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산 모음집】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1463189


의역 많음! 번역기 사용 양해!







어느 날 오후, 트레센 학원 카페 테라스에서 비블로스와 비르시나가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비르시나는 식사를 하며 방과 후 트레이닝을 확인하는 김에 트레이너와 연락을 취하는 언니를 향해, 비블로스는 장난꾸러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있지, 있지, 언니."



"뭐야?"



"슈밧치... 결혼한대♡"



"...뭐?"



세 자매 중 장녀, 러시아어로 정점이라는 의미를 가진 비르시나가 고개를 들었다.



"슈발이... 무슨 소리야?"



"상대는~ 슈밧치의 트레이너 씨♡"



즐거워하는 여동생의 얼굴에 비르시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그런 말을..."



"에에~ 진짜야~! 슈밧치랑 그 트레이너 씨는 궁합이 최고야!"



"궁합이 좋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런데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슈발 그랑은 내성적인 성격이라 자매들조차도 잘 어울리지 않으려는 (아마도 자신들에게 뭔가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가 궁합이 맞지 않는 트레이너와 담당 계약을 맺을 리는 없다.



옆에서 보면 확실히 자신감이 없는 슈발 그랑을 잘 밀어줄 것 같았고, 동생을 맡겨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비블로스는 그녀의 트레이너를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슈밧치의 트레이너 씨는 말이지~"



"...슈발의 트레이너 씨는?"



"...스파다리야."



"...스파다리...?"  


그 말에 비르시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슈퍼 달링, 완전 최고의 남편이라는 뜻이야~"



"트레이너 씨는 슈발의 남편이 아닌데?"



"아니, 그게 아니라, 슈밧치의 남편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란 뜻이야~"



"...왜?"



"예시를 들자면~"






=====







"...하아, 하아... 하아아앗..."



골을 통과하고, 곧바로 트레이너가 스톱워치를 끊었다.



"하아, 트레이너 씨, 타임은...?"



"...2:11.5."



"하아, 하아, 큭!"



무릎을 쳤다.


  어제에도 같은 타임이었다. 그저께도 같은 타임이었다.



트레이너 씨는 정확한 트레이닝을 해주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자신은 정체되어 있다. 이건 자신에게 원인이 있을 것이다.



"...큭."



이럴 때면 움츠러드는 자신이 한심하다.



그런데도... 이 트레이너 씨의 트레이닝을 받고도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고 분하다.



"...슈발 그랑."



"네...?"



위를 올려다보니 트레이너 씨는 가까이 와 있었고, 그 사람의 얼굴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저, 저기..."



"..."



진지하게 바라보는 트레이너 씨를 보고 있자니 당혹감이 든다.



"저기... 우으... 뭐, 뭔가요...?"



"...훌륭해!"



"어? 어어...?"



"잘했어! 나는 자랑스러워!"



"가, 갑자기 왜 그러세요...?"



갑자기 칭찬을 받았는데, 왠지 모르게 두근거린다.



"요즘 타임이 좀 부진하잖아?"



"...네."



"잘했어."



"앗, 그건..."



"여기까지 이렇게 빨리f 올 수 있다니."



"...어?"



트레이너 씨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마무스메의 성장 곡선은 완만하지 않아. 언제까지나 완만하게 성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네."



"모든 우마무스메는 성장하면서 반드시 벽에 부딪혀. 슈발 그랑은 그 벽에 이렇게 빨리 도달한 거야."



"저, 저기... 어어..."



"슈발 그랑이 잘했다는 증거야. 잘했어."



그 눈을 보았다.



그때와 같은,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그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일, 경험이 적어서 금방 눈을 돌리게 된다.



"...죄송합니다."



"슈발 그랑은 천재야! 세계 최고야!"



"그, 그만해 주세요...!"











===== 









  

"...맞지!?"



비블로스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언니에게 따지자, 비르시나는 손으로 제지했다.



"확실히 사이가 좋은 것 같긴 한데..."



슈발 그랑의 사고 방식은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우울해하는 성격이고, 언니로서 지금까지는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 외에는 하지 않았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 건드려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보다는 낫고... 자신은 시스콤 환자니까.



하지만 그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슈발 그랑과 트레이너의 궁합은 확실히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단정짓기에는 당사자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에~ 다른 것도 있는데?"






=====






어느 날 방과 후, 나는 학원 안을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역시 나는 쓸모없는 우마무스메야."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트레이너 씨는 내가 우울해하지 않도록 이것저것 해주시는데...



