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세계관:


국정원 5급 사무관, '대악마' 기사단장 그리고 콤비네이션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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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씰 대원, 고위 서큐버스 심문관 그리고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왜 그냥 포기하지 않는거야? 영원한 쾌락이 눈앞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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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따갑다. 


숨을 들이 쉬자마자, 메마른 밭처럼 바싹 마른 입에 고통이 느껴진다.


예상치 못한 고통에 나는 연신 콜록거리며 반사적으로 침을 삼켰지만,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침에서는 비릿한 금속성 맛이 느껴졌다.


불꽃이 타닥거리는 소리에, 눈을 힘겹게 떠 주변을 둘러보자 완전히 박살난 헬기의 조종석이 눈에 들어왔다.


계기판은 곳곳이 박살난 채로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고, 고개를 돌려보니 무장이 달려있어야 할 왼쪽 날개는 완전히 사라진 채 일렁이는 불꽃만이 깨진 방탄 유리 사이로 노란 빛을 비추고 있었다.


기체는 이미 커다란 고철덩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대한 빨리 여기서 벗어나는 것 뿐이었다.


"김 준위... 김 준위! 내 말 들려?"


권총을 너무나 세게 쥐고 있던 탓인지 저린 손으로 힘겹게 좌석에 내 신체를 고정한 안전 벨트를 해체하며 외쳤지만, 뒷자리에 있을 부조종사 김 준위에게서는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간신히 조종석에서 일어나 뒷 자리에 있는 김 준위를 향해 다가갔지만 김 준위는 미동도 없이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경우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갑자기 가슴팍에 돌을 얹은 듯 무거워지고, 목덜미에 주체할 수 없는 한기가 돈다. 


군인으로서 충분히 이런 일을 예상하고 헬기에 몸을 실었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전장 경험도 없던 대위의 객기 였던 모양이다.


"김 준위! 정신 차려! 여기서 나가야 돼!"


절박한 마음으로 그의 어깨를 세차게 흔들자 갑자기 세찬 기침과 함께 그의 몸에 움직임이 돌아왔다.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든 안심도 잠시 그의 세찬 기침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과 함께 들려오는 쌕쌕 거리는 숨소리는 다시금 상황이 좋지 않음을 실감하게 했다.


"김 준위, 내 말 들려? 어디 맞았어?"


"모... 모르겠습니다... 옆구리...쪽이..."


힘겨워하는 그의 목소리에 바라본 카키색 조종복의 옆구리 부분이 피에 젖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이런 씨발... 김 준위, 정신 차려. 일단 여기 조종석 벗어난 다음에 응급처치 해야돼. 알겠어? 정신 조금만 차려봐!"


"예... 예."


김 준위의 안전 벨트를 해체한 뒤 그의 어깨에 팔을 넣어 부축하며 일어서자 김 준위의 힘겨운 숨소리는 숨가쁜 고통의 신음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지 그의 생존 확률이 올라갈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저 '조금만 참아' 라고 중얼거리며 그를 일으키는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캐노피를 발로 몇번 차 개방한 뒤 김 준위를 한쪽 어깨로 부축 하여 박살난 헬기의 조종석에서 뛰어내렸다. 


겨우 80cm 정도 되는 높이 였지만 그 정도의 점프도 이미 만신창이가 된 사람과 더 만신창이가 된 채 배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는 우리를 격통과 함께 바닥에 나자빠져 구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먼지 구덩이에서 신음하는 1초 조차도 우리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다시 김 준위에게 기어가다시피 다가갔다.


'그것'들은 분명 우리를 쫓아오고 있을 테였다. 날개까지 달렸으니, 여기로 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그리고, 그저 내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못해도 2미터는 쉽게 넘을 것 같은 덩치로 손으로 방탄 유리를 뚫어버리는 반인반용의 모습을 한 괴물이 포로들에게 친절히 대해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우리가 상대했던 반은 사람, 반은 동물... 아니면 신화에 나오는 생명체든, 뭐든... 괴상하게 섞인 괴물 들을 생각하며 피가 섞인 기침을 하는 김 준위를 부축해 힘겹게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각종 가게들의 간판들이 붙어있는 흔히 볼 수 있는 3~4층 정도의 빌라 위로 해가 뉘엿 뉘엿 지고 있었다. 이 세상의 것들이 아닌 괴물들이 침공했다는 급박한 상황과는 달리 너무나 평소와 비슷한 그 모습에 나는 어떤 안심감 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 익숙한 모습의 풍경 한가운데에 우리가 탔던 아파치 헬기 잔해가 도로를 완전히 헤집어 놓은 채 인도에 박혀있다는 사실과, 저 멀리서 들려오는 공습 사이렌 소리와 포성은 금방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포성은 가까운 위치에 착탄할 때의 높은 파열음이 아니라 멀리서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포성이었다. 분명 1차 방어선이었던 이 근방은 이미 돌파당하고 2차 방어선으로 까지 교전이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나는 이제 불꽃이 한쪽 기체 전체를 뒤덮은 헬기 잔해를 뒤로 하고 근처에 보이는 편의점을 향해 김 준위를 부축해 이동했다.


