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 지 모를 바다 한 가운데에
섬이라고 하기엔 참 작고,
암초라고 하기에는 좀 큰,
그런 곳이 있었대.
 
거기에는 몇 명이서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초원이 있었지.
 
그런데 어느날,
그 작달막한 초원에 처음보는 새싹이 돋아난 거야.
 
섬 주위에 수평선 밖에는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인데도.
 
새싹은 자라서, 줄기를 틔우고, 잎을 내어,
해바라기로 자라났대.
 
섬의 외로운 주민인 해바라기는
햇님만을 보면서 하루를 보냈대.
 
아무리 주위를 둘러 보아도
주변엔 햇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해바라기에게는
햇님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해바라기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그 마음을 꽃잎에 담아 
지나가는 바람에게 부탁을 했대.
 
하지만 제 아무리 강한 바닷바람조차도,
해바라기의 마음이 담긴 꽃잎을 햇님에게 전할 수는 없었대.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흘러,
 
지친 해바라기는 꽃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고개를 떨구어,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씨앗으로 뭉쳐,
자신만의 비밀로 고이 간직하기 위해 
바람에게 마지막으로 부탁을 했대.
 
바람은 다시 그의 슬픈 소원을 들어 주어,
그 무거운 씨앗을 끝없는 바다로 날려보내 주었지만,
미처 바람에게조차 줄 수 없었던 남겨진 몇몇 씨앗들이
다시 섬으로 떨어졌지.
 
그 씨앗들은 또 다시 싹을 틔워 해바라기가 되었고,
그 해바라기들은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햇님만을 바라보고 햇님에게 마음을 날리고,
또 다시 씨앗을 떨구고...
 
처음에는 해바라기 한 그루밖에 없었던 외로운 섬에서,
해바라기 몇 그루가 드문드문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그 섬의 초원이 전부 해바라기밭이 되었대.
 
가끔씩 그 섬을 스쳐 지나가는 선원들은
바다 한 가운데 아담하게 서 있는 해바라기밭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알아주었으면 해.
 
얼마나 많은 날아가지 못하고 떨어진 꽃잎들과,
더 얼마나 많은 슬픈 씨앗들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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