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릇푸릇하게 젊을 시절에 자신의 꿈에 대한 확고한 길을 가지고 있던 애가

 이런 저런 일로 좌절해서 꿈을 포기하고 피폐화 되는거.

 여기서 중요한건 그냥 피폐화 된게 아니라 그 마음 밑바닥에 꿈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어야 함.

 예를 들어 젊을 적엔 이름 좀 날리면서 세계최고의 검사를 노렸다가 메워낼수 없는 격차에 마음이 꺾인 주정뱅이가 있다고 하자.

 이 주정뱅이가 언제나와 같이 술에 찌들어 주점에서 거의 내쫒겨내지듯 집에 돌아오면.

 자신이 집 한구석에 무심한듯 소중히 벽에 기대놓은 검이 창문으로 새어들어온 달빛 때문에 괜서리 눈에 띄는거지.

 언제라도 들고 나갈수 있게 자신의 몸길이에 딱 맞게 조절해둔 가죽띠에 단단히 고정된 검은 먼지가 쌓여 있었고.

 젊었을땐 손을 떼본적이 없는 검에 먼지만 쌓여가는걸 보고 있자니 즐거웠던 그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시큰거리는 거지.

 술김에 감정이 북받쳐 버려버릴려 했지만, 언제나와 그렇듯 생각만으로 그치고 행동하지는 않아.

 왜냐하면 버리겠다고 검으로 손을 뻗을때면 가슴 끝자락에 내가 버린 꿈이 젊을적 자신의 모습으로 '그럼 이제껏 내가 해왔던건 뭐가 되는거야?' 라고 속삭이거든.

 그러면 머리는 차갑게 식고, 검을 향해 뻗은 손도 힘이 빠지게 되지.

 그렇게 후회와 고뇌속에 삶을 썩히며 산송장과 다를바 없이 살아가고 있을때.

 어느날부터 보이기 시작한 어린 녀석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걸 보게 되는거지.

 자신은 이미 포기했고, 좌절한 그 꿈에 의욕을 불태우는 젊은 날의 혈기를 바라보자...


 불현듯, 화가 치솟아 오르는거야.


 주정뱅이는 젊은 검사에게 삿대질을 하고, 침을 튀겨가며 젊은 검사의 실력에 험담을 퍼부어 대.

 너 같은 녀석은 얼마든지 널렸다고.
 재능도 없으면서 검을 붙잡고선 최고를 꿈꾸는게 꼴사납다고.
 그런 실력으로 최고를 말할정도로 세상은 호락호락치 않다고.

 그건 젊은 검사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아니면 젊은 날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젊은 검사는 그 험담들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조용히 주정뱅이의 말을 경청할 뿐이지.

 그러자 주정뱅이는 제풀에 지쳐 그대로 주점을 나가.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실은 젊은 검사가 정말 본인의 말로 검사를 그만둘까봐 겁이 나서 도망나온거야.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이가 꼴사나운 자신의 가시 돋힌 말로 인해 꿈을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려워져 본능적으로 그 자리에서 달아난거지.

 하지만 주정뱅이는 그런건 깨닫지 못해.
 그저 여태까지 술에 찌든 삶처럼 나는 술맛이 떨어져서 나온거다 같은 핑곗거리를 생각하고 있을 뿐이지.

 기분이 잡쳐 집에 돌아온 주정뱅이는 침대에 누워서 자기 맘에 들지 않는 그 젊은 검사에 대해 생각해.

 필히 일찍 그만두는게 그 녀석에게도 좋은 것일거라고.
 오히려 자신과 같은 패배자의 인생을 살지 않게 된걸 고마워 할것이라고.

 누구도 주정뱅이에게 인생의 길에 대해 알려달라 말한적은 없지만, 주정뱅이는 자신을 위해 그게 옳은 일이었다고 홀로 정당화 하고 있었지.

 그렇게 잠드는 주정뱅이는 다시 만나지도 않을 사람에게 너무 심하게 말했나 같은 해봤자 너무 늦은 후회를 했어.

 주정뱅이에게 그날 밤은 꽤나 뒤척이다가 잠에 들게 되는 날이었을거야.





 그리고 다음날에, 그 젊은 검사를 주점에서 다시 맞닥뜨리게 됐어.

 이번엔 심지어 상황이 어제와는 반대였어.
 젊은 검사가 주정뱅이를 찾아 온거야.

 젊은 검사는 천연덕스럽게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주정뱅이에게 물어.

