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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예린, 그녀가 기억하는 가장 첫 기억은 고아원 문 앞에서 하염없이 울던 기억이었다.

부모란 작자는 예린이 태어나자마자 예린의 할머니 집에 그녀를 버리고 도망쳤고, 그런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그녀는 고아원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고아원의 학대를 피해 도망쳤던 것이 11살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몰래 고아원을 빠져나와 정처없이 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더 이상 걸어갈 기력조차 남지 않아 길거리에 풀썩 쓰러졌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왠 사무실 안이었다.

붉은 꽃무늬 셔츠를 입은 아저씨가 예린의 옆에 서 있었는데, 그것이 예린이 신흥 조직폭력배였던 흑장파(黑薔派)에 입성한 첫 시작이었다.


 예린이 기력을 회복한 이후로, 조직원들은 예린에게 싸움을 가르쳐 주었다.

자신을 구해준 이들을 위해 매일 싸워왔던 예린은 20살이 될 무렵엔 이미 길거리 싸움으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 예린이 술에 잔뜩 취해 걸어가다가 그녀를 노리고 잠복해있던 경찰에게 잡힌 것은 아주 운이 없던 일이었으리라.


 이미 여러 건의 폭행, 상해, 심지어는 살인으로 지명수배중이던 예린은 호화로운 변호인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총 12년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조직의 도움으로 공립 교도소가 아니라 이번에 신축된 사립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교도소는 교도소. 시설이나 죄수 복지 등이 공립 교도소보다 좋을 진 몰라도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똑같았다.

거기다, 운영 기업의 방침에 따라 죄수들을 알몸으로 생활하게 한다는 점은 공립보다 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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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

죄수를 호송하는 버스가 멈추고, 한 줄로 묶인 죄수들은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국내 유일의 사립 여성 교도소인 '수치 교도소'. 그 이름마저 처벌의 방침이 단순히 자유를 박탈하고 가둬두는 것보다 일상에서 수치심을 느끼게 함으로써 갱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일반적인 교도소와 달리, 입소 전 신체검사는 한 사람씩 행해졌다.

사립 교도소답게 어차피 입소하는 죄수도 몇 없었던 터라, 1시간 정도가 지나가 예린의 차례가 되었다.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검사실이라 쓰인 방에 들어가니, 각종 의료기기들이 있어, 흡사 의무실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름과 나이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교도관의 말에, 예린이 입을 열었다.


"이름은 백예린, 나이는 24살입니다."


"흡연이나 음주를 자주 합니까? 한다면 어느 수준이죠?"


"음주는 거의 안 하고, 흡연은 이 주에 한 갑 정도 핍니다."


"좋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성욕은 강한 편인가요? 동성애적 성향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욕은... 거의 없습니다. 운동으로 거의 해소하기 때문에... 동성애적 성향도 없습니다."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고 나자, 교도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 하나를 가져왔다.

환자용 신체검사 기록지같은 서류에, 예린의 이름과 사진이 있었다.


"혹시 모를 병균 방역을 위해 소독과 신체검사 진행하겠습니다. 지금 입고있는 옷은 속옷까지 전부 벗어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예린은 자신의 옷에 손을 대었다. 앞으로 12년. 

20대 중반의 파릇파릇한 그녀가 3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될 때까지 옷을 입을 일 따위는 없으리라.

예린은 비참한 감정을 억누르며 묵묵히 옷을 벗었다.


 예린이 옷을 전부 벗어 제출하자, 잔털 하나 없는 매끈한 몸이 드러났다.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마치 조각상같은 몸매.

목에서 팔끝까지 이어지는 장미 문신은 오히려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었다.


"음, 체모는 어떤 식으로 제모한겁니까?"


"레이저 시술로 제모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저 벽 앞에 있는 발 그림에 맞추어 서 주시기 바랍니다."


 예린은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다리를 어깨너비보다 약간 더 벌린 채로 섰다.

농약을 뿌릴 때나 쓸법한 커다란 분무기를 손에 쥔 채로, 교도관은 눈을 감고 입을 닫으라고 말했다.

예린이 순순히 지시에 따르자, 교도관은 예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독약을 뿌렸다.

예린은 제 몸에 뿌려진 소독약을 문질러 바르며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신체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저 위에 편하게 누워서, 다리는 받침대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교도관은 방 구석에 있는 분만대를 가리켰다.

흔히들 산부인과 굴욕의자라고 부르는 분만대에 누워, 예린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떨리는 다리를 살짝 벌려 받침대 위에 올리자, 교도관은 곧바로 다리를 고정하고 양쪽으로 넓게 벌렸다.

곧이어, 차가운 쿠스코가 질을 비집고 들어와 안쪽을 넓혔다.

면봉이 질 안쪽을 문지르는 감각에, 예린은 수치심이 밀려들어 얼굴을 붉히며 눈을 꼭 감았다.


"자세한 건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육안으로 보기에 성병은 없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처녀막도 아직 있는 걸 보니..."


 예린이 수치심에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교도관은 쿠스코를 한 번 소독하곤 예인의 항문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낯선 감각에 반사적으로 힘을 주자, 교도관은 예린의 허벅지를 손으로 찰싹- 때리며 말했다.


"신체검사일 뿐입니다. 힘 빼고 편안하게 있으시기 바랍니다."


 예린은 억지로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이제서야, 예린은 오늘 아침에 이 교도소로 이송될 죄수들을 대상으로 관장을 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면봉이 안쪽을 휘저어대는 것이 느껴졌다.

예린은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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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검사가 끝나고, 예린은 간단한 생활용품과 추후에 있을 '교육'에 필요하다는 각종 성인용품, 러브젤 등을 지급받았다.

바구니의 담긴 자신의 옷을 마지막으로 돌아본 예린은 다시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알몸인 채로 검사실을 걸어나가 자신의 수용실로 향했다.


 창으로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예린은 앞으로의 수감생활을 상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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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봐줘서 고마워! 댓글로 보고싶은 내용 써주면 최대한 반영해보려고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