지금쯤이면 트레이닝을 할 시간인데, 정작 나는 이런 곳에서 한가로이 걷고 있다. 트레이닝을 빼먹은 것이다.




어제 트레이너 씨와 약속을 했었다. 오늘만큼은 꼭 이기겠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오늘 합동 트레이닝에 임했다.



하지만 결과는 2칙. 나는 결국 트레이너 씨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아."



어떤 얼굴로 트레이너 씨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그뿐인 고민인데, 왠지 만나기 어려워서 이런 곳에서 땡땡이를 치고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 자신이 싫어진다. 트레이너 씨라면 분명 신경 쓰지 않을 텐데... 정말? 트레이너 씨도 오늘의 레이스를 보고 나에게 실망하고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같은 입장이라면... 다른 사람이라면 실망했을지도. 나는 정말 못난 녀석이구나. 자신도 못하면서 남이 못하는 것에 실망하다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가장 듣고 싶지 않지만, 지금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쪽에서 거친 숨소리가 다가오고 있다.



"찾았다!"



"트, 트레이너 씨⁉︎"



트레센 학원은 넓기 때문에 트레이너들은 기본적으로 트레이너실에서 우마무스메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트레이닝을 지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도 가끔 길을 잃을 것 같은 학원 건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해버렸나...!?




'나 때문에...'



"죄, 죄송해요!"



"정말 잘했어!"



"...네?"



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걸... 하앗, 너한테, 전하고 싶어서..."



트레이너 씨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 졌는데요...?"



"그랬지..."



"저, 키타산을 이길 수 없었는데..."



"...분해?"



트레이너 씨기 그런 질문을 했다.



필사적으로 나를 찾아다닌 듯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무릎을 꿇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 따뜻한 눈빛에, 그 말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읏..."



"...충분했어."



나는... 울보다.



"정말 좋았어. 처음 만났을 때와 많이 달라졌어."



"...히끅... 우으..."



"슈발 그랑은 제대로 나아가고 있어, 좋은 우마무스메야."



"우으... 으으..."



"분하면, 다시 노력하면 되고, 졌으면 다음에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면 돼."



"큿...!"



"슈발 그랑이 위대한 우마무스메가 되는 길은, 끝나지 않았어.:



"...죄송해요, 트레이너 씨!"



"...괜찮아."



따뜻한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분해?"



"네...!"



"그래, 그럼 괜찮아."



"...네!"   


트레이너 씨는, 나의 신데렐라의 마법사다.






=====





"...맞지? 그치? 사이 엄청 좋지!?"



"응, 확실히 그렇긴 한데..."



비르시나는 팔짱을 끼고 고민의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부부라는 식으로 부르는 건 좋지 않아. 두 사람에게 폐가 되니까."



"에~ 그치만, 진짜 잘 어울리는데."



이런 일도 있었는데? 라고, 비블로스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






'오늘은 10월 7일... 트레이너 씨의 날...'



10월 7일은 트레이너의 날로, 트레센 학원의 특별한 행사다. 담당 트레이너를 둔 우마무스메들이 자신의 트레이너에게 감사를 전하는 날이다.



원래는 한 학생의 개인적인 활동으로 시작된 이 트레이너의 날은, 지금은 학원 전체가 참여하는 비공식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나는 많은 은혜를 입었어, 그만큼 돌려줘야 해...'



하지만 도대체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눈앞에 비블로스와 언니가 서 있었다.



"어머, 슈발."



"슈밧치!"



"조, 좋은 아침... 둘 다..."



요즘은 두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나 같은 녀석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우습지만... 역시 트레이너 씨 덕분이다.



"저, 저기, 둘 다... 오늘은 트레이너의 날인데, 어떻게 할 거야?"



"나느은~ 트레찌에게 깜짝 데이트를 준비했어~"



"나는 볼펜을 준비했어."




"볼펜?"




언니를 향해 물었다.



"응, 트레이너 일은 사무적인 업무가 많잖아? 그래서 만년필은 무거우니까 좋은 볼펜을 선물하려고."



"아~ 나도 그걸로 할 걸 그랬나~"



"그럼 데이트하는 김에 들러보는 건 어때? 같이 결정하는 게 은혜에 보답하는 거겠지?"



"맞는 것 같아! 언니는 천재야!"