편의점의 유리문을 어깨로 밀어 열자 띵동- 하는 익숙한 전자음을 내며 문이 열렸다.


이미 피난을 간 듯 비어있는 편의점 카운터와 곳곳이 비어있는 매대,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진 상품 몇개들 만이 우리를 반겼다.


신음 소리를 내는 김 준위를 한 쪽에 눕힌 뒤 피로 축축해진 조종복을 젖혀열자, 금속 조각이 옆구리에 박힌 채 피를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었다.


하얀 편의점 타일에 검붉은 피를 쏟아내며 점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김 준위의 모습에 다시금 상황의 심각성이 머릿속을 때리듯 지나간다. 


애써 침을 삼키며 조종 학교에서 대충 대충 들었던 과다 출혈 조치법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려 애썼지만, 마치 누군가 신문을 찢어 흩뜨려 놓은 듯, 앞 뒤가 뒤섞인 단어와 문장 몇 개들만이 파편화 된 기억이 내 머릿속을 휘저을 뿐이었다.


동료들과 '저거 우리가 하고 있으면 이미 뒤진거나 마찬가지 아냐?' 라고 농담삼아 말했던 내 자신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분명... 그래. 구급낭에 지혈 붕대가 있었고...


간신히 내 허리춤에 있는 구급낭에서 지혈 붕대를 찾아 상처 주변을 압박 붕대로 강하게 누르자 김 준위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아아악!"


그의 몸부림에도 아랑곳 않고 세차게 상처 주변을 눌러 지혈을 하던 와중 저 멀리서 누군가가 이 근방을 향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저 피난가는 민간인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뛰어가는 소리에는 철걱거리는 금속성 소리가 섞여있었다. 


마치... 갑옷을 입은 사람이 뛰는 것 처럼.


얼굴을 구길 힘도 없는 듯, 약하게 인상만 쓴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김 준위를 향해 입에 떨리는 손가락을 올려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다행히도 뛰어가는 소리는 편의점을 지나쳐 불타고 있는 헬기 잔해 쪽으로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몰아 쉬었다.


"이 괴물 새끼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찾은거야..."


작게 중얼거리며 김 준위의 지혈을 재개하려던 참에 그를 끌고 들어왔던 편의점 바닥에 피가 방울 방울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핏방울은 새하얀 편의점 타일 곳곳에 빨간 점 같은 자국을 남긴 채 입구에서 부터 여기까지 이어져 있었다. 


아스팔트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헬기 잔해에서 김 준위를 부축해 오는 그 순간 부터 분명 뚝뚝 떨어진 핏방울은 하나의 선이 되어 그것들에게 우리를 전리품, 아니, 최악의 경우 식사로 대접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미처 지혈도 끝나지 않은 김 준위의 상처를 대충 붕대로 묶은 뒤 그를 일으키려던 때 아까의 그 금속성 걸음소리가 다시금 점점 커지며 들려왔다.


철걱, 철걱, 철걱...


한걸음 한걸음이 점점 커질수록 심장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허리춤에 있는 권총집에서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꺼내, 간신히 탄창을 확인해 탄약의 수를 센다.


9mm 탄환 8발. 젠장, 아까 장전을 했어야 했는데.


매대에 기대 하늘에 있는 모든 신에게 제발 기적이 일어나 저 걸음이 다른 곳으로 향하길 빌며 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 했다.


하지만, 내 기대를 깔끔히 배신한 그 걸음 소리는 편의점 바로 앞에서 멈췄다.


먼저 뛰쳐 나가야 하나? 아니, 오기를 기다렸다가 기습을 해야하나? 내 권총이 저...것들에게 통하기는 하는 건가?


그렇게 수십개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던 와중, 편의점의 유리문이 스르륵 열리는 소리와 함께 띵동- 하는 경쾌한 전자음이 편의점 내부로 울려퍼진다.


숨을 몇 번 몰아 쉰 뒤, 매대 뒤에서 문을 향해 박차고 나가며 권총을 겨누었다.



편의점의 밝은 조명 아래, 갑옷을 걸친 푸른 피부의 여성이 조용히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못해도 2미터는 넘을 것 같은 거체 위로, 미려한 무늬들이 새겨져 있는 금빛 갑옷이 근육이 도드라지는 상체와 하체를 장식하고 있었다.


한쪽 손에는 사람보다 커보이는 은은한 자줏빛의 창을 들고 등 뒤로는 비슷한 크기의 창 두어개를 맨 채로, 그것은 그저 밝은 황금빛 동공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가 이전에 마주쳤던 몸 곳곳에 비늘이 돋아 있고 날카로운 손 발톱과 날개가 달린 그... 용인 비슷한 것들과는 덩치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모양새였다. 아니, 애초에 같은 '종족'조차 아닌듯 했다.


거칠어 보이는 비늘 대신 질감 만은 일반적인 사람의 피부와 비슷하게 부드러워 보이는 푸른색 피부와 그녀가 이 세상, 최소한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 문명권의 존재가 아님을 나타내듯이 머리 위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거대한 뿔.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겨눈채 그것을 마주하고 말 없는 대치가 이어지기를 몇 초. 그것은, 그저 그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 창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한발짝 뒤로 물러나 빈 손을 천천히 들어 내게 내보였다.


