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그날도 분명 평범한 날이었다.


"엄마 학교 다녀올게요!"

"그래, 우리 아들. 조심하고."

"네!"


평범하게 학교를 가서 친구들과 적당히 놀고 어느 정도 공부를 하는 그런 날이어야 했다.


파지직-


그 일 전까지는 말이다.


"저게 뭐야...?"


경기도 용인시.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첫 번째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것은...


"크르륵..."

"케륵! 케엑!"


"저, 저게 뭐야?"

"흐아악!"


피에 굶주린 고블린 무리였다.


***


"그래서, 이게 다 뭐랍니까?"


김정일의 사망 이후 정말 오랜만에 소집된 비상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질문했다.


그리고 지금의 대통령의 모습은, 좋게 봐줘야 20대 초반인 앳된 여성의 모습이었다.


"용인시 처인구에 정체불명의 둥근 형태의 균열 같은 것이 발생했다라는 내용의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것이 8시 38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균열의 정체는 이런...녹색 난쟁이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구멍이었고요?"


"예, 경기남부경찰청 경찰특공대의 출동은 그로부터 2분 뒤였고. 도착 후 제압까지는 7분이 걸렸습니다. 한 특공대원의 말에 따르면 마치 판타지 소설 속에서 본 고블린 같았다고 하더군요."


"허어...이걸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대통령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대 앉았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며 대통령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대통령님. 긴급 사항입니다."


그는 이 비상 국무회의의 의장인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참석시킨 국정원장 유현준이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자신이 얻은 정보를 보고했다.


"현재 인천항에 용을 닮은 괴물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경찰 병력으로 이를 퇴치하기는 상당히 힘이 부친다고 하는군요."

"끙..."


그것은, 용인 사태가 마무리된지 얼마 지났다고 인천에서 더 큰 규모로 발생한 괴물 사태였다.


"그, 이렇게 된 거 계엄령을 내리고 군대로 강력하게 괴물들을 소탕하는 것도 검토 해 볼만하지 않습니까?"


그 때 의견을 낸 것은, 국방부 장관 유건후였다.


그는 평소 온건파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국방부 장관이 되고 나서의 그는 현 대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오명들-다치거나 죽으면 느그아들 같은-들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계엄령에 대해 언급할 정도로 현 사태는 심각했다.


사실, 그것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였다.


미국도.


"씨발! 저 새끼들은 뭐야!"

"몰라! 게임에서 쳐 나왔나 보지!"

"둘 다 입닥치고 쳐 쏘기나 해!"


일본도.


"아니 저게 다 뭐란 말입니까! 자위대는요!"

"걔들도 바쁘겠지! 우리는 우리 임무에 집중한다!"


북한도.


"저 간나새끼들은 뭐이간? 남쪽 괴뢰도당 놈들이 우리 공화국을 상대로 신 병기라도 시험 중이네?"

"수령 동지. 저것들은 그러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저것들은...괴물입니다."


중국도, 러시아도, 독일도, 프랑스도.


공교롭게도 전 세계가 한국과 비슷한 이 사태를 겪고 있었다.


이는 후일 '게이트 사태'라 명명되는 사건이었으며, 이는 전 세계의 앞길을 새로운 방향으로 틀어버린 사건이었다.


한편, 다시 한국.


"예, 아무래도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정녕..."


국무회의에서 수십분간의 토의가 벌어졌다.


계엄령 실시 후의 파동과 해결 방안.

이 괴물들의 사체의 처리 방안.


등등에 대해서 말이다.


한편, 이후로 들어온 보고들은.


"전국에 정체불명의 능력을 쓰는 사람들이-"

"강원도에도 괴물들이-"


대통령처럼 '상태창'이 보이며 정체불명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 전국에 생겨났다는 점과, 괴물들이 나오는 균열이 더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계엄령 선포는 11시 정각에 맞추어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침내 계엄령 선포가 대통령에 의해 결의되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로 돌아와서 집무실에서 생각에 잠겼다.


