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고등학생 생활 힘들죠?

근데 사실 고등학교 생활이 제일 꿀입니다.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여러분 시험공부하고 맨날 외우고 점수 안 올라서 짜증나고 그렇죠?

근데 그런 데에는 제 생각에는 다 근원적인 이유가 있어요.

잠 시간 줄여가며 문제집 풀고, 하고 싶은 거 참아가며 또 풀고, 금욕생활하면서 또 문제 풀고...


제가 볼 때는 이러니까 안 되는 거 같아요.


저렇게 공부에 임하다 보면 어느샌가 보이는 문자나 개념은 모두 "외워야 할 것"이 돼 버려요.

그리고 문제는 "틀리느냐 맞히느냐"를 판정하는 자나 각도기 같은 도구로만 보이게 됩니다.

그것도 나에게 상당히 비우호적인 규격을 쓰는 도구. 이러면 이제 문제풀이 자체를 적대시하게 돼요.

그럼 재미가 없고, 문제풀이가 무슨 종교적 고행처럼 참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되어버리죠.

그래서 4시간 자면서 공부했다는 둥, 몇 시간을 앉아 있었다는 둥, 본질과는 무관한 양적 지표로 자신의 하루를 평가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지 말아 봅시다. 게임을 할 때를 생각해 볼까요?

롤을 생각해봐요. 내가 저새끼를 이겨야겠어, 하고 생각하면서 라인전을 하는데 솔킬이 세 번 따였어요.

무조건 이겨야 하고 적 챔피언 보면 이가 갈리고 하죠? 근데 어떡하죠... 이미 3킬 정도면 정글러가 와도 갱승이에요...

이쯤 되면 게임의 판도 자체가 모두 적대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사건건 다요.

대포 미니언 하나 쯤 놓칠 수 있는 거에도 부들거리게 되고 정글러나 바텀이 내 라인 안 봐준다고 배알이 꼬입니다.

아득바득 욕이 올라오지만 서렌 치기 전까지는 끌 수도 없어요.

이미 그 게임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미가 없어요! 얻는 것도 없어요!


근데 그 게임이 끝나고 인터넷을 켠다고 해봅시다.

적 챔프에 관한 정보를 보러 인벤을 다시 가요. 그리고 내 챔프 공략도 보러 가요.

긴 글이 이렇게 잘 읽어질 수가 없죠? 머릿속에서 막 상상도 해요. 쿨타임 비교까지 해가면서 온갖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댓글도 읽어보고 상성관계나 게임의 흐름 자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죠.

근데 이때 지겹던가요? 시간 가는지 모르고 봅니다. 한참동안 그거 보고 나서 게임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죠.

당연히 한 번에는 안 됩니다. 근데 자꾸 하다보면 그 공략에서 봤던 내용을 내 나름대로 응용하며 라인전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겠죠?


이걸 이제 공부로 옮겨 봅니다.

전자는 이를 아득바득 갈면서 "내가 이걸 왜 틀렸지", "이거 내가 못 외웠으니까 안 되는 거야", "오늘은 꼭 다섯 시간은 공부하고 잘 거야" 하는 모습에 비견할 수 있고

후자는 "이 문제에서 답을 못 고른 건 뭐가 부족한 거지", "어떤 개념이 아직 생소하지", "문제가 보기 다섯 개로 나의 뭘 측정하려고 하는 거지" 하는 걸 생각하는 모습에 비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자는 문제풀이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내것으로 체득되는 게 별로 없이 악다구니만 남아 시간싸움만 하며 자신을 소모하는 과정이죠.

공부는 후자입니다.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질문을 읽었을 때 이미 8할은 끝나는 거에요.

맞히느냐 틀리느냐가 아니고, 내가 선뜻 답을 고르지 못하고 헷갈리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그것을 시간과 관계 없이 흐름을 만들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거에요.


오늘 단 열 개의 문제를 풀었다고 해도, 틀린 문제가 묻는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익혔다면 오늘 공부는 다 한 거에요.

답지 보고 중요개념에 동그라미 치고 별 긋고 입으로 중얼거리며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랍니다.

"내가 저 새끼 따고 만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나무위키에서 잡지식 배우듯이 그렇게 공부하세요. 흥미진진하게. 아 이래서 그런 거였네~ 하면서.

롤충이 인벤 공략 찾아 읽듯이, 밀덕이 겜 끄고 나무위키에서 티거 전차 항목 찾아보듯이 공부하란 말입니다.


재미가 없다? 왜 재미가 없죠?

그건 니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배우는 게 없는 거 같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소크라테스가 진짜 맞는 말 한 겁니다. 너 자신을 알아야 해요.

선행학습 하지 말라는 게 다 그 이유입니다. 재미가 없거든요. 어쭙잖게 어중간하게 아는데 문제 틀리면 그냥 아는 거 틀렸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틀린 문제에서 요구한 지식을 내가 못 갖추었다는 사실을 알고 인정하고 새롭게 보강한 지식이 있으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어요.

관심분야 여하에 따라 그 크기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모르는 걸 알게 되는 과정이 재미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오답 체크하면서도 재미가 없다면 그건 리뷰의 깊이가 얕기 때문입니다.

나무위키 하면서 시간 날려먹는 가장 큰 이유 뭡니까? 읽다가 생소한 게 나오면 그 링크 또 클릭해서 새 문서로 가서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죠?

정신차리면 두 시간 없어졌죠? 공부란 그렇게 하는 거란 말입니다.

공부머리 따로 있고 노는 머리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공자는 말했습니다.

오도 일이관지, 내 도는 하나로 관통된다.

사람의 머리를 활용하는 방법은 일관적이어야 합니다. 일관성을 기저에 깔고 생각해보면 내가 재밌을 때처럼 머리를 굴리는 법을 알게 됩니다.


그럼 오늘도 파이팅하세요. 효과적으로 재밌게 공부하시고 올해 대박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