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지상전의 왕자'. 이 영광스러운 호칭은 수천년간 전장을 지배해 온 우리를 일컫는 말이었다. 저 저주스러운 쇳덩이가 우리의 초원을 앗아가기 전까지는. 우리는 항상 전장의 가장 앞에 섰다. 가장 앞에서 가장 빛나는 옷을 걸친 체 달려나갔다. 


역사가 바뀌는 순간에는 항상 우리가 있었다. 대초원을 일통하고 저 멀리 서역까지 탐했던 위대한 칭기즈 칸의 뒤를 따라 활을 들었다.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고 전장을 지배한 조아생 뮈라의 뒤를 지킨 것은 우리였다. 광개토대왕이 만주 전역을 발 아래 둘 때, 그 곁에 서있던 것 또한 우리였다.

 

하늘에서는 복엽기가 날아다니고, 바다에서는 물 아래로 배가 지나갈 때까지 우리는 전장에 있었다.


그 중 우리는 특별한 존재이다. 우리 선조들의 빛나는 전공에 영광 있으라! 간악한 이교도 오스만에 포위된 빈을 구원했다. 30만에 달하는 개미떼들은 1만 8000명에 불과한 우리의 노도와 같은 돌격에 휩쓸려나갔다. 이후로도 우리는 신앙과 유럽을 지키는 방패로서 존재했다. 동쪽 초원에서 온 야만인들을 격퇴해 유럽 문명을 지켰다. 나폴레옹 황제의 명을 받아 전장에 나섰다. 전 유럽에 우리의 말발굽이 찍히지 않은 곳이 없었고, 우리의 앞에 굴복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유럽의 배다른 형제들이 짐이나 끌고 허영에 찬 귀족들의 장식품이 되어갈때, 우리는 퇴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조국을 위해 내달렸다.


그랬음에도, 또다시 우리의 조국은 다시 한 번 갈기리 찢길 처지에 놓였다. 개같은 나치와 빨갱이들이 우리의 국토를 더럽히고 있었다.


"대대장님! 전방에 패주하는 아군입니다! 인근에 독일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구원하러 가야지. 무얼 묻는가? 수도 방어에 우리 대대 하나보다는 저 병력들과 함께하는게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명 받들겠습니다. 전 부대 속보로 전환! 주위 경계하며 이동한다."


"옛!"


아군을 구원하러 간 곳은 탁 트인 개활지였다. 적에게 둘러쌓인 아군은 기어코 포위망 한 군데를 뚫어내었다. 


"포위망을 뚫는 아군을 돕는다! 하마하여 전투 준비하라!"


그러나 이미 한 번의 전투를 치르고 온 그들에게 충분한 대전차포와 대전차소총의 탄약이 없었던 것은, 그래서 우회기동하는 적 기갑부대를 요격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잘못은 아니었으리라.


"대대장님! 우측에 적 기갑부대 출현! 우리 후방으로 이동합니다!"


"전방에도 적 출현. 포위되었습니다!"


앞 뒤로 적 기갑부대에 포위된 상황. 대전차 무기는이미 바닥을 보인지 오래였다. 그들이 살 길은 오직 항복 하나밖에 없었다.


허나ㅡ


"전군 승마! 부상을 입은 아군은 살려보내야 하지 않겠나!"


항복따위는 없다. 우리의 영광된 이름은 그것을 허하지 않는다. 비굴한 개새끼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치지 않는다.


"나팔수의 신호에 맞추어 돌격한다. 준비하라!"


우리는 폴란드의 마지막 자존심.


뿌우우우우우우ㅡ


"전원 발검."


조국의 가장 명예로운 방패.


"돌격! 조국의 자유를 위하여, 폴란드 만세!"


폴란드 후사르다.





".....무모했으되 숭고했다. 그들의 마지막 나팔소리는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슬픔을 담아 울렸다. 그러나 이내 슬픔이라는 감정도 사치라는 듯 맹렬한 말발굽 소리 뒤로 흩어졌다. 적이었으되 가장 위대했던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1941년 독일 국방군 육군 상급대장 하인츠 구데리안이 폴란드 용사들의 묘 앞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