대한민국 제 22대 대통령 김시훈.

그는 자신이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향했는지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었다.


20대 후반의 혈기왕성한 그는 꼭 대통령이 되어 이 나라에 산재한 문제들을 개혁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현재의 그는 어떠한가.

분명 자신이 생각했던 개혁안들은 야당에 막혀 번번히 잘리기 일쑤에 지지율은 조금씩 떨어지기까지.


그리고는 임기 중반에 이런 국가적 규모의 재난을 겪기까지.


대통령이란 자리는 참으로...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포기 할 수는 없지."


10여분 뒤, 국회의사당 앞.


대통령은 계엄법에 따라 국회에 계엄 선포에 대헤 통고 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수많은 국내 언론들의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따라서. 현 사태는 전시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 판단되는 바. 현 시간부로 계엄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해주시고..."

"대통령님! 현 사태가 정부의 조작이라는 얘기가-"


계엄의 선포에 대해 말하자, 기자들은 득달같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금 선택하신 게 독재 채제의 구축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중에는, 독재의 전철을 밟으려 하냐는 사람과.


"저것이 생체 실험으로 탄생한 것이라는게 사실입니까-"


인터넷 찌라시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오기도 했다.


뭐,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정체불명의 공포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그러하리라.


"괴물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저희 정부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능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하."


하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무능이 이 사태를 촉발했다는 듯이 몰아가는 특정 언론 탓에 계속해서 대통령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것은 자연재해란 말이다.

설령 본인이 무능하다 해도, 어째서 그것이 자연재해를 유발하는 것이 된다는 말이냐.


"대통령님!"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나는군."


대통령은 아무도 듣지 못하게 나지막히 읊조렸다.


그래, 그가 아직 초임 국회의원이었을 시절의 이야기였다.


그는 당시 공창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이유로 온갖 공격을 당했었다.

그 때 그는 지금 저 언론사의 카메라에 대고 그리 말했었지.


'당신네들이 그리 좋아하는 성노동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건데 뭐가 그리 찔려서 반대하냐. 혹시 뒤로 성매매 하고 다니냐?' 라고.


그것으로 온갖 공격을 당했었지.

대통령은 쓰게 웃고는 연설문을 옆으로 치웠다.


촤라락-


종이가 흩어져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 대통령 김시훈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6.25만큼이나 심각한 국가 위기를 현재 겪고 있습니다.


몇 시간 전, 경기도 용인시를 시작으로 전국에서는 정체불명의 균열이 생기며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괴수들이 출현했습니다.


초기에는 경찰 병력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위 내였으나, 점점 괴수들은 강성해졌고. 이에 저는 계엄령의 선포를 국무회의에서 결의했습니다.


이는 국민 여러분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치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뉴스를 계속해서 시청해주시길 바라며, 저희 대한민국 정부는 여러분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또한 각 지역의 계엄군의 지시에 따라 대피소로 질서정연하고 신속하게 대피해주시길 바라며, 저는 대통령 관저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태가 모두 수습될 때까지 수도 서울을 지키고 있을 것을 약조드립니다.


부디 정부를 믿어주십시오.


이 사태가 끝이 나는 날 무사히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변한 몸으로 짧고도 굵은 연설을 했다.


마치, 대통령 후보 시절의 그를 보는 듯 했다.


아무튼, 이 연설이 생중계로 퍼진 이후 계엄사령관은 현직 합동참모의장인 장경훈이 되었다.


계엄은 사태가 발생한 지역 위주로 내려졌으나, 곧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이 간혹 테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시훈이 바뀐 몸으로 쏟아지는 업무를 보고 있을 때.


보고가 들어왔다.


"대통령님. 지금 서울 상공에...거대 균열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약 수십 건의 크고 작은 균열들이 생겼다지만, 그것들은 모조리 '따위'로 만들어버릴 거대한 것이 서울 상공에 생겼다는 보고였다.


"하아..."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야. 그의 세대 친구들이 하는 말로 '억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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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ㅌ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