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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뚫린 벽으로 웃풍이 스몄다. 나는 밥상 아래의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아버지는 묵묵히 국만 뜨고 계셨다. 데우지도 않은 국인데, 국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밥알만 세고 있던 막내 동생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다분히 의도가 보이는 질문이었다. 아빠, 왜 우리 집은 자주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아버지는 이가 시린지 잠시 뜸을 들이며 대답하셨다. …그야 느 누나가 외출할 때 퍼즐조각을 챙겨서 나가니깐 그렇지. 우리 가족은 퍼즐로 만들어 진 집에 살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쪽 구석만 차지하고 있던 하늘은 어느새 오른쪽 천장까지 다 잡아먹은 뒤였다. 왜 챙겨서 나가는데? 동생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계속 아버지께 물었다. 그래야 나중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와서 퍼즐로 벽을 다시 끼워 막으니깐 그렇지. 하지만 이미 여기저기 많이 구멍이 뚫려있는 걸? 아버지는 헛기침을 점짓 내뱉으셨다. 고개 숙인 아버지 뒤로, 아버지가 기대 주무시는 가장 휑한 벽이 파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더 이상 국물을 뜨지 않고 밥그릇만 묵묵히 바라보셨다. 동생이 연달아 계속해서 말을 다다다 내뱉었다. 다른 집들은 벽이 퍼즐조각이 아니어서 바람이 안 들어온데. 옆집 성호네는 레고로 지어서 구멍이 숭숭 뚫릴 일이 없고, 지혁이네는 공으로 되어 있어서 여기저기 여행 다닐 때 편하데. …우리도 이사 가면 어때? 아버지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밥상 위에 내려놓았다. 더 이상 대답하기 싫다는 신호였다. 동생은 눈치껏 입을 꾹 다물고는 수저로 밥을 휘젓는다. …그리고 또 우리 집은 비오는 날이면 여기저기 다 젖어버리잖아. 동생이 울먹거리며 말했다. 나는 아버지와 동생의 눈치를 보며 우리 집 벽을 바라본다. 색이 번지다 못해 바래버린 벽이 질린 듯 누렇게 떠 있었다.

 

 밤이 늦었는데도 누나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전히 벽엔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고, 구멍으론 차가운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동생은 이부자리 끝으로 내민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나는 잠자리에 들지 않고 벽에 기대 천장을 바라본다. 어쩐지, 뚫린 천장이 아득히 멀어. 마치 우리 집이 끝없이 넓어 보인다. 천장에서 툭, 물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밥그릇을 가져와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는다. 텅 빈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울던 밥그릇이, 이내 동심원 가득한 소리로 번져나간다. 점점 굵은 물방울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내렸다. 나는 밥그릇을 더 가져오려다 그만둔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툭, 툭. 힘겨운 숨을 내쉬는 아버지의 얼굴 위로, 슬픈 표정의 동생 위로 뭉클한 물방울이 덩이진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눈물인지 빗방울인지 모를 것들이 스며든다. 나는 물먹은 우리 집을 살짝 건드려본다. 툭. 힘없이 퍼즐조각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이런 집은 빚쟁이들도 더 이상 떼어가지 못할 것이다. 빗방울들이 조금씩 거세게 내리기 시작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집안에 별빛을 풀어놓은 듯, 온 사방의 빗방울에 맺힌 달빛이 일렁거린다. 나는 반짝거리고 있는 아버지와, 동생과, 우리 집을 바라보며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벽을 등으로 받친다. 밤하늘보다 더 반짝거리는 우리 집을 바라보며, 나는 밤을 샌다. 반짝반짝, 별을 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