”
“아니, 저... 그게...”
“아무리 내가 허락했다지만, 짐승을 범하는 것처럼 하는 게 말은 되느냐?”
“자, 잘못했습니다.”
“되었다. 으, 응흐그윽...”
허리를 툭툭 두드린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두 번만 이 짓을 반복했다간 걸어서 천막 밖으로 나갈 수 없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고... 밤을 새웠음에도 좀 더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망설임은 없었다.
기왕이면 좀 더 무언가라도 하고 자자고 마음먹은 그녀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하인을 시켜 물을 데우고 식사를 가져와 달라 이르거라.”
“아, 금방 내오겠습니다.”
“좋다. 그동안 난 일이라도 조금 하고 있으마.”
“네.”
그녀는 아픈 허리를 툭툭 치며 일을 시작했다.
일하지 않고 쉬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일할 수 있는데도 쉬는 건 그녀의 성미에는 차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하인이 음식과 씻을 물을 가지고 온 뒤에는 몸을 씻고 음식을 먹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곧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음?”
어딘가 이동할 때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건강한 아이를 낳으라는 덕담부터 시작해서 고기를 주는 사람도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온종일 의아해하다가 진실을 깨달았다.
“아.”
흰 천이 바람이 불 때마다 나부꼈다.
그건 이불이었다.
그녀의 처녀 혈이 묻은 이불.
그녀는 그제야 사람들이 왜 축하의 말을 건넸는지 알 것 같았다.
‘세상에.’
지금 그녀는 동네방네 어젯밤 처녀를 잃었다며 광고한 셈이었다.
풍습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직접 당할 줄은 몰랐던 탓에 그녀가 얼굴을 푹 숙였다.
결국, 그녀는 난생처음 동생이자 남편한테 화를 냈다.
바가지를 긁는다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였지만, 화는 금세 풀렸다.
굵은 남성기로 가장 깊숙한 곳까지 사랑스럽게 찔러 오는데 풀리지 않을 리가 없긴 했다.
그 이후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니,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흘렀을 수도 있었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눈코 뜰 새 없었던 만큼 시간을 세는 게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녀는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잠을 열두 시간이 아니라 일곱 시간만 자도 몸이 쌩쌩했다.
아니, 좀 더 가서 종종 잠을 자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아픈 허리를 붙들고 업무를 보는 건 힘들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후후 웃으며 이후에 있을 일을 생각했다.
이제 왕과 그 부족은 정착할 곳이 생겼다.
그녀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농사를 짓고.
왕과 다른 전사들이 그 정착지를 지키며 종종 유랑하면서 가축의 고기와 젖을 얻으면 될 터.
너무 자만하는 게 아닌가 싶긴 했지만, 완벽했다.
이것보다 더한 것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하아...”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랫동안 일한 덕분에 이제는 쉬는 것만 남은 셈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쉴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건 아니었다.
“후후...”
남은 건 관계를 맺는 일이었다.
사랑하는 동생과 관계를 맺어서. 임신할 때까지 매일 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아이를 배고. 어머니가 되어서.
계속 이 자리에서 기반을 다지고 왕에게 충성하면.
그러면 옛날의 그 일에 대해 속죄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그녀가 옷을 천천히 벗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다가왔다.
그녀는 남편의 몸을 안으며 웃었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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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쎄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