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예전에 扶餘斯麻(부여사마)가 왜 중국에서 隆(륭)인지 헤맸었는데 이제 갈피가 잡힌 듯하여 써 봄. 갈피 잡힐 즈음 그 글을 다시 보니 한 아무개가 댓글로 이미 제기한 것이더라



타동사 섬기다(事)는 15세기 한국어로 셤기다(syemkí-)였음. -kí-는 접미사일 테니 15세기에 문증되지 않고 사어화한 자동사 *syěm-이 있었으리라는 명료한 추측을 할 수 있음. 대충 '섬겨지다', '섬김이 되다' 같이 존귀하여 받들린다는 뜻을 나타냈겠지. 隆(륭)에도 적절함


*syěm-은 마땅히 *syemú-에서 단음절화 이후 유동적 상성 어간이 된 케이스에 해당하였을 것이고 이는 고대 한국어 *sɛmɛ-로 재구 가능함. 斯麻(사마)를 *sɛmɛr로 읽어서 아예 동명사형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으나 어간만으로 명사가 되는 강력한 조어력 상정하여 *sɛmɛ로 읽는 게 안전할 듯


무령왕은 본디 섬에서 태어나 이름을 斯麻(*sɛmɛ)로 지은 건데, 이는 일본어로부터 들여온 명사 *sɛmɛ(島)와 우연히도 한국어의 동사 *sɛmɛ-가 소리가 서로 일치하여 嶋(도) 이외에 隆(륭)이라는 세련된 표기도 쓴 것. 물론 일본서기엔 セマ라 기록되어 있지만, 나는 *sɛmɛ > *syemú > syěm으로 기정하였기에 자기들 말인 しま에 이끌렸거나 후대에 麻(め) > 麻(ま)로 바꾸어 읽었다고 떼 좀 쓰기로 했음 곰(熊)도 *kɔmɛ > *kɔmɔ > *kwomó > kwǒm으로 보고 있음


또 다른 아무개는 댓글에 居斯勿(거사물) > 隆化(융화)라는 기술에서 *kɛsɛmɔr의 *sɛmɔr과 隆의 관련성을 지적했는데 지금 보니 일리 있음. 여기서 더 나아가 曉母(효모)인 化(화)를 *kɛ로 읽어 隆 *sɛmɔr + 化 *kɛ, 즉 개명하면서 표기를 도치시킨 지명일 가능성이 있어 보임. 용비어천가에 威化島(위화도)를 울헤셤(wúlheysyěm)으로 읽었는데, 여기서 化를 '헤(< *게)'라 읽는 건 고대부터 이어 내려온 관습적 독법인 듯


古斯馬(고사마) *kɔsɛrmɛr을 경덕왕이 玉馬(옥마) '구슬말'로 읽어 한화한 지명이 고려 초에 奉化(봉화)로 바뀌었는데 이것도 유관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중국 지명 갖다 박은 것 같기도 함



의자왕의 아들들은 외자가 많은데 扶餘隆(부여융)은 음독일까 훈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