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무정하게 흐르고 또 흘러 어느덧 '그 날의 끔찍했던 일' 조차 겹겹이 쌓여가는 새로운 기억들에 묻혀,


"다녀올게~"라며 집을 나서는 몬바퀴를 배웅하는 야붕이의 말이 "다녀오지 말고 영영 꺼져버려."에서, 


"에휴……."하면서 땅이 꺼지게 내쉬는 깊은 한숨으로 변해버린 무렵에는, 


이미 '그런 일도 있었지' 라며 그 날의 일을 아련하게 떠올릴 만큼의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그 날의 사건 이후로 야붕이는 인간이 아닌 두 여자에게 생활 전반을 관리받는 처지가 되었다.


그 세 명의 관계는 정말로 기묘하기 짝이없어서, 뱀녀가 그의 집을 마치 제 안방 드나들듯 드나들면서 식사를 포함한 생활 전반을 관리하고 그 간에 있던 일을 용녀에게 전달하는 한편, 


용녀는 뱀녀가 가져온 정보와 야붕이가 요청한 생활비 내역(주로 몬바퀴의 육아에 관련된)을 조율하고 배정해준 예산의 이유와 요청사항을 뱀녀를 통해 야붕이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그들간의 의사소통은 매우 번잡하게 꼬여있었다.


그렇지만 성깔도 나쁜 주제에 매사에 심통이 나있는 소인배인 야붕이와, 그에 못지 않게 히스테릭한데다 딸에 대한 집착이 가히 정신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용녀가 원만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다소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는 해도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모나지 않은 성격을 지닌 뱀녀가 중재하지 않으면 트러블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는 셋의 관계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독신으로 살면서 기혼자 이상으로 퐁퐁한 간섭을 받게 된 야붕이는 매일같이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자신의 실수로 일을 크게 그르칠뻔 했던 그 날의 일을 들먹이기만 하면 "이런, 개 씨바알……!" 이라며 암묵적인 동의의 대답을 내놓는 것 외에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가끔, 아주 가끔 쌓이고 쌓인 분노가 폭발할때면 온갖 지랄발광을 떨면서 분노의 샤우팅을 하긴 했지만, 그때마다 뱀녀가 큰 흉터가 생긴 오른쪽 얼굴을 쓸어내리며 우는 소리를 했고, 그럴때면 야붕이는 늘 증기기관차 마냥 시뻘겋게 달궈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콧김만 뿜다가 항복이나 마찬가지인 의미로 집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곤 했다.


그 외에도 보육원의 다른 직원들과 원장마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 일조했으니, 야붕이가 받을 스트레스에 반비례해서 그 밖의 큰 문제가 생길 리가 만무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보육원의 원아들도 어느 새, 누군가는 입양을 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책임 질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보육원을 떠나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며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몬바퀴의 단짝 친구이자 함께 자란 자매나 마찬가지인 백단또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물론 그녀는 여전히 야붕이와 몬바퀴의 보금자리에 찾아오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정서적으로 의존하기 위해 오기보다는 주로 놀기위해, 조금 더 정확하게는 야붕이와 게임 이야기를 하고 그가 보유한 게임이나 게임기를 빌리기 위해 찾아오게 되었다.


야붕이의 성격 상 귀찮아할 법도 한데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성가시게 여기고 있긴 했지만, 


의외로 야붕이 본인도 게임 얘기를 나누는 것만은 좋아하는 편이었고, 무엇보다 다른 동거인인 몬바퀴는 게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기에, 같은 놀이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동료로써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방문을 제법 반기는 눈치였다.


무엇보다 그는 아이들은 놀 수 있을 나이에 실컷 놀아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는 조 기특하게도(?)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기꺼이 백단또가 요청하는 게임이나 그것에 파생 상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는것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그래서 백단또는 자신의 처지에 비해 비교적 윤택한 게임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의 재능으로 이룰 수 있는 잠재적인 학업 성취는 한 발짝 퇴보하게 되었지만, 이 것과는 분명 관계가 없는 이야기였 것이다.



그럼 이 모든 일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몬바퀴,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아이인 그녀는 그저 아이답게 이기적이었을 뿐이었지 완전히 안하무인인 것도 아니었기에, 어쩌면 자라면서 그 동안 조금 정도는 야붕이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아량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야 이 씨발년아! 그 개 좆같은 발톱 좀 어떻게 하라고 내가 몇번을 쳐 말했냐! 


내 씨발 발톱깎기를 안사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슬리퍼를 안사준것도 아닌데 왜 씨발 잊을만하면 지랄을 해서 이 좆빠지는 짓거릴 하는데?"


"미, 미안. 근데 무리. 발톱은 진짜 무리……. 게다가 뭉툭하게 만들면 뭔가 미끄러질거 같단말야.


그리고 조심해서 디디면 슬리퍼는 안써도 되잖아? 그치?"


"그 조심을 안하니까 그러지, 이 씹련아! 좆빠는소리 계속할래, 애미 안뒤진년아? 오랫만에 미각실 출장 함 불러?"


"무~리~~~~"



어쩌면 아직은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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