...역시 이 두 사람은 나와는 분위기가 다르구나.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게 느껴진다.




"넌 어떻게 할 거야?"



"어..."



"아, 혹시 아직 결정 못했어~?"



"쓰,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만해, 비블로스. 자, 가자."



"엣, 앗, 잠깐만 언니이!!"



언니는 떠나면서 윙크를 했다.



...배려해 준 걸까. 응, 그렇겠지. 트레이너의 날에, 뭘 할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니...



'...나중에 기숙사 주방에서...'






=====






"...시, 실례합니다."



그날 방과 후, 트레이너실 문을 활짝 열었는데, 거기에는 왠지 모르게 피곤해 보이는 트레이너 씨가 있었다.



"...트레이너 씨?"



"..."



"트레이너 씨? 일어나셨나요?"



"...왁!"



"앗...! 노, 놀랐어요..."



"미안미안."



트레이너 씨가 시계를 보고 있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바쁘신가요...?"



"아니야, 괜찮아."



트레이너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영양 드링크를 마셨다.



그 모습이 너무 걱정스러웠다. 트레이너 선생님... 진지한 건 알지만, 나 때문에 몸이 망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 쉬셔야죠..."



"알고 있어. 미안해, 서류 작업이 좀 바빠서."



그 말에 나는 또 용기를 잃었다.



이렇게 바쁠 때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지금 쉰다고 해도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보답을... 하고 싶어!'



"트, 트레이너 씨!"



"응?"



"이, 이거..."



나는 간소하게 포장된 꾸러미를 내밀었다.



"...열어봐도 돼?"



"네..."



침묵이 흐른다.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은 트레이너 씨는 직육면체의 내용물을 꺼냈다.




"이건..."



"그, 그러니까... 초콜릿을 만들었어요. 필요 없으시면 버리셔도 돼요."



아, 이러니까 나는 안 되는 거야!



금방 겁을 먹고 보험을... 이러니까 나는 계속 겁쟁이인 거야.



"...음, 그럴 리가 없잖아."



"네?"



"엄청, 소중한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앗..."



"...음, 맛있네."



"앗, 우으..."



"...아, 혹시, 지금 먹지 않았으면 했던 거야!?"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오늘이 트레이너의 날이야?"



"네, 네에..."



"깜빡 잊고 있었네, 내일인 줄 알았는데 오늘이었구나."



그 말 한마디에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나, 오늘을 기억하고 있었던 건가요...?"



나는 괜히 찔려서 그런 말을 해버렸다. 속셈이 숨어 있는, 추악한 기대를 품은 질문이었다.



"...응, 만약 네가 선물을 준다면, 트레이너로서의 제대로 된 태도를 취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거 참, 졸려서 본심이 나와 버렸네."



"...!!"



"역시 나중에 먹을까? 솔직히 먹으면서 일하고 싶은데... 아, 싫다는 게 아니라 맛있어서 못 참을 것 같거든."



"괘,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그래, 고마워. 정말로 기뻐."



"꾸우우..."



머리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올 것민 같다...






=====






"...그런 일이 있었다니까?"



"..."



"...언니?"



"앗, 으응... 듣고 있어."



비르시나는 비블로스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멍해졌다.



;설마 슈발이 그런 대담한 짓을...'



"분명, 트레이너의 날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건..."



"응, 맞아! 근데 슈밧치도 트레이너 씨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트레이너의 날에 초콜릿을 보내는 것은 숨겨진 마음을 고백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레이너와 사랑에 빠진 우마무스메가 숨겨야 할 마음을 초콜릿으로 만들어 트레이너의 날에 보냈다는... 그런 미심쩍은 소문이 학원에 퍼져 있다.



"글쎄, 아마 슈밧치니까 선물이라면 초콜릿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거겠지?"



"그, 그렇겠지?"



비르시나는 방금 전의 비블로스와 비슷한 생각을 할 뻔했기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이런 일도 있었어."



"아직 더 있어...?"






=====






어느 날 저녁, 트레이닝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브랜드 제품 체크를 하고 있는데, 문 앞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 비블로스으..."



"응...? 앗, 슈밧치!"



문을 열자 거기에는 운동복 차림의 슈발 그랑이 있었다.




"왜? 나한테 볼일 있어~?"



"어, 그게..."



슈발 그랑이 비블로스를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조금 기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에는 거리가 좁혀졌는지, 비블로스도 응석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눈앞의 작은 언니는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옷, 좀 알아?"