내가 지금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 


인류 문명권 외부에서 온 이계의 침입자들이 하는 이 행동이, 정말 대화로 해결을 원한다는 우리의 상식과 일치하는 행동인건가?


아니, 애초에, 내 권총탄으로 저것의 두개골 조차 뚫지 못할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이유에서 나와 '대화'를 원하는 거지? 


만약 저 행동이 손으로 또 무슨 말도 안되는 마법같은 것을 쏴서 내 머리를 날려버리려는 것이라면? 


뇌로 밀고 들어오는 수십개의 가능성과, 공포, 혼란에 내 머릿속은 그저 고장난 라디오 처럼 생각의 단문들을 내뱉을 뿐이었고, 그저 본능만이 간신히 떨리는 손을 지탱한 채 권총을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너... 너, 대체 뭐야...?"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그것은 그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바닥에 놓인 창을 한 쪽 손으로 가리킨 뒤, 다시 내 권총을 가리키고는 내 앞의 바닥을 가리켰다.


지금... 저게 나도 무장을 해제하기를 원하는 건가?


"지랄마, 이 새끼야! 내가 호락호락하게 당할 줄 알아? 어?!"


분명 저것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이겠지만 큰 소리로 외치자 공포가 조금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자, 등 돌리고, 여기서 꺼져. 제발... 이 새끼야."  


그것을 향해 짜내듯 말을 내뱉은 뒤, 그것의 황금색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 황금색 눈동자에는 일말의 주저나, 공포도 없이, 그저 지긋이 나를 바라보다... 가볍게 한 숨을 쉬었다.


처음으로 보이는 그것의 감정 표현에 오히려 나는 안심이 되었다. 최소한, 저게 감정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니.... 아마도.


다시금, 아까와 같은 대치가 조용히 이어졌다.


이계의 괴물과 카키색 조종복을 입은 군인이 권총을 든 채 5미터 거리에서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너무나 조용한 편의점 내부에는 그저 웅- 하는 음료 냉장고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으으윽..."


그 때, 내 옆에서 김 준위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권총을 겨눈 채 슬쩍 김 준위를 바라보자, 옆구리에 대충 감아두었던 붕대는 이미 시뻘겋게 젖어 바닥에 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상황을 끝내야 했다.


그 때, '탁'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김 준위를 바라보던 내 시선 구석에서 빠른 움직임이 느껴졌다.


목 뒤로 느껴지는 본능적인 공포에,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자 그 덩치에서 나오는 스피드 라고는 믿을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그것의 모습이 보였다. 


"씹....!"


세상이 마치 슬로우 모션 처럼 느려진 듯, 내 시야에서 천천히 커지는 그것의 명치를 향해 권총을 살짝 움직인 뒤, 방아쇠를 부러질 정도로 세게 쥐었다. 1발.


밝은 섬광과 함께 손에 충격이 느껴진다. 그것은, 총알을 맞았는지도 알 수 없이 변함없는 속도로 여전히 이 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3미터. 반동으로 올라간 총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도 전에 방아쇠를 다시 당겼다. 2발.


위쪽을 겨누어진 권총은 명치 대신, 그것의 얼굴을 향해 섬광과 화약 냄새를 내뿜었다.


마치 눈부신 섬광을 가리는 것 처럼 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것의 금색 팔 보호대에 밝은 스파크가 일어나지만, 그것은 여전히 나를 향해 가까워 지고 있었다.


1미터. 어디를 조준하는 건지 확실치도 않지만, 그저 그것이 있는 방향을 향해 근육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3발.


나를 향해 내 뻗은 그것의 손바닥에 9mm 총탄이 놀랍게도 상처를 내고, 사람의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검붉은 피가 뒤로 뿌려진다.


그러나 겨우 손바닥에 적중한 8g의 납은, 이 살아있는 신화 속의 존재와 같은... 필시, 고대의 전사들이 보았다면 전사의 여신, 혹은, 악신이라고 추앙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것'을 멈추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었다.


내 팔과 몸을 향해 내뻗은 그 손바닥 사이로 '그것'의 눈동자가 보인다. 마치 사냥감을 찾은 호랑이와 같이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수축된 검은색 동공을 마지막으로, 그것의 팔이 내 카키색 비행복의 가슴팍을 잡자마자 마치 차에 치인 것과 같은 충격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마치 거대한 파도를 그대로 맞은듯,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힘에 몸이 떠밀려 가면서도 손은 권총의 방아쇠를 연신 당겨댔다. 4발. 5발. 6발. 7발. 8발.


그러나 이미 그것의 거대한 손이 내 손과 함께 쥐어버린 내 권총에서 나온 탄환은 밝은 섬광과 함께 그저 가엾은 천장의 석고 보드와 카운터 뒤편의 담배 판매대를 헤집어 둘 뿐이었다.


K5 권총의 슬라이드가 앞 뒤로 오간 뒤 미약한 금속성 스프링이 비어있는 탄창을 울리는 '찰칵' 소리를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끊겼다.