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은 과거에 그랬듯 가까운 미래에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장거리 운송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기에 원활한 해상 교역을 위해서는 요충지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야 함.


 현대에 운송되는 화물 가운데 가장 중요하며 상업용 화물에서 중량 기준으로 절반을 차지하는 원유 이동 경로를 따져봤을 때 호르무즈 해협이 하루 1530만 배럴로 가장 중요한 길목임. 참고로 이 수치는 미국의 원유 수입량과 대략 일치함.


 다른 요충지로는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바브엘만데브(아덴), 수에즈 운하(수메드 파이프라인), 파나마 운하, 말라카 해협임. 한중일로 향하는 원유는 대개 말라카 해협을 지나는데, 하루에 1100만배럴 정도 되는 원유가 통과.


 위에 말한 요충지 중에 하나라도 급작스럽게 폐쇄되면 세계 경제는 대혼란에 빠짐. 예를 들어보면, 1956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갈등과 1967년 6일 전쟁으로 일어난 수에즈 봉쇄 사태가 있음. 미국의 적들이(이란, 중국, 아랍 국가 등) 쉽게 공격할수 있는 위치에 요충지가 몰려있어 수년 안에 그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100%라고 봐야함.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플라스틱의 주요 원료이자 중량, 화폐가치,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류 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석유의 공급 경로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세계의 경제활동은 마비됨. 그럼 주요 수로의 정치경제학적 가치와 요충지를 두고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알아보겠음.


1. 수에즈 운하

 수에즈 일대에서는 20세기에만 전쟁이 2번 일어났음. 1956년 이집트, 이스라엘, 영국, 프랑스의 갈등이 있었고 1967년 6일 전쟁 이후에는 15년동안 운하가 폐쇄됨. 수에즈는 하루에 원유 330만 배럴을 운송하고 있고, 1869년 개통 이후에 인도 항로에 증기선이 오가며 범선의 시대를 끝장내기도 함.(런던-봄베이 거리가 절반 가까이 단축됐고, 범선은 자력으로 수에즈 통과가 불가)


2. 호르무즈 해협

 위쪽에 있는 큰 섬이 자지레예 키슘(키시), 북동쪽에 있는 작은 섬이 호르무즈섬임. 그 옆에 있는 항구도시가 반다르 아바스로, 1622년 페르시아와 영국이 장악한 지역인데, 사막을 건너는 시리아 대상 무역과 아체-오스만-베네치아(포르투갈) 무역을 끝장낸 사건이기도 함.


 어쨌든 1981~1988년의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의 '탱커 전쟁'과 즉시 일어난 런던, 워싱턴, 모스크바의 개입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 항로인지 알 수 있음. 미국은 1980년 카터 독트린 이래 지금도 호르무즈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저지해오고 있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이를 반증함. 


3. 바브엘만데브 해협

 세계무역 체제가 가장 취약한 또다른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임. 2000년 알카에다가 미군의 구축함을 타격해 17명을 죽이는 사건이나 이 해역 근처에서 일어나는 소말리아 해적질이 유명함.


4. 터키 해협

 지난 2500년간 세계무역의 요충지 역할을 했던 상대적으로 '안전한' 항로지만, 여기도 문제가 있음. 크림 전쟁과 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이기도 했고, 터키의 상황에 따라 급변할 여지가 있는 수로임. 카스피해의 원유는 이곳으로 운송되는데 대략 하루에 300만 배럴 수준. 


 위성사진을 보면 알수 있듯이, 저 좁은 해협에(최소 폭이 900m)하루에 수백여척(탱커, 화물선, 장거리 연락선, 고급 여객선에다 소형 선박)이 지나다님. 이미 수용력을 넘어선 항로라 유출 사고나 충돌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남. 만약 여기 있는 LNG 탱커가 죄다 폭발하면 이스탄불에 엄청난 참상이 벌어질거임.  


 1936년 몽트뢰 조약으로 터키가 이 수로에 대한 일반적인 통제권을 얻었지만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했는데, 위에 말한 이유로 2001년 터키가 수수료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위기가 고조됨.


다른 항로들은 후편에 다룰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