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 내 아름다운 약혼자여, 잘 지내고 있소?

어릴적부터 병약했던 당신이기에.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이오.

지금 즈음이면 우리 집 마당에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났을테지.

여긴 유채꽃은 없지만, 대신 계절에 조금 늦어버린 눈이 뒤늦게라도 아름답게 내리고 있소.

난 걱정마시오, 전선은 이제 안정적이오. 우리가 일부 진격하기까지 했소.

이대로 간다면 곧 집에 돌아가 당신을 다시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을거요.

도시에선 우리가 이 전쟁에서 밀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던데...그건 그저 거짓 소문에 불과하오.

그러니 부디 걱정 마시오, 나는 언제나 그랬듯 반드시 위풍당당하게 살아 돌아갈테니.

여러번 말하지만, 내 부모님에겐. 특히 내 어머니껜 내가 북부 전선에 있다는걸 절대로 말하지 마시오.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부모님이 원체 걱정이 심하셔서 말이오.

만약 내가 북부전선에 있는걸 아신다면 아마 황실과 이 전쟁을 저주하며 바닥에 쓰러지실거요.

그러니, 굳이 우리 부모님껜 내가 북부전선에 있다고 말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에게 편지 내용이 뭔지 물어보신다면, 그냥 거짓말을 쳐 주시오.

예를 들어...내가 전선 극후방에서 예쁜 나비를 한마리 잡아 키우고 있다던가. 뭐 그런 하찮고 평화로운 얘기로 말이오.

뭔갈 더 쓰려고 했건만...이 이상 쓰면 편지지가 남아나지 않겠지. 시간도 없고 말이오.

그러니 이만 말을 줄이겠소.

사랑하오, 엘리사. 곧 그대에게 돌아가겠소.



 /점령된 적 참호에서 발견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