"옷? 옷이라면 잘 아는데..."



"저기, 모레, 트레이너 씨랑 외출하는데... 그래서, 비블로스에게 상담하고 싶어서..."



"...헤에~ 그렇구나~"



"뭐, 뭐야 그 납득은..."



"알았어! 나한테 맡겨! 옷차림이 내 취향에 맞춰지겠지만, 괜찮지?"



"으, 으응..."



"그럼 내일 쇼핑하러 가자!"



"어!?"



슈발 그랑은 어째서인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치만 슈밧치, 옷은 있지만..."



"으, 으응..."



"그걸로는 택도 없는데?"



"으, 으응..."



"그럼 사러 가야겠지♡"



"그, 그렇긴 한데... 비블로스가 말하는 가게는 왠지 번쩍번쩍하고..."



"그치~ 그래서, 내 마음에 들고~"



비블로스는 눈을 반짝이며 말하지만, 슈발 그랑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곤란하다.



어두운 자신이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아, 안 돼... 항상 이런 식으로 내빼면... 트레이너 씨에게 어울리는 우마무스메가 되자고, 그렇게 마음먹었잖아...!'



"아, 알았어."



"아, 의욕 만땅~ 그럼 내일 10시에 출발할까?"



"응..."



"그럼 내일 사복 입고 와줘! 어떤 옷을 살지 도움이 될 테니까!"



"아, 알았어..."



결국 시종일관 비블로스에게 휘둘리는 슈발 그랑이었다.






=====






"슈밧치는~ 이런 것도 잘 어울릴지도~♡"




"아, 안 돼! 이런, 귀여운 건..."



"괜찮아!"






=====






트레이너는 시계를 보고 있다.




약속시간은 오전 10시, 트레센 교문 앞에서 만나도 좋았지만, 무슨 사정이 있는지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자애들한테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개찰구 앞에서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한 여성이 트레이너에게 다가왔다.



"트레이너 씨."



"아, 가자..."



그렇게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트레이너의 말이 끊어졌다.



슈발 그랑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 유니섹스 복장은 아니었다.



눈화장을 한 듯한 메이크업, 얇게 바른 입술, 머리에는 평소의 마린캡이나 사복을 입을 때마다 쓰던 검은색 모자 대신 베레모를 쓰고, 하얀색 프릴이 달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하이힐을 신어서 그런지 키가 조금 커졌고, 원래 성숙한 모습을 보이던 슈발 그랑과는 전혀 다른 모습... 아침 이슬에 젖은 하얀 백합처럼 눈부신 빛을 띠고 있었다.



"..."



"..."



"...어떤, 가요...?"



"말이 안 나올 지경이야."



"네!?"



"아, 미안... 너무 예뼈서... 잘 어울려."



그 말에 슈발 그랑은 순식간에 뒤돌아섰다.



트레이너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 저기... 미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안 돌아가서..."



트레이너는 조금 더 가벼운 느낌으로, 하지만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했지만, 슈발 그랑은 뒤돌아선 채로 대답했다.



"...괜찮, 아요... 싫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구나."



새빨개진 슈발 그랑의 손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본 트레이너는 미소를 지었다.



평소의 컨디션을 되찾은 트레이너와, 컨디션이 흐트러진 것 같은 슈발 그랑은 전철에 올라탔다.



"사람 많은데, 괜찮아?"



"네, 네에..."



'가까워...'



전철 안에는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다.





트레이너는 하이힐을 신어 불편할 것이라면 슈발 그랑에게 자리를 양보했지만, 슈발 그랑은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올라타자 자리를 양보하고 트레이너와 함께 선 채로 가고 있다.. 





우마무스메는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의 기척에 민감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아도 그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것이 마치 트레이너에게 둘러싸인 듯한 부끄러움을 불러 일으켰다. 





'...빨라...?' 



하지만 그녀가 듣는 트레이너의 심장박동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조금 빨랐다.



이게 보통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



슈발 그랑은 트레이너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



"왜 그래?"



"...미아가 되면, 위험하니까요."



"...그렇지."



"..."



'아아, 안 돼, 이건...'



슈발 그랑은 트레이너의 심장박동 소리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





"...그런 일이 있었어!"



"..."



"...언니?"




"응? 아, 뭘까, 비블로스?"



"그러니까! 이 정도면 확정이잖아! 슈밧치의 트레이너 씨는 슈밧치의 슈퍼달링이야!"