 "어제 집에는 잘 들어가셨나요?"

 자신을 찾아온 젊은 검사의 말에 당황한 주정뱅이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젊은 검사는 그대로 말을 이어갔지.

 "어제 당신의 말을 듣고 스스로의 부족함과 자만심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어요.
 맞아요. 세계최고를 목표로 한다면 고작 이정도로 우쭐댈수는 없는 법이겠죠.
 고마워요. 덕분에 정신 차렸어요."

 주정뱅이는 그 말에 말문을 잃었어.
 눈앞에 있는 젊은 검사가 맑고 당돌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욕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 믿겨지질 않았지.

 하지만 주정뱅이의 황당함은 거기서 그칠수 없었지.
 왜냐하면 이후 젊은 검사의 말이 더욱 그를 당황케 만들었거든.

 "어제 당신이 집에 돌아간 이후에 사람들께 들었어요! 굉장한 검사 셨다면서요?
 그래서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제게 검을 알려줄수 있나요?"

 그 말에 주정뱅이의 입은 말그대로 떡 벌어졌지.
 누가 저 젊은 검사에게 그런 쓸대없는 말을 한건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주점 주인은 씨익 웃으며 주정뱅이를 처다봤고, 주점 단골들은 입가를 가리고 쿡쿡대거나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리고 그런 주정뱅이의 시선에 주점 주인이 말해.

 "만약 저 제안에 거절하면, 넌 이제 여기 출입금지다."

 주정뱅이는 그 말에 크나큰 충격을 먹었어.
 지금은 꽤나 나이를 먹어 자제하게 되었지만, 지금으로 한 3년전으로만 돌아가도 주정뱅이의 성격은 매우 호전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탓에 이곳을 제외한 주점들에 모조리 출입금지를 당했거든.

 그런데 만약 이곳마저 금지를 당하게 된다면..

 "아 맞다, 그리고 술정도는 제가 쏠게요!"

 그말에 주정뱅이는 마음을 곧바로 굳혔어.
 권유가 강제로 바뀌는 순간이었지.





 주정뱅이는 오랫만에 검을 잡았어.

 자신의 집에 보관해둔 애검은 아니였어.
 아니, 애초에 진검조차 아니였지.

 주정뱅이가 손에 쥐고 있는거라곤 훈련용으로 쓰는 목검이었으니까.

 하지만 주정뱅이는 자신이 다시 한번 검을 쥘 날이 올줄 몰랐다는 듯이, 계속해서 손에 들린 목검을 바라볼 뿐이었지.

 그런 주정뱅이의 시선을 끌려는 듯, 저 멀리에서 젊은 검사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그럼 시작할께요!!"

 그 말에 주정뱅이는 목검에서 시선을 떼 젊은 검사를 바라봐.
 젊은 검사의 손에도 목검이 들려 있었고, 거리도 꽤나 떨어져 있었어.
 걸음으로 따지자면 열발자국 안밖일까.

 저 멀리서 젊은 검사는 검을 붙잡곤 자세를 취했어.
 주정뱅이가 젊을 적에 익히 본적 있는 자세였어.
매우 기초적인 검을 잡는 자세였지.

 주정뱅이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오랫만에 검을 휘두르기 위한 자세를 잡았어.

 너무나 오랫만이라 삐걱였지만, 그럼에도 검을 쥔 기억은 퍼즐을 맞추듯 올바른 자세를 취하게 만들었어.

 그러자 젊은 검사는 주정뱅이에게 검을 들고 달려들었지.

 주정뱅이는 저도 모르게 호흡을 가다듬었어.
 아마 의식했다면 스스로 깜짝 놀랐을태지.
 너무나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행동이었으니까.

 땅을 딛고, 검을 쥐고, 숨을 고르고.

 주정뱅이는 검을 들어올려 당연하게 젊은 검사의 공격을 막아냈어.

 목검끼리 부딛히는 타격음이 귀를 울리고, 검에서 부터 흘러오는 짜릿한 진동이 가벼운 통증이 되어 손을 타고 빠르게 사라져 갈때.

 주정뱅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어.





 그 뒤로 몇달이 지났을까.

 이윽고 젊은 검사는 이 마을을 떠나게 되었어.
 더 많은 모험을 향해서 였지.
 젊은 검사는 마을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스승이 살았던 마을을 둘러보았어.

 분명 자신이 오늘 떠난다고 했음에도 스승이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은건, 스승의 퉁명스러운 성격 탓에 나오지 않는 것이겠지.

