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원래 잡담채널에 썼다가 누가 걱정 채널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감사하게도 여기에 글 남기고 갑니닷


고민이 많은데, 아는 사람한테는 말을 못 하겠고 모르는 사람한테 말하자니 어디 가서 이야기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여기가 떠올랐네요

처음 글 써보는데 좀 쑥스럽기도 하고...아마 대부분 말투가 좀 가벼우실 거 같은데, 지금은 그러기는 힘들어보이고, 그냥 누가 한 번이라도 글 읽어줬음 좋겠다 싶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겸사겸사 생각도 좀 정리하고요


일단 감사하게도 취업률 더 안 좋아지는 요즘에 무사히 취업을 했습니다. 지금 대구 사는데 경북의 어느 소도시로 취업을 해서 다음주 화요일 입사입니다.

25살 남자, 4년제 대졸이고 군필이니까 동 스펙 기준으로는 좀 빨리 취업한 편이네요.


제 고민은 근본적으로 제가 입사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참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 취업한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는 편이거든요.

우선 어딜 가나 똑같겠지만 신입사원으로서 배우고, 적응하고, 혼나는 그 과정들을 버틸 자신이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새로운 조직에 대한 모험심이나 호기심,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압도적으로 불안이 더 크네요.

제 바로 위의 누나가 이제 입사한 지 1.5년차 된 사원입니다만, 매일 힘들어하는 모습 보면 그게 제 미래가 될까 걱정이 됩니다. 게다가 저는 이제 부모님 곁을 떠나 지방으로 내려가 사는 거니까 더 외롭겠죠ㅎㅎ 근데 이 외롭다는 말을 주변에 아는 사람들한테 말하고, 또 위로받으면 눈물 나오면서 마음이 진짜 한 번 크게 꺾일 거 같아서 주변 지인들한테는 괜찮은 척 하고 있어요! 친구들한테도 쉽사리 고민을 털어놓지 못 하겠네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는데, 그리고 그 친구들 아직 대학 졸업 못 하고, 누구는 이제 군대 전역했는데 그 친구들한테 먼저 취업한 선발대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되지 않겠어요.

이번 주에 면접 합격 발표가 난 바로 그날, 제 누나가 회식이 참여했다가 12시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부모님 때문에 집 밖에서 저보고 물 좀 가져다달라고 그러면서 제가 2시까지 돌봐줬네요. 그런데 집앞 바닥에 주저앉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하면서 우는 거랑, 저보고 지방으로 가지 말라고 하는 게 아직까지 좀 충격으로 남아 있네요.(저는 누나랑 사이가 좋아서요ㅎㅎ)

신입사원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누나가 그렇게 좌절하는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기분이 착잡합니다. 저도 저렇게 힘들어할까, 타지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잘 지내면 좋죠. 그런데 결국 못 버티고 6개월도 안 돼서 집으로 돌아온다면? 그땐 정말 히키코모리 마냥 집에 틀어박혀 살게 될까봐 하는 정말로 쓸데없는 걱정까지 이어지구요. 걱정이 걱정을 낳는다는 말이 이런 건가 봅니다.

원래 걱정 많고 생각 많은 편인데, 그게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걸 스스로 막을 수가 없는 거 같아요. 지금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야 할 사소한 것들까지 걱정이 됩니다. 복장 깔끔하게 입고 갔는데 지적 당하면 어떡하지? 입사 첫날부터 지각하면 어떡하지? 유튜브에서도 네이버에서도 신입사원이라는 테마로 여러 이야기들과 조언들을 찾고 있지만 그래도 참...생각이 정리되질 않았어요.

오히려 지금 이렇게 몇 줄 써보는 게 훨씬 정리하는 데 도움은 많이 되네요ㅎㅎ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하루 9시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 하는 그 스케쥴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네요. 살면서 그렇게 규칙적으로 살아본 게, 고등학생 이후로는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군대에서도 힘들 때는 힘들었지만 경계병이어서 나름 편하게 생활했고요. 항상 어떤 일에든 전력을 내본 경험이 많질 않아서 또 걱정이 됩니다. 주 40시간의 근무 + 야근을 최소 몇 년은 버티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먼 미래의 일에서부터...음 뭐라 그러지 앞이 보이질 않아요ㅋㅋㅋ 참...직장인분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들이 이런 길을 먼저 걸어가셨다는 걸 생각하면 참 존경스럽습니다. 모두가 완벽하지 않더라도요. 존중받고 존경받을 만해요.