"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음, 그럼 이건... 야껴두고 있던 이야기인데~"



"아직 더 있어...?"



비르시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로 비블로스를 바라보았다.






=====





 

데이트를 무사히 마치고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슈발 그랑은 점심 시간에 트레이너실 문을 두드렸다.



"실례합니다."



문을 열었지만, 트레이너는 슈발 그랑에게 대답도 하지 않고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



"..."



"..."



"..."



두 사람만 있는 방에 방에 키보드 소리만 가득했다. 트레이너는 슈발 그랑을 신뢰하기 때문에 지금은 일에 몰두하고 있다.



어쩌면 집중하느라 슈발 그랑의 방문을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발 그랑은 그런 트레이너를 향해 다가갔다.



"트레이너 씨."



"..."



키보드 소리만 돌아올 뿐이었다.



"..."



"..."



"...사랑해요."



덜컹- 의자가 흔들렸다.



트레이너는 깜짝 놀랐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슈발 그랑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슈발 그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동요하는 트레이너를 향해 입을 열었다.



"트레이너 씨, 점심 시간이에요."



"어, 어? 어어..."



"뭐 좀 드셨나요?"



"아니..."



그렇게 말하며 시계를 보니 시침은 어느새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마침 잘됐네요."



"어?"



"그..."



슈발 그랑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당혹감을 살짝 드러내면서도 말을 꺼냈다.



"저기, 오늘 트레이너 씨의 트레이닝 메뉴를 만들었는데..."



"내 트레이닝 메뉴...?"



"그... 트레이닝에는 먹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렇지...?"


  트레이너는 슈발 그랑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뒤에서 들고 있던 천으로 싼 도시락 꾸러미를 내밀었다.



"그래서 그... 도시락을 만들었어요."



"..."



"드, 드시겠어요? 아니, 드세요."



"...아, 무, 물론이지!"



한순간 멍해진 트레이너는 허둥지둥 책상 위를 정리했다.



밤을 새워 머리가 안 돌아가는 탓인지 제대로 된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정신을 가다듬고 슈발 그랑의 도시락을 맛보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었다.



"드세요."



"그럼..."



슈발 그랑이 펼친 것은 운동회에 가져갈 법한 중첩 도시락이었다. 속을 열자 알록달록한 반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다 슈발이 만든 거야?"



"..."



"...? 아, 아아... 미, 미안... 실수야..."



"아뇨, 싫지는 않아요."



불현듯 자신을 쳐다보는 슈발 그랑에게 트레이너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사과했다.



우마무스메에게 이름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지칭하는 명사, 특히 우마무스메의 이름은 보통 명함에서 따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략을 허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람처럼 친근하게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금기사항이지만 잠이 덜 깬 머리로 항상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이름으로 슈발 그랑을 불러버렸다. 트레이너는 진심으로 반성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나...'



하지만 정작 슈발 그랑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조금은 기쁜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그렇구나... 라고만 말하고 눈 아래 도시락으로 시선을 옮겼다.



'맛있어 보이네... 요 며칠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서 그런가... 안 돼, 슈발 그랑을 육성하는 트레이너로서 지도자인 내가 자기 관리를 게을리 하다니...'



트레이너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슈발 그랑은 움직이지 않는 트레이너를 위해 젓가락을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저기... 저도 같이 먹어도 될까요?"



"...물론이지!"



"..."



"앗... 아냐, 미안해..."



슈발 그랑은 갑자기 소리치듯 말한 트레이너를 향해 눈을 크게 떴지만...



"그럼, 먹어요."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어떤가요?" 





"음, 으음... 맛있어..." 





"영양도... 일단은 생각해봤는데요..." 





"응, 문제없을 것 같은데... 아니지, 받아먹는 입장인데 평가하듯이..." 





"아뇨, 괜찮아요. 트레이너 씨는 프로니까요." 





"미안..." 



  트레이너는 맛있다며 슈발 그랑의 도시락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자기혐오에 빠졌다. 



'아까부터 계속 사과만 하고 있어... 이런,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머리가 잘 안 돌아가... 나는 슈발 그랑의 트레이너인데, 지금의 나는 의지할 가치가 전혀 없잖아... 생각도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만 향하고 있고...'



슈발 그랑이 많은 성적을 내면서 레이스, 인터뷰, 트레이닝 조정 등에 쫓기던 트레이너는 최근 쉴 틈이 없어졌다.



