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여성으로 TS된 남성은, 아 물론 반대의 경우도 해당이에요, 처음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에 따라 성적 지향성이 결정된다는 거."


[헤으응틋녀너무좋아님 1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깊은 관계...퍄퍄...]


"아니 그거 말고요. 인간관계 말이야 인간관계. 솔직히 저 말 나올 거 같았는데 진짜 나오네."

"아무튼 말이죠. 보통 사람의 성적 지향성은 태어나기 전부터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TS된 사람도 몸이 바뀌는 순간 빡! 하고 정해질 거라 학자들이 생각했는데, 실제론 그게 아니야."

"TS된 사람들은 말이죠. 알에서 갓 태어난 아기새랑 비슷해요."

"각인효과 알죠? 각인효과. 처음 본 사람을 부모로 생각하는거. 어떻게 생겼는지는 상관없어요. 종이 달라도, 생물이 아니어도 부모라 각인이 된단 말이에요."

"뇌가 말랑말랑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처음에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상태가 되는 거죠.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

"그러다 이제 그 순백의 마음에 누가 깊이 훅 치고 들어온다. 그럼 그때 이제 딱 결정되는 거야."

"그게 남자였다? 그럼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거고. 그게 여자였다? 그럼 여자를 좋아하게 되는 거지."

"엄밀히 말하면 성적 지향성은 아니네요. 진짜 극한까지 선입견이 없어지는 느낌?"

"모든 걸 다 떠나서, 성별과 종족의 벽을 넘어서, '너'라서 좋아하게 되는 거죠."


-낭만적이네


"낭만적. 그 표현 좋네. TS된 사람들은 다들 낭만적인 사랑을 하는 거지."


-그래서 동물이나 괴물이나 로봇이랑 사귀는 TS녀도 있구나


"...그것도 사랑 아닐까요?"


--퍼-


"어허, 키보드에서 손 떼세요. 실존 인물입니다."


-헉

-선넘네...

-다들 키보드에서 손떼!!!!


"아무튼 그런 분들은 좀 특수한 케이스죠. 하루 아침에 몸이 여자로 바뀐 것도 모자라 지구가 아닌 세계에 뚝 떨어졌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만나 자신을 구해준 존재라면 안 반하고 배겨요?"


-아무리 그래도 전 촉수랑 연애는 못할 거 같은데요


"그니까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TS되면 그런 선입견이 줄어든다고."

"게다가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오픈 마인드인거 알죠? 저도 두 성별로 살아봐서 잘 알거든요."


-근데 그거 어디 나온 연구 결과임? 찾아봐도 없는데?


"아, 딱히 제대로 된 연구가 있는 건 아니고. 제가 TS된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인터뷰 해본 결과..."


-걍 뇌피셜이었농

-아!!!! 그저 망상원툴!!!!!!!

-네 잘 들었습니다


"아니! 야, 이거 진짜 신빙성 있다니까요?"


[김다미미드페이커님 1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럼 님은 TS되고 방구석에서 밖에 쳐나간 적이 없어서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건가요? 라고 할뻔~]


-헉

-헉

-헉

-헉

-팩폭 자제요


"야 이...너 어디 사냐? 넌 씨발 밖에 나가? 넌 여친 있어????"


-존댓말 off

-바로 본성 나오네

-헤으응 더 매도해줘





그 뒤로 한참을 시청자들과 투닥투닥대다 저챗 방송을 종료한 틋붕이

컴퓨터를 끄고 의자에 기대어 앉은 틋붕이는 오늘 시청자들에게 말한 자신의 추측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TS된 사람들은 LGBT에서 프로파간다로 써먹을 정도로 다양한 커플이 있었다

남자와 사귀는 틋녀, 여자와 사귀는 틋녀, 동물(대부분 계약을 맺은)과 사귀는 틋녀, 로봇과 사귀는 틋녀, 촉수와 사귀는 틋녀, 몸이 바뀐 상대와 사귀는 틋녀, TS된 인물끼리 사귀는 틋녀와 틋남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항상 상대는 TS된 뒤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된 존재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번 마음을 내주고 나면, 그 뒤로는 마치 홀린 것처럼 빠져 들게 된다고

