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경제의 거품이 꺼지고도 3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모두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비록 버블경제의 후유증으로 30년에 걸친 장기침체를 겪고 있어 예전만 못하다지만 아직도 그 위상은 높기만 하다. 문뜩 지금도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버블경제의 정점이었던 1989년에는 과연 얼마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 그에 대한 조사를 조금 해보았다.
* 한국과 일본의 통계는 각각 1989년 GDP, GRDP(명목)를 1989년 12월 31일의 환율 기준 미국 달러로 환산한 결과다. 위키피디아 등지의 수치와는 조금 다르니 주의.
먼저 도도부현별로 살펴보자.
1989년 일본의 명목 GDP는 2조 9157억달러로 이는 30년이 지난 현재의 한국의 GDP보다도 2배 이상 많은 수치였으며 당시 한국의 명목 GDP는 2400억 달러로 일본과의 격차는 12배에 육박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도쿄의 GDP는 한국의 그것의 2배를 훨씬 상회하는(!) 기염을 토했고 한국의 GDP는 인구가 5분의 1에 불과했던 오사카보다 살짝 높았다. 예나 지금이나 오지로 취급받는 홋카이도의 두 배 남짓. 이 당시 도쿄는 일개 지자체 주제에 단독으로 당시 국가 경제규모 7위였던 캐나다의 GDP와 맞먹는 총생산을 자랑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지만 태평양 벨트에 해당되는 지역들의 GRDP가 높게 나타났다. 주고쿠와 시코쿠는 북부와 남부의 격차가 선명하게 보이고 농업이 발달한 도호쿠는 의외로 현 하나하나의 경제력이 나쁘지 않은 수치를 보여준다.
다음은 지방별.
지방별로 살펴보면 당시 한국은 규슈 하나로 정리 가능했다는 처참한 결론이 나온다. 둘의 GDP는 천만의 단위에서 반올림해도 둘 다 2400억 달러로 엄청난 초접전을 보이며 그나마도 규슈가 대략 1400만달러 정도 더 높았다. 안습. 이외에 간사이, 도카이, 간토를 보면 한국이 감히 비비려고 할 틈도 없는 엄청난 수치를 보인다.
지도에서 각 지방을 비슷한 GDP를 보유한 국가들과 대응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한 눈에 봐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 한국같은 경제대국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간토의 경우는 만약 일본이 해체되어 각 지방이 독립된 국가였다면 미국과 독일에 이은 GDP 세계 3위였을 것이다. 오키나와를 제외한 지방 중 가장 GRDP가 낮은 시코쿠조차도 남미의 강호인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의 국가들도 스위스, 벨기에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들어봤을 법한 인지도 있는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 현재는 어떨까?
도도부현별로는 볼 것도 없고 지방별로 봐도 일본이 버블경제의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는 동안 한국이 폭풍성장해 지금은 간사이와 도카이를 합쳐도 한국을 살짝 상회할 뿐이다. 물론 간토는 여전히 거대한 벽. 성장률을 보면 오키나와가 1위고 홋카이도가 최하위다. 둘을 제외하면 다들 고만고만한 성장률을 보여주어서 따로 언급할 것은 없는 듯. 참고로 규슈의 GDP는 최전성기 한국과 비등비등했던 것이 현재는 한국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한일을 비교하자면 일본이 26년간 고작 56%만큼 성장한 반면 한국은 454%(...)라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의 엄청난 성장률을 보여준다. 사실 1989년 이후에도 일본의 성장은 한동안 계속되었기에 일본의 GDP가 실제로 요동치기 시작한 1994년을 시작년도로 설정했다면 이보다도 더욱 안습한 성장률을 보여줬을 것이다.
일본 GRDP 출처: https://www.esri.cao.go.jp/jp/sna/data/data_list/kenmin/files/files_kenmin.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