특히 졸업 후 4개월 동안, 사실 졸업 전에도 거의 학교를 날로 먹는 학생이었어서 백수 기간이 2년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말 매일 12시에 일어나서 2~3시에 잠드는 생활패턴이었는데, 이걸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도 너무 싫고...제가 군대에서조차 다 좋았는데, 농담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 때문에 부사관 안 한다고 할 정도로 아침에 약합니다. 탄력적 근무제나 오후 출근 조건은 거의 찾기도 힘들고...경력 없는 신입은 특히 그 폭이 더 제한적이기도 하고.

기숙사 2인 1실이라는 거도 좀 그렇네요. 동기랑 같이 사는 거면 몰라도 선후배랑 산다면 으 너무 어색할 거 같은데. 그래도 기숙사 입사 조건으로 월급을 더 받는 거라서 선택의 여지도 없고 허허


이번에는 불평 걱정만 말고 또 다른 이야기도 좀 써보고 싶네요. 제가 지방으로 간 이유? 대구 근로환경은 정말 열악합니다. 불리한 조건이 많죠. 1. 최저임금 수준의 정규직 연봉 2. 남성보다 여성을 더 선호하는 직무 3. 연봉 인상률도 극악. 제가 지금 가는 회사의 연봉을 대구에서 받으려면 경력 못 해도 3년은 있어야 하고, 5년 경력에 그만큼 주는 곳도 많습니다. 제가 가는 회사가 중소기업치고는 연봉이 살짝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5년 경력 연봉과 신입 연봉이 같다? 글쎄요. 제가 모르는 실제환경과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취업사이트에서 알아보고 비교한 정보로는 그렇게 결론이 나더군요.

그리고 지금 말씀드리기도 좀 그렇지만 약간 재능충입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도 최상위 성적을 제가 원할 때 받았으면서도 항상 벼락치기로만 공부했고, 자격증 취득할 때도 좀 그런 편이었죠. 합격률 5% 정도 되는 자격증을 정말 쉽게 쉽게, 턱걸이로라도 따는 편이었고. 물론 전문직 변호사, 회계사 급의 어려운 시험은 아니었지만 자격증 취득 소요 시간이 몇 배 짧긴 합니다.


글을 쓰면서 좀 정리가 되고 긍정적 생각도 가져보게 되네요. 그래요...남들한테는 미안해서 잘 말을 안 하지만 재능충답게 회사에서도 좀 잘 적응해보고. 또 기숙사도 영 살기 불편하면 부모님께 부탁드려서(이 부분도 말씀드리고 싶은 사연이 있지만 좀 많이 길어서...ㅋㅋ 결론적으로 부모님과 제가 서로에게 양보하면서 적당히 합의를 본 보증금이 있어요) 방 구해서 살면 되고, 그리고 운전도 좀 걱정되네요. 장롱면허라서 주차도 잘 못 하고, 도로 교통도 혹시라도 틀리면? 그리고 자동차보험도 하나도 모르는데? 윽 또 걱정하기 시작하네요ㅋㅋㅋㅋㅋㅋ 뭐...사고만 내지 않도록 하면 뭐라도 되겠죠! 그리고 제가 가는 회사도 좋은 역량이 많이 있으니까 많이 배워서 제 경험으로 만들어야죠.

아직 좀 고민이 되는 건 외로움을 잘 극복할 것인가(인간관계에 약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소극적이기도 해서...), 그리고 퇴근 후 건전한 자기계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정도...그래도 이것저것 푸념하면서 좀 나아지긴 했고 저 정도 고민이야 또 잘 해결해나가야죠!


혹시라도 이 긴 잡소리를 읽은 분이 계시다면...열심히 읽으신 당신께 존경과 감사를 전해드립니다. 결론적으로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끝낸 격이네요. 오늘도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ㅎㅎ 아 쪽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