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나와 가족을 포함한 모종의 무리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개척할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행성의 개척은 이미 여러 번 있었고 그와 관련된 준비와 노하우도 잔뜩 있었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 개척 우주선은 우리 은하 내부가 아닌 성간공간을 넘어 전혀 다른 은하로 가는 첫 우주선이었다.





기껏해봤자 수천광년 거리를 이동하던 우리은하 내 개척과 달리 우리는 수백만 광년을 넘어 완전히 다른 은하로 가는 것이었다.


거의 광속에 준하는 속도의 우주선이었기에 수백만 광년이라 해도 이동에는 200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고 그 과정동안 냉동수면을 할 것이기에 진짜 한숨 자고 일어나면 우리는 새로운 은하의 새로운 행성에 도착할 것이었다.


그래, 우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었다.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면 알겠지만 광속에 가깝게 달리면 그 내부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도 외부의 시간은 그대로 흐른다.







즉 우리가 수백만 광년을 이동하면서 우주선 내부에서 200년을 보낼 동안 밖의 우주는 수백만년이 지날 것이었다.






나는 가족과 함께 우주선에 올라 냉동캡슐에 오르는 순간까지 그에 대한 의혹을 떨구지 못했다.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개척행성에 도착할 때, 지구는 수백만년이 흐를 거라고?


그럼 지금 내가 보는 도시와 자연의 풍경, 따라오지 않고 남은 지인들과 친구들, 변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던 별하늘까지, 모든 것이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란 말인가?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그들과 사진을 찍을 걸 그랬나?


여러 상념에 잠기던 도중 냉동캡슐이 가동되었고, 





진짜 눈 깜빡할 사이에 자고 일어나니 우린 이미 개척 행성에 도착하였다.


행성을 개척한다 하지만 막상 우리가 할 것은 없었다. 우주 개척을 하는 시대에 인력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았고 거진 대부분의 일을 같이 들고 온 로봇들이 하면서 우리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1달동안 개척이 진행되기를 기다릴 예정이었다.


우주선에 실려있던 것은 로봇 말고도 슈퍼 컴퓨터 하나가 실려있었는데 이 슈퍼컴에는 우리가 지구를 떠나는 순간까지의 지구에 존재하던 모든 지식과 정보가 들어 있었다. 이중에는 웹 상의 방대한 정보들도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이용해서...



















네X버 웹툰을 찾아봤다.





할 짓 없는 1달동안 재밌는 웹툰을 보기 위해 헤매다 하나를 찾아 낄낄거리며 보던 중 나는 멈칫하였다.


무의식 중에 다음화 보기를 눌렀지만 다음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화가 올라올 일도 없을 것이다.


곧바로 다른 웹툰을 찾아 다녔지만 전부 다음화가 없었고 


웹툰 말고 게임이나 소설을 찾아 헤매기도 했지만 그것들 전부 다음 업데이트나 다음 회차가 올라올 일이 없을 것이었다.


결국 나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나는 별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말했다시피 이곳은 우리은하가 아닌 다른 은하이다.


시리우스, 스피카, 데네브, 폴라리스, 안타레스, 베텔기우스, 베가 등등 내가 알고 있던 모든 별들은


전부 저기 어딘가에 있는 점 하나에 뭉쳐져 있을 것이고


그외의 별하늘에 떠있는 모든 별은 전부 미지의 대상이었다.


어릴 적부터 올려다보던 친숙한 별하늘은 사라지고 마주친 적 없는 별하늘에서 느껴지는 낯선 소외감에 나는 별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도 그만두었다.





대신 나는 망원경 하나를 사다 점보다 못하게 작게 보이는 우리은하에 초점을 맞춘 채 밤마다 들여다 보았다.


우리는 수백만년을 날아 이 행성에 도착했지만 내가 망원경으로 보는 은하의 빛 역시 수백만년을 달려왔다.


즉 내가 보는 은하의 모습은 우리가 떠나기 직후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보는 모습이고 실제 저 너머 우리의 고향은 이미 수백만년이 지나있을 것이다.


지금 그곳의 모습은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내 망원경으로는 태양과 지구까지 식별할 수 없다.


아니, 식별한다 해도 지금 내가 보는 모습은 지금 그들의 모습이 아닐텐데 무슨 소용인가


내가 떠난 지구에 남은 지인들과 친구들은 어떠할까? 


그들도 밤하늘을 올려다 내가 이 행성에 도착하기 수백만년전의 빛을 바라보며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더 나아가 수백만년이 지난 지금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기술적 혁신을 통해 더 발전된 문명을 누리고 있을까?


아니면 몇몇 매스컴과 과학자들이 경고하던 것처럼 환경오염이나 핵전쟁으로 인해 자멸한 뒤 폐허만 남아있을까?



모르겠다.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다. 허나 모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무수히 많은 궁금증들중 그 어느 하나 해결할 수 없지만 나는 여전히 밤이 되면


망원경을 통해 옛 우리은하를 들여다보며 한마디씩 속삭이곤 한다.




















수백만년 너머 당신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