그 때문일까, 트레이너의 뺨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트레이너 씨?"



"응?"



"울고 있"



"...앗, 미안, 아냐, 이건..."



급히 수습을 하려고, 마치 변명하듯 말을 늘어놓았다.



"이건... 최근에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래서 피곤해서."



그 말을 슈발 그랑의 물흐르듯 부드러운 목소리가 제지했다.



"드시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만들어 드릴게요."



"앗...."



트레이너는 소녀를 보았다.



아니, 소녀라고 생각했던 슈발 그랑은 지금 따뜻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것은, 트레이너가 사회인이 되어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고, 그 상황이 온 뒤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 말에, 차분한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렸다.



"아니, 하지만..."



"트레이너 씨는, 드시고 싶지 않은 건가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어느 쪽인가요?"



"아니..."



"..."



트레이너는 고개를 숙이고 쥐어짜내듯 말했다.



"...먹고 싶어."



"...알았아요, 그럼 내일도 만들어 올게요."



"...미안해."



"괜찮아요."



"...고마워.:



"네."



슈발 그랑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에, 그 여신 같은 미소에...



"읏..."



틀림없이, 트레이너의 마음을 빼앗겼다.






=====






"...맛있었어, 고마워."



"네, 내일도 만들어 올게요."



"그래, 그럼 수업 끝나고 보자, 슈발..."



거기서 말을 끊으려다, 마지막에 부자연스럽게 그랑이라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들은 슈발 그랑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오른손에 빈 도시락을 든 채로 트레이너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에는 어째서인지 노기가 서려 있는 것 같았다.



"왜, 왜 그래?"



"...트레이너 씨."



"뭐, 뭐야?"



트레이너는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로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노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째서인가요?"



"응?"



"...불러주세요."



"무슨..."



"제대로, 슈발이라고 불러주세요."



그 말에 다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그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키보드가 아닌 시계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작은 소음이 두 사람의 귓가를 채웠다. 그의 대답은 그로부터 7초 후에 나왔다.



"아, 아니..."



"싫지 않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트레이너 씨는 저를 부끄럽게 할 작정인가요?"



"..."





트레이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슈발 그랑은 화가 났다.





용기를 내어 한 말을 없었던 일처럼 취급당하고, 트레이너에게 그런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트레이너가 그렇게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슈발 그랑은 부끄러운 듯이 뺨을 붉히며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기분 탓인지 거리도 가까워진 것 같다.



그 분위기에 아직 회복 중인 트레이너는 혀쳐나가지 못하고 그녀의 분위기에 눌려버렸다.



"슈..."



그렇게, 두 사람은 하나의 선을 넘었다.



"슈발."



"...네."



"...슈발."



"...네."



이름을 부르자, 슈발 그랑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



아무런 속셈도 느껴지지 않는 그 미소에.



자신의 이름을 불리자 기뻐하는 슈발 그랑의 모습에.



"..."



트레이너는 이번엔 확실히 눈을 빼앗겼다.






=====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미소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미소와 다르다.



좋아하는 사람의 미소는 백만 캐럿짜리 다이아몬드보다 더 아름답다.



"트레이너 씨, 이쪽이에요."



"응."


"트레이너 씨, 보세요."



"...응"



"트레이너 씨, 맛있네요."



"...그래."



"...저 두 사람, 계속 싱글벙글하고 있지!? 둘이 같이 있을 때면 언제나!"



"음~"



"행복해 보이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기도 하고, 트레이너 씨는 슈밧치가 한 마디 했다고 지금까지 하던 무리한 일들을 전부 그만뒀대!"



"그나저나, 그거 전부 어디서 들었어...?"



"슈밧치한테 들었어!"



"뭐!?"



비르시나는 다시 물었다. 그 슈빌이... 만약 그렇다면 그 내성적인 성격의 동생이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 같지 않지만, 정말로 저 트레이너를 만나고 달라졌다는 말인가.



"...."



"게다가, 저번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건가, 비르시나는 생각했다.






=====






"트레이너 씨."



"무슨 일이야?"



점심 시간의 식당, 슈발 그랑의 친구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두 사람과 섞여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있는데, 그 그룹이 대단하다며 보여준 화면을 본 트레이너는 정말로 귀엽네~ 라"고 말했다.



그 말에 슈발 그랑은 트레이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제대로, 저도 봐주세요."