 몇달간 젊은 검사를 훈련시켜준 그의 스승은 말씨나 행동과는 다른 마음씨를 가지고 있단걸 젊은 검사는 알고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자신이 떠다는 상황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더라도, 많이 섭섭하진 않았어.
 물론, 전혀 섭섭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긴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젊은 검사는 발을 떼었어.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렸을때...
 응? 저 멀리 마을 안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어.

 "잠깐!!!!!"

 저 멀리 허겁지겁 뛰어오는 사람의 모습에 젊은 검사는 누군지 쳐다보다가.
 이윽고 밝은 표정으로 뛰어오는 사람에게 다가갔지.

 처음 주점에서 만났을때와는 다르게 멀끔해진  스승.
 마을에선 주정뱅이라고 불리던 이였어.

 젊은 검사의 스승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어.
 천으로 감싸진 막대 같은 것이었지.

 젊은 검사의 스승은 젊은 검사에게 말했어.

 "떠나는 김에 주는 선물이다."

 그렇게 말하며 젊은 검사의 스승은 하얀 천을 드러냈어.
 안에는 가죽끈으로 검집을 두른 검이 한자루 들어있었지.

 젊은 검사의 스승은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입을 열었어.

 "내가 어릴적에 쓰던 검이다. 네가 쓰면 좋을 것 같아서 오랫만에 꽤나 손봤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상대적으로 낡아보이는 검 손잡이의 장식이나, 젊은 검사가 등에 두르면 딱 맞을 정도의 길이인 가죽끈이 눈에 들어왔어.

 젊은 검사의 스승은 검에 연결된 가죽끈을 젊은 검사에게 직접 둘러주며 조용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지.

 "그때 널 만난 덕분에 잊고 지낸 꿈을 다시 맞닥뜨릴 수 있었다."

 끈을 둘러주면서 의도적으로 눈을 피하는 모습이 젊은 검사에겐 너무나 익히 본 스승의 부끄러워 하는 모습임을 알기 때문에, 쿡쿡거리며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았지.

 "이 검은 지금 내가 쓰기엔 너무 늦었어. 난 그때와 다르게 이렇게 자랐으니까."

 그런 제자의 반응을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젊은 검사의 스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어.

 "그러니. 네게 이 검을 주도록 하마."

 그렇게 말하며 젊은 검사의 스승은 단단히 가죽끈을 고정해주었지.

 젊은 검사는 언젠가 들은적이 있었어.

 자신의 스승이 가지고 있던 이루지 못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벼려내지도 못한채로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을 뿐인 꿈을.

 그것을 내게 넘겼다는 건, 내게 꿈을 맡기겠다는 뜻일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내가 이루어 줬으면 한다는 걸까.

 젊은 검사는 여러 생각을 하다, 이윽고 가죽끈의 버틀을 손으로 쥐고선 당찬 얼굴로 자신의 스승을 올려봤어.

 그 의기로 가득찬 미소가, 자신의 대답이 되길 바라며.

 그러자 젊은 검사의 스승은 그걸 이해라도 한듯 씨익 웃어보였어.

 그러고선 마지막 인사를 젊은 검사에게, 자신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제자에게 건냈지.

 "너의 그 꿈, 꼭 이뤄라."

 그 말에 젊은 검사가 밝게 미소지으며 뭐라 답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만한 대답일거야.

 그렇게 젊은 검사는 팔을 크게 흔들며 스승에게 작별인사를 계속해 건내며 점점 마을에서 멀어져 갔어.





 그리고 제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자 주정뱅이는 슬슬 대장간으로 향했어.


 곧 완성될 새 검의 상태를 보기 위해서 말이야.


 몇달간의 제자와 검을 부딛히며 술로 찌든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망가져 버린 몸은 비명을 질렀으며, 거친 숨은 쉽사리 진정 되는 일이 거의 없었지.

 그러나 거기서 주정뱅이는 느낀거야.
 이 순간에서야 자신이 비로소 살아있음을.

 젊은 검사의 생각과는 다르게, 주정뱅이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

 자신의 애검을 제자에게 내어준건 그냥 마음을 바로잡기 위함이었지.

 과거의 자신에게 사로잡혀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꿈을 쫒아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야.

 지금은 마을의 대장간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이윽고 주정뱅이는 마을 바깥으로 나가겠지.

 잃어버린 자신의 꿈을 밤속에서 더듬어 찾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품은 채로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야.



 같은게 진짜 개꼴림...ㅇㅇ

 누가 안써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