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어느날 교주가 사라졌다.


언제나 따뜻한 빛을 내며 열려있던 연회장의 문은 

굳게 닫힌 채 차가운 냉기만을 풍겼고


사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그 따뜻한 손도

사도들의 볼따구를 당기던 그 장난스런 손도


모두 사라졌다.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건 네르였다.


처음에는 수양록을 쓰기 싫어 숨은 줄 알고

도끼를 갈며 교주를 기다리던 네르는

아무리 기다려도 교주가 나타나지 않자 한손에는 도끼를

한손에는 교주의 수양록을 들고 교주를 찾아 나섰다.



"모름, 교주의 손톱이 필요한데 어디있는지 모르겠음."


교주는 요정왕국에 없었다.



"꾜주님이요? 얼마전에 머리를 쓰다듬어주셨어요!"


수인 마을에도 교주는 없었다.



"교주? 모르겠는데...그보다 저번에 요정여왕이 설탕과 각종 디저트를 주문했는데 대금은..."


네르는 돌아가서 여왕님의 머리에 꿀밤을 먹여줄것을 다짐했다.



"교주? 알고있지! 교주는 말이야... 퓨퓨! 속았지! 사실은 나도 잘 몰라!"


정령산의 정령도 교주가 어디갔는지 몰랐다.



"교주는 주교주는 곳에 있음! 후후훗!"


유령을 찾아가도 교주는 찾을 수 없었다.



그때쯤 네르는 머릿속에서 자꾸 커져만 가던 

불안한 상상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사, 사제장님! 혹수 스승님이 어디가셨는지 아시나요?!"


"사제장!!! 교주가 어디갔는지 아느냐!!!!"



스티커를 붙인 마녀와 용족의 수장이 울면서 네르를 찾아온 것도 그쯤이었다.



네르는 여왕님을 기르던 인내심으로 불안한 상상을 짓누르며 말했다.



"다 같이... 다 같이 교주를 찾아보죠..."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교주는 없었다.



용족의 수장은 남편을 잃은 과부처럼 매일을 눈물로 지새웠고,

몇몇 수인들은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정령들은 무기력해졌고, 유령들의 장난 빈도도 줄었다.


여왕님은...

교주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입맛이 없다며 

며칠째 케잌과 디저트를 거부하고 있었다.



네르는 인정했다.

이번 교주님도 저번 교주님 처럼 사라졌다고.


어째서인지 가슴이 찢어질 듯 무겁고 답답했지만 

눈물과 함께 깊숙한 곳에 묻어뒀다.










































































찌익...


과즙으로 그려진 작대기가 일곱개가 되었다.

그말은 이곳에 갇힌지도 일주일이 되었다는 소리겠지.



뭐가 문제였을까?


벨리타의 비밀 간식창고 이야기를 에르핀에게 한 것?


아니면 수양록쓰기 귀찮아서 에르핀이 비밀 간식창고를 만드는 걸 도와준것?



모르겠다. 설마하니 내가 벨리타처럼 간식창고에 갇힐줄은 몰랐는데...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순간이 떠오른다.



"에르핀 이 딸기케잌 상자는 어디다 놔?"


"그건 저쪽... 크, 큰일났다?!"


"뭐야 왜 그래?"


"설탕과 도끼의 냄새가 섞인 이 냄새... 이 발걸음 소리... 네르가 오고있어!"


"뭐?! 어, 어떻게?!"


"나도 모르지! 교주가 멍청하게 네르한테 들킨거 아니야?"


"아, 아니거든?'


"안되겠다. 내가 어떻게 할테니까 교주는 여기서 내 소중한 간식들 잘 지켜!"


쾅!


철컥!


"아 맞다. 나 간식들 위치랑 수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건들면 죽는다?"


쾅!


"네, 네르 여기까진 어쩐일이야?"


"여왕님!"


콰직!


"으아아악!"



...그뒤로 울려퍼지던 네르의 도끼질 소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렇게 네르가 에르핀을 데리고 사라지자,

나도 조용히 나가려고 했는데...



철컥, 철컥!


"잠겼어?"



그새 에르핀이 간식창고문을 잠근건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뭐 에르핀이니까 나는 까먹어도 이따가 간식을 먹으러 

올 때쯤 나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한지도 어연 일주일.



어째서인지 에르핀은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뭐... 에르핀이니까 내일은 오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에르핀의 딸기 케잌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교주는 배고픔을 참지 못한 에르핀이 초인적인 후각으로 간식창고를 기억해내

간식을 흡입하던 중 발견되었다.


교주 실종 사건으로부터 한 달이 지난 어느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