"..."



"...!!"



"빵빵빵!"






=====






"...그 친구들도 신음하고 있었어! 나도 마침 식당에 있다가 슈밧치를 봐서 거기 가려고 했는데...!"



"알았어, 알았으니까!"



비블로스의 텐션이 무서울 정도로 높아지자, 비르시나는 다시 한 번 손으로 제지했다.



조금 침착해진 비블로스는 옆에 놓여 있던 주스를 단숨에 마시고 다시 수다스러운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슈밧치의 트레이너 씨는 슈퍼 울트라 달링이야, 줄여서 스파울이야!"



"그 네이밍 센스는 대체...?"



"그 두 사람이라면..."



"비블로스?"



덜컹덜컹, 테이블이 흔들린다.



두 사람이 장난을 치다가 들킨 아이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떨자, 목소리의 주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앗... 아아... 슈밧치!"



"벼, 별일이네! 이런 곳에서 마주치고...!"



"...그래?"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교내 테라스, 점심 시간에는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밥을 먹으러 오는 인기 있는 곳이라 마주쳐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두 사람, 굉장히 들떠 있는 것 같던데..."



"아니야~! 뭐랄까, 으응! 신작이 나왔거든~!"



"마, 맞아. 비블로스가 나한테 이것저것 가르쳐 주고 있었어~"



"...?"



역시 자매라고 해야 할까, 차녀는 두 사람이 무언가 얼버무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트레이너 씨하고 어떻게 지내?"



"트레이너 씨하고?"



"...트, 트레이닝 어떻냐고 물어본 거야!"



비블로스의 부주의한 발언을, 비르시나가 재빨리 정정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말에 슈발 그랑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랄까... 평범한데."



"그, 그래... 평범하구나..."



"아, 조금 전에... 트레이너 씨가, 뭐라고?"



두 사람 모두 슈발 그랑의 분위기에 핏기가 싹 가셨다.



슈발 그랑은 평범하게 대답할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브로스는 그녀의 분위기에 겁에 질려버렸다. 그것은 분명히 자신의 것을 건드리는 것에 분개하는 뱀 같은 분위기였다.



재빨리, 비르시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둘 사이가 좋아 보이길래!"



"...그래?"



"맞아!"



"...그렇구나."



이번엔 조금 쑥스러워하는 슈발 그랑을 본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후, 침착해진 비르시나가 질문을 던졌다.



"뭔가 진전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던데."



"진전... 진전..."



그 말에 이번에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두 사람 역시 슈발이 멀리 가버린 것 같다고 느꼈다.



"...있다면, 좋겠네."



"그러니까! 슈밧치, 트레이너 씨랑 사이 좋지!?"



"...이상할 정도로 내 트레이너 씨에게 관심을 갖는 것 같네."



"앗, 아아..."



"과, 관심이 있긴 하지! 비블로스는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잖아!"



"...그렇지."



하지만 분노가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슈발 그랑이 독점욕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무리 자매라지만 두 사람 모두 몰랐던 사실이다.



"...내 트레이너 씨하고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마, 비블로스."



"무, 물론이지이~!"



"언니도."



"어⁉︎ 나도⁉︎"



"언니는... 뭔가 싫어."



"커헉..."



처음으로 동생에게 거절당한 언니는 그대로 재가 되어 죽었다.



"그치만, 슈밧치를 방해할 생각은 1도 없어!"



"...날 방해한다?"



"슈밧치는, 트레이너 씨를 좋아하지!?"



"좋아해."



또다시 테이블이 흔들렸지만, 지금까지의 슈발 그랑과는 달리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마린캡을 눈이 가려질 정도로 푹 눌러쓰고 말했다.



"...응."



"역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



비블로스는 한 번쯤 자매와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멋져."



"그치~ 그 트레이너 씨는 멋있지~"



"..."



"슈밧치의 트레이너 씨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딱히, 정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다른 건?"



"..."  


슈발 그랑은 하나하나 쥐어짜내듯 입을 열었다.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



"응응."



"나를 봐주는 모습."



"응응!"



"...웃는 얼굴이 멋진 모습."



"꺄아~!"



"...좋아한다고 말해 주는 점."



"응응... 엣?"



비블로스는 과자를 먹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입에 돌멩이가 들어온 것처럼 굳어버렸다.



"...엣, 에에... 슈밧치가? 아니면, 트레이너 씨가?"



"...나도, 트레이너 씨도."