이건 이성적인 사랑의 영역이 아니라, 본능적인 무언가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리고, 사람이 이세계로 전이되었다 귀환하는 것이 이제 이슈 거리조차 되지 않는 세상

틋붕이는 제법 특이하게도 다른 TS를 겪은 사람들과는 다르게 환생도, 전이도, 회귀도, 웹소설에 나올만한 어떠한 판타지적인 부가 요소 없이 순수하게 성별만 딱 바뀐 케이스였다

그저 '눈감았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미소녀로 변해 있었다'가 전부

병원에서도 "아마 뭐 특이한 병이나 초월자의 변덕이거나 혈통에 있는 인자가 작용한 것이겠지요"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손쉽게 신분 정정까지 끝마친 틋붕이는, 예쁜 외모+TS됐다는 특성을 살려 적당한 규모의 인터넷 방송을 하며 살고 있다


"누나/언니 방송 끝났어? 들어가도 돼?"

"어? 어어, 으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틋붕이는 황급히 늘어진 자세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빠르게 가다듬고 들어와도 된다고 답했다


"고생했어. 누나/언니 오늘도 방송 재밌더라."

"보지 말라고..."

"에이, 누나/언니가 말했잖아? 가족한테 못 보여줄만한 방송은 안 할 거라고. 난 그 약속 확인하는 것뿐이라니까."

"젠장...괜히 밝혔어..."

"어허. 고운말."


틋붕이의 동생인 시우/시아는 자신이 깎아준 과일 접시를 틋녀에게 건네주며 오늘 방송에 대한 피드백을 해준다


"아, 근데 그거 내가 듣기론 그럴싸하다. TS된 사람의 각인 효과 이론."

"어? 어어? 그랬어?"

"어. 그런 분들 연애사 보면...솔직히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거든."

"그...으래...?"

"누나/언니도 그러려나? 아니면 TS된 이유가 남들과는 달라서 예외일려나? 에휴 밖을 안 나가니 알 수가 없네. 나가서 친구도 좀 사귀고 그래. 옛날부터 그렇게 연애하고 싶다 지랄을 하더니."

"지금 누나/언니 외모라면 남자든 여자든 골라 사귈 수 있을 거 아냐."

"야...사람 본성이...쉽게 바뀌겠냐? 난 혼자가 더 편해."

"아까워서 그래 아까워서."


틋붕이의 얼굴을 보며 혀를 차는 시아/시우

물론 사람 성향이란 게 내향적인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은, 누나/언니가 밖에 나가서 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았으면 하는 동생의 마음이라 해야 할까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자신을 돌보기 위해 수많은 것을 희생하며 묵묵히 일만 했던 가족이

새롭게 얻은 기회는 좀 더 즐겁게 만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꾸 참견하게 되었다 


"아무튼 생각 바뀌면 얘기 해. 내 인맥 동원해서 괜찮은 사람 한번 알아봐 줄테니까."

"...그래."


하지만 틋붕이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자신이 주장한 각인 효과에서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도 그럴게

틋붕이의 마음은

몸이 바뀐 충격 때문에 방에 틀어 박혀 있는 자신에게

계속 옆에 있어주면서, 형/오빠는 전혀 쓸모 없지 않다고, 내 영웅이라고, 모습이 바뀌어도 내 하나뿐인 가족이라고, 절대 죽지 말라고, 자신을 위해서 살아달라고

그렇게 말하며 꼭 껴안아 준

자신의 동생에게 각인된 상태였으니까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피가 이어진 동생마저도 연애의 대상으로 보게 바뀌어 버린 이 빌어먹을 몸뚱아리와 뇌의 잘못이지

유전자 검사 결과도 가족 관계로 찍히지 않을 정도로 변해버렸으니, 우린 사실 남남인거잖아


그러니

널 사랑해도 되는 거지?

시아/시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