"...에에!?"



"모,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슈발 그랑은 당황했지만, 비블로스는 학원 전체에 들릴 정도로 외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거, 모두에게 말해도 돼⁉︎"



"그러면 절연할 거야."



"그렇겠지!"



세 자매 중 막내는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에 텐션이 이상해지고 말았다.



"어, 근데, 어떤 식으로 말해?"



"..."



"..."



"...둘만 있을 때."



"둘만 있을 때!?"



"...말해."



"엣, 말한다고...? 트레이너 씨가? 아니면 슈밧치가!?"



"...내가."



"...와아, 아와와!"



마침내, 비블로스의 말문이 완전히 막혔다. 슈발은 그런 비블로스를 향해 더 달콤한 과자를 입에 밀어 넣듯 말을 이어갔다.



...말하는 본인조차도 그 달콤함도 녹아들면서.



"그리고... 졸라. 말해달라고."



"그럼 그때 슈밧치도 말하는 거야...!?"



"...응."



"와아, 아와와!!"



그 타이밍에 저쪽에서 또 한 명의 인물이 다가왔다.



바로 그 슈발 그랑의 트레이너였다. 주요 멤버가 모두 모인 순간, 비블로스의 텐션은 최고조에 달했다.



"...!"



"아, 슈발. 여기 있었구나."



"트레이너 씨, 무슨 일이세요? 무슨 용무로..."



"아니, 오늘은 도시락 없나 해서."



"앗"



슈발 그랑은 아차 싶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몸짓은 너무나도 사랑에 빠진 여자아이 같았고, 그 모습을 본 비블로스도 하마터면 잿더미가 될 뻔했다.



"죄송해요, 트레이너 씨."



"아냐... 그냥, 슈발의 도시락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할까..."



"...저, 저기."



슈발 그랑은 까치발을 들고 조금이라도 트레이너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트레이너의 키는 190cm라 전혀 닿지 않는다.



트레이너는 담당의 사랑스러운 몸짓을 보고 슈발 그랑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왜 그래?"



"아와와와!!|"



비블로스의 코에서 코피가 터져나왔다.



"저기, 오늘은..."



"...응."



"...오늘은, 그... 같이... 여기서 같이 먹어요."



"...응."



"새로운 메뉴도 들어온 것 같고, 정말 맛있어 보이던데... 어떤가요?"



"그렇게 하자."



"...네."



서로 행복을 주고받는다. 두 사람 모두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다.


 

행복에 겨운 두 사람의 모습에 비블로스는 마침내 정신을 놓았다. 재로 돌아간 두 사람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며 작은 목소리로 작별인사를 건넸다.



'또 만나...'



몸짓에서 여성스러움이 넘쳐흐르는 슈발 그랑을 보며 비블로스는 유언을 남겼다.



"소녀력 쩔여, 슈밧치..."



두 구의 시신이, 테라스에 널브러져 있었다.











=====  






"네, 트레이너 씨, 아아~"



"아, 아아..."



슈발 그랑이 트레이너의 입에 밥을 가져다주는 그 모습에, 이미 소문을 듣고 있던 학내 연애 전문 비밀 서클의 우마무스메들은 저마다 훔쳐보면서 사람들의 기척을 의식하지 않고 코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어, 어때요...?"



트레이너는 정중한 몸짓으로 숟가락을 든 슈발 그랑을 향해 음식을 전부 삼키고 소감을 말했다.



"맛있어. 슈발이 먹여줘서 아주 맛있어."



"헤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흐물흐물해진 슈발 그랑을 보고 또 한 명의 사상자가 늘었다.



"꽈당..."



"다, 단장!!"



들것 하나가 테라스를 드나들었다.



"자, 슈발도."



"네, 네에..."



조심조심 입을 가까이 대고, 슈발 그랑도 신메뉴를 먹었다.



슈발 그랑은 그 맛에 감탄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트레이너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졌다.


 

"슈발은 행복에 겨운 아기 고양이 같네."



"...응, 트레이너 씨. 사랑해요."



"나도."



"...헤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보이는 여신이 강림한 듯한 슈발 그랑의 미소에, 나머지 서클 멤버들도 빈혈을 호소하며 실려나갔다.



슈발 그랑의 미소는 그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다웠다고,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했다.









= 끗 =


아싸가 사랑을 품으면 일 년 내내 꽃비(헤모글로빈 함유)가 내린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